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게임 강국 한국. 분명 세계 게임 대회인데 매번 한국인 선수들만 가득해 이게 국제대회인지 국내대회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죠? 이런 한국은 세계 게임 회사들에게 애증의 대상입니다. 게임을 정말 많이 해주는 나라니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인들 때문에 게임 난이도 설정이 어려워서 난항을 겪기도 하는데요.
블리자드 개발팀의 멘탈을 제대로 턴 디아블로3 사건이 아주 좋은 예입니다. 영혼을 갈아 넣어 아무리 한국인들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하루 만에 깰 수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던 디아블로 3. 한국 상륙 6시간 만에 디아블로가 한국인 게이머의 손에 순직.
개발팀의 영혼이 함께 털린 사건. 심지어 이 사건은 시차 차이로 인해 해외에서는 출시도 안 된 상태였습니다. 잘한다 잘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미친 실력일 줄 몰랐던 세계 유저들은 한국인의 게임 실력에 기겁했습니다. 이렇듯 게임은 이제 한국의 강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게임은 그냥 놀이가 아니죠.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직업, 게이머의 등장. 돈도 엄청나게 벌고 있죠. 그런데 한국 사회에 게임이 이렇게나 뿌리 깊게 박혀버린 건 언제부터일까요?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이 게임이 상륙하며 전국에 PC방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한국을 게임 잘하는 나라로 각성시킨 게임, 스타크래프트. 블리자드가 내어놓은 야심작에 그냥 전 세계가 열광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비상했습니다. 오로지 이 게임 덕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PC방들, 그리고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던 청소년들의 비행 문제까지 자연 감소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애들이 다 게임에 빠지면서 술, 담배 같은 비행행위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죠.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한국에는 새로운 스타들도 정말 많이 탄생했습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 폭풍저그 홍진호, 택백리쌍 등 수많은 게이머들이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스타크래프트 유저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플레이 중 어이없게 패배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스타크래프트는 처음 켜면 일단 검은 맵에 자신이 있는 구역만 보입니다. 그건 적도 마찬가지인데요. 서로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른 채 병력을 구성하여 공격하거나 수비를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적이 자신을 마치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공격하는 바람에 어이없게 패배하는 유저들이 속출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플레이들이 쏟아졌는데요. 맞습니다. 잘 나가는 게임에 자라라는 암 덩어리, 핵쟁이의 등장이었죠.
스타크래프트의 암, 맵핵이 성행하며 유저들의 불만은 빗발쳤고 이것 때문에 열받아서 게임을 접는다고 선언하는 유저들도 많아졌습니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갔지만 블리자드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때 배틀넷 유저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wDetector란 맵핵 방지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죠. 효과는 탁월, 조작은 간단. 순식간에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국민 프로그램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등장이 너무나 당황스러운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그건 맵핵을 만든 핵쟁이들이 아닌 블리자드였습니다.
그 이유 wDetector는 자신들이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사람은 한국인 대학생이었습니다. 그가 바로 지금도 갓순철이라 불리는 배틀넷의 파수꾼 원수철씨였습니다.
그가 만든 wDetector는 플레이 중 도저히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는 판단하기 힘든 패턴의 데이터를 감지하게 되는데요. 효과가 너무나 탁월해 제작사인 블리자드도 터치하지 못할 만큼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이 만든 프로그램이었지만 블리자드 측도 암묵적으로 사용을 막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배틀넷을 정말 클린하게 만들어준 갓순철님!
그의 활약은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의 가려운 부분을 아주 시원하게 긁어서 해결해 준 그의 두 번째 프로그램, 다양한 부각기능들을 적용할 수 있게 만든 런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렇게 원순철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며 이번 유저들에게는 천국, 핵 유저들에게는 지옥이 되었습니다.
핵도 방지하고 게임을 더 편하게 만들고 갓순철이라는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업적인데요. 갓순철님은 어쩌다가 이런 갓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일까요? 그도 처음에는 평범하게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유저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 역시 핵 유저들에게 당하는 피해자 유저가 되었습니다.
이런 거지 같은 패배는 계속되는데 블리자드 측은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짜증이 난 그가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 것인데요. 컴퓨터 공학이 전공이다 보니 프로그램 만드는 거야 자신이 있었지만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맵핵 방지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이미 컴파일된 상업용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부분만 쓰는 리버스엔지니어링 과정이 필수인데 문제는 이게 불법이라는 것이죠.
불법이라는 부분에서 망설여졌지만, 자신과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만들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혹시나 블리자드가 이에 대해 법정 소송을 할 것을 고려해 좋은 의도로 만들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 원순철을 당당히 밝혔다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모든 프로그램 앞에는 자신의 이니셜을 따 w를 붙였다고 하는데요. 이런 의도를 블리자드에서도 느낀 것인지 2008년에 제작되어 2009년부터 사용된 원순철 씨의 프로그램은 10년이 지난 2018년까지 법적 조치나 사용 금지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꾸준히 업데이트를 통해 프로그램을 계속 개선해 나갔고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8년 7월 25일 갑작스럽게 w런처의 서비스 종료 공지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이때 사실 많은 유저들은 드디어 갓순철님이 블리자드에 스카우트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를 패치하면서 그의 프로그램을 막은 것입니다. w런처를 막은 거 보니 블리자드는 드디어 스타크래프트 핵 방지에 성공한 것일까요? w런처가 사라진 스타크래프트는 ‘리턴무법시대’. 보안관과 같았던 프로그램이 사라지자마자 다시 수많은 핵들이 부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로 블리자드는 핵을 잡는 것에 실패한 것이죠. 잘 사용하고 있던 w런처를 막아버린 것도 짜증이 나는데 다시 무법 시대로 돌아오니 유저들은 정말 화가 났지만 참고 게임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스타 리마스터가 실시되고 여기에서도 핵 문제가 심각하게 일어나게 되었는데요. 이런 모습을 보고 유저들은 ‘순철님 돌아와 주세요!’ 이렇게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 간절한 바람에 순철님이 응답해 주었습니다. 리마스터용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을 때 리마스터용 호환 버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세계적인 게임 회사도 못 해낸 걸 두 번이나 해낸 원순철님. 진짜 블리자드의 영웅이 아닌가 싶은데요.
블리자드에서는 이런 사람 안 데려가고 뭐 하는지 결국 스카우트 제의는 없었다고 합니다. 대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원순철님은 런처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업을 설립했는데요. 회사의 가치를 알아본 넥슨에서 2018년 전량 인수했다고 합니다. 역시 갓순철님! 앞으로도 한국 게임에서 나오는 멋진 활용들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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