이미 내 인생에 해가 되는 사람과의 관계가 시작되어 엉켜버린 삶을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천천히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데서 시작해요. 끊으려면 안 돼요.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이 사람이 내 삶이 없을 때 나의 기억이 있고, 내 삶이 분명히 있었다는 거예요. 그때 나 혼자서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들,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이 있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확보를 해요, 정말로. 내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그 사람과 함께하거나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들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내 시간이 있죠. 그런데 이렇게 내가 원치 않는 관계에 압도되어 있으신 분들은 물리적으로 그 시간 안에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 그다음에 그 사람을 대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30분씩 확보하는 거예요. 10분도 괜찮아요. 나 혼자서 산책을 갈 수도 있고요. 생각이 떠오르는 거 어쩔 수 없다고 인정을 해버리는 거예요. 그 사람이 아닌 나의 시간을 늘려가는 걸 하는 겁니다. 근데 그러다 보면 점점 그 사람이 나한테 주는 영향력이 옅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임계점을 넘어가면 내가 원래 혼자서도 잘 지냈던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는 꼭 이 사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네…’라고 그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되는 시점이 올 거예요.
그런데 그거를 처음부터 ‘이 관계를 끊어야 해!’ 이러면 더 안 되는 거예요. 반발심이 더 올라오고, 더 빠져들게 되고, 더 보고싶고, 가스라이팅이 더 심해지는 그런 상황이 될 수도 있겠죠. ‘우리는 다음 주까지 이 관계를 끊어낼 수 있어야 해.’ 그거는 지금 이 내 마음에는 너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어요. ‘그래, 네가 지금 이 사람과의 관계가 없으면 두려움도 많이 느끼고 불안하니까 너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다는 시간들을 조금씩 너에게 선물해 줄게’, ‘이게 많이 쌓이면 너도 조금 안심이 될 거야.’ 천천히 다독이면서 내 시간들을 조금씩 찾아 나가는 거죠.
또 내가 이 사람과의 관계에 몰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잊고 있었지만, 사실 또 떠올려 보면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가족일 수도 있고, 오래된 친구일 수도 있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다시 회복해 나가는 것, 이게 많이 늘어나다 보면 이제는 이 관계를 정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포인트가 하나 있다면요. 그런 걸 할 때 불편한 생각이나 느낌이 올라온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주는 것, 그 관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강박을 오히려 내려놓는 것이에요. 당연히 내가 책을 읽고 있어도 지금은 많이 떠오를 거예요. 당연히 힘든 느낌이 느껴질 거고, 이러면 안 될 것 같다는 두려움도 많이 올 거예요. 두려움이 올 수 있다는 걸 이해해 주는 거예요. 이해해 주면 그 힘든 느낌이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이렇게 힘들 수밖에 없을 거야, 이게 시작이라는 느낌을 나한테 주는 거죠. 조금 회복되다가도 그 느낌이 확 심해질 수 있어요.
내가 느끼기에는 관계에 대한 불안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면서 제자리인 것 같지만, 사실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어요. 주식도 오르려면 조정을 받아야 한다고 하죠. 그런데 우상향을 하는 거예요. 관계에 대한 마음도 내가 끊임없이 나를 소중히 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때로 조정이 될지라도 내가 나를 소중히 한다는 그 느낌, 그 시간들이 쌓여가겠죠.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안전한 기분이 들게끔 만드는 사람들을 찾는 방법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까 그런 사람들이랑 있을 때 스스로의 마음을 보면 좋겠다는 느낌을 말씀드렸잖아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 보면, 관계를 하고 있을 때 내가 요구받는다는 느낌이 덜 들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뭔가 ‘나한테 원하는 게 뭘까?’ 이런 걸 고민하게 하거나 ‘내가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제공해 주고 있을까?’ 그렇게 계속 스스로 평가하고, ‘아, 이 사람한테 내가 잘 보이고 있을까?’, ‘이 사람이 나를 괜찮게 생각하고 있나?’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평가하느라 쓰이는 신경이나 에너지의 소모가 덜한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지금 만나시는 분들, 또 교류하셨던 분들 생각해 보시면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저는 구분이 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맥락을 들여다 보면 흑백처럼 이런 사람은 편안하고 안전한 사람, 이런 사람은 불편하고 안 좋은 사람으로 나눌 수가 없다고 믿는 입장이거든요. 사람들이 마음이 다 달라서 내가 너무 싫어하는 그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가족이 있을 것이고, 친구들이 있을 거라는 거죠. 나는 상상이 안 되는데 그 사람은 또 내가 그렇게 나름대로 좋은 관계를 맺는 모습을 상상 못 할 거예요.
잘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존재할 거고 나한테 알맞은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객관적인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이 사람은 참 괜찮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게 아닐 거라고 저는 보거든요. 그래서 나랑 잘 맞는 사람을 찾아가고, 우리가 관계를 이어 나가도 내가 상처받지 않고 우리가 서로 결이 비슷하게 잘 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 자연스러운 느낌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으시다 보면… 사실 찾는다는 표현도 안 맞을 수도 있고요. 내가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면서 시간을 보내보는데, ‘마음이 좀 부드럽다’, ‘자연스러운 것 같다’, 만나기 전, 만난 다음에 여러 생각이 많이 들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내 모습 그대로 있다가 오는 느낌을 주는구나…’ 그런 사람을 가까이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나 스스로에 따라서 주변 사람들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가치를 올리고, 주변을 좋은 사람들로 세팅하기 위해서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해’ 혹은 ‘내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해.’ 이런 압박감을 내려놔야 할 것 같아요. 괜찮은 사람이어야 하고, 모든 사람과 잘 맞출 수 있어야 하고,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면 내 마음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 이런 나와 관계를 하고 있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을 반복하게 되고, 또 나도 모르게 무식적으로 좋은 인상을 줘야 하고 잘 지내야 하니까 맞춰가는 과정에서 내가 지금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느낌을 느끼고 있는지를 잘 잃어버리게 되는 거예요.
착취적인 관계라고 표현을 하잖아요. 그런 분들이랑 면담을 많이 해 보면 아주 역설적이게도 내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고, 잘못 보이면 안 되고,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좀 많이 들어있어요. 제가 아까 관계에 대해서 관점을 말씀을 드렸잖아요. 한 사람으로도 충분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삶이나 나은 마음을 위해서 교류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잘 못 지내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인정하고, 내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는 그 당연한 불안정성도 우리가 이해해 주고, 누가 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내가 부족한 사람, 아닌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 수만큼 가치관이 존재하니까 잘 맞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해서 자연스러운 내 마음으로 관계를 대하고 있다면 그게 좀 힘들게 느껴지는 사람과도 있는 그대로의 내 마음으로 너무 편안할 수 있을 거고요. 내 삶을 더 만족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사람들을 더 가까이할 수 있게 되겠죠.
거꾸로 말하면 내가 관계에서 힘들게 느끼고, 뭔가 착취적이고, 내 삶이 더 버겁게 느껴지는 관계가 이어질 때 상대방은 오히려 나로 인해서 이득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감정적인 이득이든, 사회경제적인 이득이든, 그런 포인트들이 있을 수 있고, 보통은 그런 관계에 대해서 멀어지려고 하죠. 내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야 하고, 절대 미움받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크면 그런 관계일수록 역설적으로 내가 더 노력하게 되겠죠. 그래서 어떤 현상이 잘 일어나냐면 직장 생활이든, 학교생활이든, 나와 관계가 좋고 나를 웃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게 아니고, 힘들게 하는 사람에 대해서 하루 종일 고민하면서 지낼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관계에 더 몰입되는 거죠.
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좀 잘 못 지내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반대급부로 내가 잘 지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몰입을 할 수 있게 되죠. 그런 것들을 반복하고 정말로 스스로를 더 소중히 여기게 하는 사람들과의 하루를 같이 보내고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간다면 내 곁에 서로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적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내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것들을 내려놔야 조금 더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로 세팅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맞아요. 그 가치라는 부분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존중받고, 인정받는 게 당연히 좋은 거라는 마음이 숨어있나 봐요. 저는 조금 다르게 그런 가치를 생각하는 것도, 그냥 나 한 사람이 내 한몫의 행복을 잘 만들어가는 게 저는 삶의 가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내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거나 인정받을 필요도 당연히 없는 거고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당연히 좋겠지만, 로또가 되면 당연히 좋지만 잘 안되는 것처럼 내가 모든 사람에게 다 존중받을 수 없고, 우리가 완벽할 수 없으니까 그걸 받아들이고 나면 ‘내 마음이 이렇게 못 지내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라는 문제를 분석하는 관점에서 ‘아, 내 삶에는 이렇게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고, 같이 관계를 맺으면 좋은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시선이 좀 옮겨와 지는 거죠. 내가 자연스럽게 내 마음으로 있을 수 있고, 내 삶을 더 좋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런 생각들이 더 늘어나고 이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들을 늘려가는 관점으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곁에는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날 거고요.
내가 하루에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들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내지?’라는 관점에서 ‘아, 내 인생에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지!’라는 관점으로 넘어오게 될 것 같아요. 재발견하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이 사람은 내 삶에서 참 좋은 사람이지!’라고 느껴지게 하는 사람들도 사실 많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안전한 사람을 찾는 방법과 해가 되는 사람을 어떻게 피하는지, 그리고 더 가치 있는 인간관계를 세팅하기 위한 마음가짐에 관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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