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프랑스 언론에서 한국에 대한 이런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한국인들은 지구를 위해 XX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의 칭찬과 이목을 받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정작 이 소식을 듣게 된 한국인들은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어리둥절했습니다. ‘아니, 이건 그런 게 아닌데 프랑스는 왜 이런 오해를 하는 거지?’
한국을 마치 지구를 지키는 수호자 캡틴 플래닛처럼 오해받게 만든 한국의 특이한 이것, 과연 무엇일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서 이런 특집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 한국인들이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먹는다니, 금시초문인데요.
한국인들이 해조류를 많이 먹는 건 사실이지만, 그냥 맛있어서 먹는 거였는데 르몽드는 왜 한국인들이 지구를 위해서 해조류를 먹고 있다는 황당한 기사를 쓴 것일까요? 한국에서는 바다에서 나는 풀을 종류별로 다 먹어 치우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해조류를 식재료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해조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 저도 미역국, 김, 파래, 다시마는 정말 자주 먹는 편인데요.
한국인 중 해조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모자반, 매생이, 청각, 우뭇가사리 등 생소한 종류의 해조류까지 즐겨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해조류가 워낙에 인기 식재료다 보니 자연에서 나는 것만으로는 수요가 감당되지 않아 일찍이 해조류 양식도 발달했죠.
하지만 서양에서 해조류는 환영받지 못하는 식재료였습니다. 해조류를 이용한 요리도 많지 않고 있어도 잘 먹지 않는 기피 음식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들에게 해조류는 바닷속에 있는 쓸데없는 잡초에 불과했습니다. 서양인들은 왜 해조류를 이토록 싫어했던 걸까요? 바로 미끈거리는 식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은 기피하던 음식을 싹싹 쓸어 먹고 있으니, 한국의 독특한 해조류 먹방이 신기하게 보였을 것 같은데요. 신기한 건 이해가 가지만 왜 이게 지구를 구하는 행동으로 보였을까 해서 기사를 보니 한국인들은 스스로가 모르게 정말 지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해조류를 먹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파괴하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해조류가 지구 온난화를 막는 첫 번째 이유,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해조류 16종을 분석해 보니 단풍나무보다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3배 이상 높았습니다. 그리고 해조류는 생산이 쉽다는 최고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농산물의 경우 재배 환경은 물론 재배법을 지키면서 키워야 하니 생산이 까다롭고 해충 방지를 위해 농약을 치다 보니 토양오염 등의 환경오염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해조류는 환경 조건만 조성해 주면 알아서 쑥쑥 자라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해조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식량 생산 여러 분야 중에서 해조류 분야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2년 만에 3배나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환경에도 좋고 생산도 쉬운데 비타민, 식이섬유, 미네랄, 단백질 등 풍부한 영양소까지 함유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해조류를 안 먹어왔던 게 손해인 것 같네요.
두 번째 이유, 해조류의 무한한 가능성. 해조류 자체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데 섭취했을 때는 메탄가스가 줄어든다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메탄가스. 이산화탄소보다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에 84배 이상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메탄가스가 생산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한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건 놀랍게도 가축이라고 합니다. 세계 온실가스 중 무려 18%를 차지하는데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가축인 소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소는 위가 4개입니다. 위가 1개인 동물은 먹은 음식이 위에서 장으로 내려간 후 분해된 음식물이 배설물이 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소는 위가 4개이다 보니 일단 먹은 음식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위에 저장되게 됩니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되새김질로 음식을 잘게 부순 뒤 세 번째 위로 보내고 세 번째 위에서 수분이 흡수된 후 네 번째 위로 간 음식물은 강한 소화액으로 분해가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게 됩니다.
다른 동물은 장에서만 발생하는데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위와 장, 두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죠. 소는 이렇게 몸속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를 방귀와 트림으로 배출합니다. 반추동물이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전체 발생량 중 20%나 차지하는 중이죠. 500kg 기준 소 한 마리가 1년간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50kg나 되는 것입니다.
그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소를 안 키워야 할까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겠죠. 그래서 전문가들이 생각한 해결책이 바로 먹이였습니다. 호주 멜버른 대학 연구팀에서 바다고리풀을 사료에 섞여 먹였더니 소의 헛배부름이 무려 98%까지 줄었고 트림과 방귀가 크게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해조류가 소 위장에서 메탄 생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요. 호주에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료에 해조류를 첨가한 사료를 출시해 소에게 먹였더니 메탄가스 방출이 90% 줄었다고 합니다. 즉, 해조류는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섭취해서도 지구온난화를 막아주는 1석 2조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조류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세계적으로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유럽과 북미, 호주 등에서 해조류 식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조류 식품은 바로 김이었습니다. 그것도 한국 김이었습니다.
지금이야 김이라고 하면 한국 대표 효자 수출품, 외국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해외 시장에서 김은 검은 종이라며 외면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국 조미김이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서양권까지 인기를 타고 올라가더니 지금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죠.
지난해 우리나라 김 수출은 6억 5천만 달러를 달성했는데요. 한국 김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놀랍게도 미국이었습니다. 가장 김을 기피하던 국가에서 김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니 정말 놀라운 변화였죠. ‘한국이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한다’라는 특집 기사를 준비한 르몽드는 직접 한국의 해조류 실태를 취재하러 왔다가 한국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 센터에서 이미 지구온난화를 대비해 해조류 품종이 연구·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감격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은 이런 연구뿐만 아니라 해조류를 요리해 먹으며 맛과 영양까지 챙기고 있으니, 그들은 이걸 기사로 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르몽드는 세계가 한국처럼 해조류를 많이 이용하게 되면 지구온난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사실 한국인들도 르몽드의 취재 내용이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인들은 그냥 맛있어서 해조류를 먹었던 것인데, 이게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제 미역국을 먹을 때마다 뭔가 사명감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한국의 해조류 식문화에 주목한 것은 르몽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나사에서는 전남 완도군과 해남군 일대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한국의 해조류 양식과 섭취 문화에 주목했었는데요. 그리고 해조류는 더 이상 먹기만 하는 식품이 아니었습니다.
‘녹색 황금’이라는 새로운 별명과 함께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해조류로 만든 연료, 바이오매스.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 14%를 차지하는데요. 이건 석탄보다 높고 가스, 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바이오매스의 가장 큰 장점은 석유나 석탄처럼 공급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갈되지 않는 무한한 에너지원이죠.
또한 저렴하고 폐기물도 사용할 수 있는 버릴 것이 없는 에너지원이라고 하는데요. 아직은 개발단계라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 세계가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재생에너지원이라고 합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통해 바이오 에너지 설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해조류를 가장 잘 먹어서 지구를 구하는 한국이 해조류를 가장 잘 활용해서 지구를 살리는 민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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