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성능, 디자인, 브랜드, 가격, 옵션, 연비, 승차감, 하차감, 차를 만드는 국가까지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이 다 채워질 만큼 정체는 가장 많은 것을 고려하고 선택하는 물건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무게가 높은 ‘가치’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안전이죠.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생필품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동시에 크고 무겁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태생부터 안전에 의한 안전을 위한 극한의 콘셉트를 유지한 브랜드, 그리고 그 브랜드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리타분한 할아버지 차에서 벗어나 신세대 볼보의 서막을 알렸던 차! 예비 오너들에게는 이번 반도체 사태가 전혀 와 닿지 않았다는 그 차, 이번 시간에는 볼보의 중형의 SUV ‘XC60’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이 볼보라는 브랜드에 대해 짧게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볼보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자리한 스웨덴 출신 브랜드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편인데, 북쪽에 위치한 만큼 연중 절반이 영하권에 머물 정도로 겨울이 길죠. 볼보 광고에 주구장창 눈 덮인 설산과 서핑 수트를 입은 사람들만 나오는 이유예요.
더 고품질의 목재와 철광석이 풍부한 지역이기도 해서 이를 바탕으로 목공업과 기계공업이 발달했습니다. 덕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스웨덴 출신 브랜드가 꽤 많지요? 볼보의 상징에 아이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겨울이 긴 만큼 당연히 미끄러질 일도 많겠죠? 볼보는 시작부터 강력한 동력 성능, 멋진 스타일보다는 눈길에 미끄러져도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언제나 도로 위에 그득한 제설제에 부식 되지 않는 강한 내구성을 갖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렇듯 다른 유럽 메이커와 차별화된 그들의 차 만들기 방식이 볼보를 안전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했죠.
창립에 얽힌 일화도 흥미로운데, 1920년대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던 스웨덴의 경제학자 ‘아서 가브리엘슨’과 당시 스웨덴 최고 베어링 제조업체 ‘SFK ‘엔지니어 ‘구스타프 라르손’은 어느 날 가진 만찬에서 자동차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긴 대화 끝에 그들이 내린 결론은 “아무리 크게 때려 박아도 안 죽는 차를 만들어봅시다!” 였습니다.
두 사람은 내친김에 테이블 위에 냅킨을 뒤집어 차대를 쓱쓱 그려봤고, 이것이 1927년 볼보의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훗날 이 스케치는 볼보의 첫번째 자동차 OV4 ‘야곱’이 됐죠. 시작부터 남다른 이 회사의 ‘안전덕후’ 기질은 이후로도 계속됐습니다.
유리를 겹겹이 붙여 파손 시 바스라치도록 한 ‘라미네이트 안전유리’를 50년대 선보였고, 무엇보다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아 어깨끈을 더한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모든 승객의 안전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특허를 풀었던 건 볼보라는 브랜드가 자동차 안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90년대에는 ‘사이드 에어백’ 및 ‘커튼 에어백’을 선보이는 등 이후로도 안전에 대한 고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능동형 저속추돌 방지장치인 이 시스템도 가장 먼저 선보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신차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들이 안전해졌습니다. 소재와 설계 계획의 발달로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충돌 안전성 시험에 대응했고, 탑승객의 상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수의 에어백을 동원했죠. 많은 제조사들은 차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에 전문가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고, 단단하게 만드느라 늘어난 무게로 인해 굼뜨고 연비가 나빠지는 문제를 무엇으로 어떻게 해결 할지에 몰두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안전덕후 볼보, 여기에서 만족할 리 없죠? 창업자의 정신에 빙의한 연구진들은 다시 머리를 모았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 “아니, 잠깐 아예 사고를 안 나게 하면 되잖아?” 이렇게 탄생한 장치가 바로 차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막는 저속추돌 방지장치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입니다.
초기에는 시속 50km 이하의 속도에서 앞차의 급정거에 대처하는 정도로 기능이 제한적이었지만, 이후 다양한 센서 및 레이더, 카메라까지 더하면서~ 고속 주행 환경, 자동차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동물을 인식해 사고를 방지하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자율주행 환경에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기능은 오늘 소개할 ‘XC60’에 처음 탑재됐습니다. 여담으로 이름 XC60의 XC는 ‘크로스 컨트리’를 뜻하는데, 육상 경기 크로스컨트리처럼 잘 닦인 도로가 아닌 거친 들판이나 돌길 같은 자연 지형을 극복해 달린다는 의미로 붙여 졌어요.
세단 베이스의 지상고를 높이고, 4륜 구동을 더한 모델에도 크로스 컨트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떠올리면 뭔가 쉽지만… 아무튼 애초부터 SUV로 설계된 좀 더 본격적인 모델에 많이 XC라는 차명을 사용하기로 했나 보네요.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본인들도 헷갈린 모양인데 후속 차종이 V90 크로스 컨트리로 자리를 잡으며 확실히 정립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볼보가 과연 ‘프리미엄 브랜드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분명한 건 볼보는 예나 지금이나 고급차를 만드는 브랜드였습니다. 이전에 포드가 볼보를 비롯해 재규어와 렌드로버, 애스턴마틴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이유 역시 유럽의 프리미엄 메이커를 통해 수익을 높이고, 더 나아가 포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 컸죠. 실제로 이후 자사의 링컨과 머큐리를 한데 묶어 프리미엄 오토모티브(PAG) 그룹을 출범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포드와 한식구가 된 볼보는 기술 공유를 통해 다양한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브랜드의 첫 번째 SUV XC90을 출시해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고, 자신감을 얻어 태동기였던 컴팩트 SUV 시장까지 노리게 되죠. 당시 프리미엄 컴팩트 SUV 시장은 ‘BMW X3’와 ‘랜드로버 프리랜더’ 등 극히 일부 차종만 있었고, 부랴부랴 다양한 브랜드에서 신차를 준비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충분히 해 볼 만한 싸움이었습니다.
2007년 공개된 XC60의 콘셉트카는 기존의 봐오던 볼보를 떠올리면 정말이지 파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두꺼운 철판과 면이 돋보이는 심플한 디자인이 장갑차같이 견고한 느낌을 줬지만 단정함을 넘어 보수적이고 노잼이었던 과거 볼보와는 달리 벤츠 출신 디자이너 스티브 마틴이 주도한 볼보의 새로운 얼굴은 그저 순둥하기 그지없던 이전 모델들과 달리, 멀리서 봐도 한눈에 볼보임을 알 수 있도록 다부진 근육과 강렬한 램프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강조한 디자인이었죠.
이윽고 2008년 선보인 양산형 모델 역시 콘셉트카의 비현실적인 요소만 다듬어졌을 뿐, 전체적인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벤츠 디자이너의 손을 타서일까요? 엠블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벤츠의 디자인처럼 더 커진 아이언 마크가 시선을 사로잡는 전반부는 다른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날카로운 선을 사용해 꽤나 공격적인 인상이었습니다.
여기에 치켜 올라간 캐릭터 라인과 고성능 세단에서나 볼 법한 두툼한 숄더라인으로 가만히 서 있어도 마치 달려나갈 듯 스포티한 측면부, 볼보 외건 라인업의 상징인 세로형 리얼 램프에 LED를 더해 유려하게 마무리한 후면부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여러 경쟁차들 속에서도 그 존재감이 뚜렷했습니다.
고리타분한 부모님 차가 아닌 그 자녀가 타고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볼보였죠. 실내는 준대형 세단 ‘S80’을 출시하며 전면에 내세웠던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기능을 충실히 따르는 형태는 볼보의 다른 모델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깔끔하긴 하지만 어딘가 심심해 보이기도 했던 수평형 대시보드를 운전자 중심 구조로 비틀어 스포티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센터 페시아 상단에 툭 튀어나와 있던 팝업식 스크린 대신 터치 스크린 내비게이션을 계기판과 동일 선상에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고, 이 모든 요소를 해치백 ‘C30’에서 선보인 J커브 형태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플로팅 패널에 깔끔하게 배치했습니다. 덕분에 자동차의 실내라기보다는 나무나 쇠를 깎아 만든 가구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어요. 한 술 더 떠 센터페시아 후방에 수납 공간을 만든 것도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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