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장입니다. 4월 5일 CJ 이미경 부회장은 LA에서 양자경의 신작 미국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찬을 주최했으며, 이 자리에는 오스카 시상식 참석을 위해 출국한 배우 윤여정, 강동원, 임시완이 함께 참석해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양자경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미나리>의 제작사로 국내에 더 알려진 A24가 제작하고 <스위스 아미맨>의 감독이 만든 영화로, 주인공 ‘에블린 왕’이 혼란스러운 멀티버스 세계로 빠져들어 모험을 통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는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3월 25일 개봉한 이래로 현재 북미 지역의 비평가와 관객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 영화지만 양자경이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가 현지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받자 중국 언론은 마치 자국의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양, 몹시 흥분해 있는 상태입니다. 중국 현지에서는 정식으로 개봉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자랑하는 어둠의 루트를 통해 이미 영화를 시청한 탓에 중국 영화 전문 채널 더우반(豆瓣)에서 8.8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언론도 양자경을 앞세워 슬며시 이 영화가 중국이 만든 영화인 듯한 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 반응]
‘중국 평점 8.8! 양자경 단독 주연의 영화가 현재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다’
’60세에 할리우드 최고 배우가 된 양자경! 중국 여인의 레전드 모습을 보여주며,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렇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중국 언론은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탕웨이를 소환하고 맙니다. 경기도 분당에서 사는 분당댁 탕웨이는 2022년 6월 개봉 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지만 늘 꼿꼿하고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는 여주인공 ‘서래’로 나와 열연을 펼쳤는데요. 영화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것입니다.
그런데 관련 소식을 전하는 중국 언론의 기조가 신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중국 언론 반응]
‘한국에서 이미 국민 여배우로 등극한 중국 배우 탕웨이, 한국 영화를 이끌고 칸 영화제에 참석한다!’
‘칸에 진출한 탕웨이, 또 다른 진출작인 한국 영화 <브로커>의 송강호와 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 영화에 또 후광을 입혀 준 탕웨이, 칸에 정식으로 진출한다!’
자국의 여배우인 탕웨이 덕분에 한국 영화가 칸에 진출했다는 뉘앙스로 탕웨이를 다시 중국으로 소환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탕웨이 자신은 중국에서 다시 영화를 찍을 계획이 없어 보입니다. ‘왕이’ 뉴스는 한국으로 시집간 항저우 낭자 탕웨이가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다시는 영화 <색, 계>의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2007년 개봉한 이안(李安) 감독의 영화 <색, 계>는 탕웨이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영화입니다. 그런데 왜 탕웨이는 다시는 그런 영화를 찍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까요? 이안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시아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 후 그는 중일전쟁 이후 일본군에 의해 점령된 남경(南京)의 친일파 정부에서 일하는 정보부대장을 제거할 목적으로 접근한 여성 스파이가 정보부대장에게 사랑을 느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영화를 만들 구상을 합니다.
당시 이안 감독은 정보부대장에 양조위를 캐스팅하는 등, 나머지 모든 캐스팅은 순조롭게 마쳤지만 지나친 노출신 때문에 여성 스파이 역할을 연기할 여배우를 찾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당시 여주인공 후보로는 장쯔이(章子怡), <화피(畫皮)>의 저우쉰(周迅), 유역비(刘亦菲), 서기(舒淇), 한설(韓雪)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이안 감독은 자신이 요구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는다며 모두 퇴짜를 놓고 맙니다.
굳이 여기서 TMI를 말하자면, 얼마 전 구준엽 씨의 부인이 된 대만의 유명 배우 서희원(徐熙媛 )은 이안 감독의 오디션을 통과, <색, 계>의 출연을 앞뒀지만,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한 노출 수위에 결국 마지막에 스스로 포기하고 맙니다.
이때, 25살에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당시 서른을 앞두고 아직 아무것도 이룬 바가 없던 탕웨이에게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교육계에 몸담고 있던 부모님과 배우의 길을 걷고 있던 남자 친구 모두 영화의 지나친 노출신 때문에 탕웨이의 출연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탕웨이는 이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10,000:1의 경쟁을 뚫고 마침내 캐스팅을 따 내게 됩니다. 탕웨이는 과거 한 토크쇼에 나와 당시 이안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했습니다.
[당시 방송 영상]
Q) 이안 감독의 <색, 계> 시나리오를 받아 들고 많이 주저했나요? 망설이고? 아니면 바로 하기로 결심했나요?
탕웨이) 제가 처음 이안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오디션 대본도 전부 가짜였고, 아무튼 처음 만났을 때 당시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저도 잘 몰랐고요. 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감독님이 저의 삶과 모든 생각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만약 이 작품을 한다면 제가 아주 다양한 지식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마음속으로 같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안 감독은 영화에서 나오는 3번의 베드신에 대해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며,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반드시 넣어야 하는 부분이라 가장 공을 들였다’라고 언론을 통해 말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 때문에 촬영 내내 우는 탕웨이를 달래 가며 촬영에 임했고, 양조위 또한 <색, 계>가 영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할 만큼 배우들에게 <색, 계>의 베드신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색, 계>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8개의 상을 휩쓸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국내외적으로 탕웨이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가 친일 정부와 변절자를 미화했다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2008년 상영금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또한 감독과 배우 중에서도 희생양이 필요했는데, 이안 감독은 이미 거장의 반열에 있었고 양조위 또한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이기에 지명도에서 가장 밀리는 탕웨이가 결국 중국 영화계에서 퇴출당하고 맙니다.
탕웨이는 <색, 계>의 성공을 위해 영화 촬영 전부터 치파오를 입고 이미지 트레이닝하며 극 중 인물과 동화되려 애를 썼지만, 영화가 상영되고 난 후 탕웨이의 이미지는 친일파를 사랑하는 여자로 서서히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노출신 때문에 출연을 반대했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되며 결국 탕웨이는 영국으로 조용히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어둠의 터널 속에서 방황하던 탕웨이는 2011년 자기 남편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던 김태용 감독과 손잡고 찍은 <만추(晚秋)>를 통해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2011년 11월 25일 제3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린 날, <만추>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된 탕웨이는 만감이 교차한 듯했습니다. 소감을 말하던 도중 부모님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청룡영화상 탕웨이 소감 영상]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탕웨이입니다. 이 자리에 서서 행복합니다.
(영어로) 아직 한국어를 배우는 단계라 오늘은 영어로 소감을 말하려고 해요. 감사합니다. 지금 정말 떨리는데요. 이 자리를 빌려 특히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촬영 당시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제게 방해가 될까 봐 시애틀에서 제 촬영이 다 끝날 때까지 저에게 말씀을 안 하셨어요. 촬영이 끝나고 알게 되었는데요. 부모님이 저에게 베푸시는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모님의 지지가 없었다면 <만추>를 끝까지 찍지 못했을 거예요.
(중국어로) 엄마 아빠, 감사해요.
또한 탕웨이는 한국 팬을 향해 즉석에서 콘티에도 없는 최고의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청룡영화상 탕웨이 소감]
(영어로)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과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격려와 지지는 하늘이 저에게 내리신 선물과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덩신왕은 ‘탕웨이가 <색, 계>를 찍으면서 치렀던 대가가 너무 많았다’라며 탕웨이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다시는 이안 감독, 양조위와 함께 <색, 계> 같은 지옥으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저는 충분히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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