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는 ‘신쿱’으로 불리는 ‘신형 제네시스 쿠페’가 등장했습니다. 제네시스 세단과 마찬가지로 내·외관과 파워트레인을 크게 변경하면서 풀체인지급 변화를 이뤄낸 것이 특징이었어요. 먼저 달라진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현대차의 최신 패밀리룩인 핵사고날 그릴을 집어넣으면서 존재감이 확실히 커졌지만, 지나치게 우악스럽고 때로는 괴기스러워 보이기도 하면서 ‘웃고 있는 앞모습’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전작에서 더 나아가 아예 ‘불호’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송곳니를 연상시켰던 안개등은 LED 포지셔닝 램프를 추가해 세련미를 더했고,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후드 위 에어덕트’를 마련해 공력 성능에 도움을 주는 줄 알았지만, 그냥 장식이었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답게 측면의 변화는 미미했는데요. 만능 휠로 통하던 19인치 휠의 스포크 두께를 키워, 보다 견고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 것에 그쳤습니다. 후면부 역시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리어램프 하나로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전구를 써서 아쉬움을 남겼던 전작과 달리 LED로 치장해 고급감과 스포티한 느낌을 동시에 챙기면서 호평받았죠. 개인적으로 달라진 테일램프 그래픽을 보자마자 ‘1세대 아반떼’, 즉 ‘구아방’이 연상됐습니다.
실내도 외관의 변화에 발맞췄습니다. 시인성이 떨어졌던 기존 순정 내비게이션이 드디어 제 위치를 찾아 한결 보기 편해졌고, 디지털 토크 게이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바뀌어 스포티한 감성이 배가 됐죠. 오히려 과거 투스카니가 떠오르는 부분이었어요. 고리타분한 ‘스텝 게이트 기어 레버’도 일자 형태로 깔끔하게 수정했습니다. 이밖에 다소 과하게 느껴졌던 전작의 컬러 트림을 간소화해 한결 차분해졌고, 값싸 보이던 플라스틱의 소재를 바꿔 고급감을 높였습니다. 여러모로 큰 틀은 그대로였지만 각종 요소의 배치를 달리해 조작 편의성을 강화하고 소재감을 개선해 업그레이드됐다는 느낌은 충분히 전달했죠.
보닛 아래의 변화도 상당했습니다. 구성은 기존의 4기통 2.0L, 6기통 3.8L, 2가지 엔진을 유지했지만, 2.0L 엔진에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등 개선된 부품을 탑재해 출력을 크게 끌어올렸고, 3.8L 엔진에는 ‘GDI 시스템’을 더해 마찬가지로 출력과 효율을 높였습니다. 정지부터 시속 100km까지 이른바 ‘제로백 5초대’에 진입하면서 드디어 수입차 부럽지 않은 성능을 제공했죠. 단,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급유를 먹여줘야 했지만, 유종에 민감한 고성능 수입차와 달리 여전히 일반유에도 대응해 있기 때문에 힘이 조금 약해지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마니아들은 이전 모델부터 고급유를 써오던 분들이 있었죠.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를 유지하되 기존의 파워텍 5단, ZF 6단 자동변속기를 모두 신형 ‘현대파워텍 8단 자동변속기’로 대체해 가속 성능과 효율이 함께 개선됐어요. ZF 6단 변속기를 쓰던 3.8L 모델은 체감이 크지 않았지만, 2.0L 모델은 그랜드 스타렉스와 공유하던 전작의 5단 변속기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밖에 탄탄을 넘어 딱딱하기만 했던 전작의 하체 세팅을 손봐 좀 더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제공했고, 2013년 출시된 연식 변경 모델부터 스포츠 서스펜션, 리어 스포일러, 고성능 버킷 시트와 런플랫 타이어를 한데 묶은 ‘퍼포먼스 패키지’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스포츠 서스펜션’이 기존 서스펜션에 비해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거의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게 됐는데, 덕분에 구형 오너들도 승차감, 성능 면에서 더 뛰어난 스포츠 서스펜션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전반적으로 신형 제네시스 쿠페는 전작의 아쉬운 부분을 크게 개선해 상품성을 끌어올린 모델이었습니다. 다만 파워트레인은 이미 제조사에서 튜닝을 거쳐 나온 만큼 반대로 애프터마켓에서의 자유도가 떨어졌고, 고성능 튜닝을 원하는 마니아들은 오히려 엔진이 순수한 구형 모델을 더 선호했죠.
한편, 연식이 쌓인 만큼 여러 고질병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리어램프와 차체를 밀착시키는 씰이 시간이 지나 부식되면서 그 틈으로 물이 들어와 트렁크에 고여 있거나, 이 시기 현대차의 대표적인 고질병인 ‘엔진 프론트 케이스 누유’, 낮은 내구성으로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터보차저가 시간이 지나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왕왕 발생했죠. 신형 모델 역시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고, ‘스로틀 비디’에 카본 찌꺼기가 쌓이면서 냉간 시 RPM이 불안정하게 떨리는 등 자잘한 고질병이 발생한다고 하니 중고차 구매하실 분 들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애초에 얌전히 타라고 만들어진 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고차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튜닝 차량의 경우에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요.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현대 모비스’가 있겠네요. 반면 동급 수입차의 수리비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역시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기 힘든 장르인 만큼 판매 성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2008년 출시부터 단종까지 8년 간 국내 누적 판매량은 약 1만 6,000대, 출시 당시 내수 연간 판매 목표를 5,000여 대로 설정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지만, 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죠. 다행히 북미에서는 단종까지 총 8만 2,000여 대가 팔려 아쉬움을 달래줬어요. 비슷한 시기 GM대우에서는 본토에서 팔리던 소형 로드스터 ‘새턴 스카이’를 들여와 ‘G2X’라는 이름으로 투입했고, ‘닛산 370Z’, ‘미쓰비시 이클립스’, ‘포드 머스탱’ 등 북미 경쟁차들이 우리나라까지 따라 들어와 괴롭혔지만,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제네시스 쿠페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습니다.
수출 시장에서도 흔히 ‘포니카’로 불리는 차들과 비교되며 나름 가성비 좋은 스포츠카 이미지를 얻어 목표대로 북미에서의 현대차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저 그런 디자인과 그저 그런 성능, 그저 그런 품질, 그저 저렴한 가격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던 현대차가 준비한 필살기가 나름 먹혀든 것이죠. 하지만 2016년 1세대를 끝으로 결국 후속 없이 단종되면서 국산 후륜구동 쿠페의 계보는 아쉽게도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포지션은 ‘제네시스 G70’과 ‘기아 스팅어’가 일부 이어받았고, 고성능 브랜드 ‘N’에도 녹아들어 지금은 현대차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됐죠.
항간에는 제네시스 G70이 사실 제네시스 쿠페의 후속으로 준비되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근거로 G70의 ‘K’로 끝나는 프로젝트명과 좁아터진 뒷좌석을 들었는데, G70 뒷좌석 타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다만 스팅어도 프로젝트명이 ‘CK’였던 것을 보면 그냥 후륜구동 중형차 프로젝트에 ‘K’를 붙이는 것 같네요.
여담으로 한국 메이커에 몇 안 되는 스포츠카라는 특수성으로 각종 미디어에 출연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습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포르자 호라이즌’ 같은 걸출한 레이싱 게임에도 얼굴을 비추면서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줬고, 자동차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스크린에 등장하진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려진 소식은 북미 법인에서 협찬을 위해 차량을 제공했고 오프닝 시퀀스에 무려 빈 디젤이 직접 몰고 나올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교체되었다고 하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세단은 다른 영화에서 멋지게 활약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됐죠.
지금까지 현대차의 첫 번째 정통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죠. 또 하나의 제네시스라는 슬로건에 기대하는 만큼 고급스럽지 않았고, 단지 고가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 제네시스 이름을 붙인 느낌이었지만 세그먼트에 처음 진입했음에도 기대 이상 뛰어난 완성도로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탄생 목적은 충실하게 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차는 곧 재산이자 부를 과시하는 수단에 불과할 뿐 성숙한 자동차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던 우리나라 시장 환경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브랜드에서 이런 차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어요.
결국 이 차를 통해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는 후에 제네시스의 엔트리 세단 ‘G70’과 기아의 스포츠 GT ‘스팅어’를 개발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고, 고성능 현대차를 경험했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이 차들을 선택하는 곳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선보여질 진정한 제네시스 쿠페 역시 곧 등장한다고 하니 기대를 감출 수가 없네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출시될 새로운 쿠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다시금 내연 기관이 탑재된 현대차의 후륜구동 쿠페를 우리는 만나 볼 수 있을까요? 다음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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