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박사님이 주신 김창수 위스키입니다. 이 박사님 표정이 어두워지신 것 같은데, 아까워서 그런다고 하시네요. 아예 새 걸로 2병이나 준비해 주셨어요. 이거 구하기도 힘들고 요즘 비쌉니다. 따고 한 달 정도 에어링된 김창수 위스키도 함께 준비했는데요.
우선 이걸 말씀을 드릴게요. 오해가 생기면 안 되니까 몇 번이고 말씀드리지만, 저희 생명의 물은 김창수 님이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진심입니다. 쓰리쏘사이어티도 마찬가지예요. 저희 생명의 물은 한국 위스키를 비하하려거나 폄하하려는 방송이 절대 아닙니다.
왜 그러냐면 한국 위스키가 잘 될수록 우리는 콘텐츠 거리가 늘어나는 사람들이거든요. 한국 위스키가 대박이 날수록 리뷰할 것도 많아져요.
그러면 맛없어도 맛있다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요. 한두 다리 걸치면 다 얽히고설켜 있어요. 우리 채널은 그러면 안 돼요. 그렇다고 억지로 맛없다고 할 일도 없고, 억지로 맛있다고 할 일도 없고 정말 솔직하게 말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저도 맛을 리뷰할 거고, 이 박사님도 맛을 얘기할 거지만 나는 솔직히 마스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듣고 싶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마스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궁금해할 거예요. 왜 그러냐면 마스터는 적어도 맛에 있어서만큼 누구보다 솔직한 사람이라는 확신들이 있으니까요.
진지하게 리뷰할 때는 진지하게 해야죠. 그게 김창수 님을 위한 거니까요. 정말 열심히 한 사람들한테는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맛을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스터님도 텐션을 조금 낮춰서 더 시음에 대한 것에만 집중하신다고 합니다. 일단 에어링이 좀 된 겁니다. 한 달 정도 에어링이 된 술인데요. 맛있다, 맛없다는 리뷰는 지금 큰 의미가 없어요.
이 박사님께 먼저 감사드려요. 이게 어디서 받은 보틀도 아닌데, 제공해 주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순수하게 리뷰를 위해서 가져와 주셨습니다.
일단 첫 번째 에디션보다는 패키지 디자인적으로 되게 매끄러워요. 여전히 병 모양은 사실 옛날에도 그랬고, 저는 참기름병이 생각나서 그닥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딱 보면서 실링은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세 납입을 한지로 쓴 게 신의 한 수라고 봐요. 힌지에서 약간 이태리 보틀의 향수가 느껴져요.
다음으로 레이블 볼게요. 레이블은 이번에 재질도 그렇고 잘 뽑았어요. 라벨도 핸드메이드로 다 붙였네요. 심지어 이번에 창수님이 일일이 사인을 다 해주셨어요. 그리고 라벨은 디테일하게 한지 같은 걸 썼어요. 디자인 부분은 이 정도로 각설하겠습니다.
이 위스키는 굉장히 많이 먹어본 맛인데요. 대체적으로 대중들은 많이 못 먹어 본 새로운 맛인 것 같은데, 제 생각으로는 위스키에서 나오는 맛이 아닌 것 같아요. 위스키가 아니라 전통주, 전통 증류주에서 나오는 맛에 가깝습니다. 거기에서 먹어 본 맛과 향인데, 조금 변화된 청사과 같은 풋풋한 느낌이 있네요. 그리고 중간에서 끝맛이 아이스크림 다 먹고 난 다음 막대기 빨아먹는 맛이 느껴져요.
첫 번째 에디션처럼 여전히 분리된 맛들이 느껴지는데, 싫은 맛은 아니고 괜찮은 맛들이 분리되어서 느껴지는데요. 애매한 게 스피릿 맛이 좀 강하긴 한데, 굳이 따지자면 글랜피딕처럼 조금 온화한 쪽이네요.
저도 그렇고, 일단 위스키든 뭐든 술이 맛있으면 되지 않겠냐마는 위스키는 시간이라는 근육이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어요. 다양한 맛들을 블렌딩 해서 낼 수 있는 맛이 아니라 시간값으로 완성되는 맛들이 있어요. 내가 아는 맛있는 위스키의 맛은 시간에서 나오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맛의 요소는 많아요. 밸런스적인 걸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고, 킥 차듯이 때리는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볼륨감에서 느껴지는 맛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여러 가지 맛의 요소가 많다면, 그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각자의 취향이 있는 거죠.
제 사견은 위스키를 계속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밸런스적인 요소를 많이 보는 편이기는 해요. 시간값이 위스키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부분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좋은 캐스크냐, 아니냐의 영역이 아니라 시간에 의해 숙성되면서 나타나는 맛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보시면 액체가 잘 섞인 것 같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저는 이게 좀 분리돼 있는 맛이 나요. 한 달 전에 오픈해 놓은 보틀과 방금 오픈한 보틀에서 크게 차이는 안 납니다.
사실 한국 위스키 기원이랑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기원이 볼륨감이 높다면 김창수는 그냥 볼륨감이 낮은 버전의 기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스파이시가 없는 기원이랄까요? 그러니까 기원은 볼륨감이 세고, 타격감이 있는 위스키라면 거기에서 스파이시한 버번 느낌과 볼륨감이 빠지고 걸쳐 입은 옷 몇 개 풀어헤치고 있는 느낌의 술이 이 김창수 같다는 말이죠.
저는 이 술을 갖고 오자마자 바로 먹었어요. 그리고 바로 아버지께 마셔보시라고 했어요.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처음에는 “위스키가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하셨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먹다 보니까 위스키 맞는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저희 아버지는 목 넘김 좋은 위스키를 좋아하시는데, “얼마인지는 몰라도 먹을만하고, 괜찮다…”라고 하셨어요.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이 박사님이 말 안 하고 마시면 ‘미즈나라 캐스크’ 맛이라고 하셨던 부분이거든요. 이 박사님이 예전에 야마자키 1984 미즈나라를 오픈할 때만 해도 1,700만 원이었다고 하시고, 지금도 상당히 높은 금액대를 형성하는데, 당시에 그걸 마시고 욕하셨다고 해요.
미즈나라의 타격감이 그 정도라고 하시는데, 일본 참나무의 특징을 가진 김창수 위스키도 같은 결이라고 생각하셨다고 해요. 야마자키 1984 미즈나라를 딱 마시고 굉장히 실망하셨는데, 일본의 물참나무 맛과 같은 결에서 김창수 위스키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그게 너무 궁금해서 딱 마셨는데, 저랑 마스터는 거의 입맛이 많이 비슷하거든요. 저는 나름 새롭기는 했어요. 왜 새로웠냐? 마스터가 말씀하신 거는 위스키보다는 증류주 쪽에 가까웠다는 건데, 저는 위스키로서만 생각한다면 신선한 맛이라고 느꼈거든요. 저는 적어도 이런 위스키를 마셔본 적은 없거든요.
그러면 과연 그게 좋냐, 나쁘냐고 말했을 때 저숙성임에도 알코올 냄새나 스파이시함이 크게 잡히지 않는 부분에서는 칭찬을 드리고 싶은 거죠. 그래서 창수님이 스피릿을 참 잘 뽑으셨다고 생각했고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입맛입니다. 김창수 위스키 1번대도 그랬고 2번대도 그랬어요.
그럼 저한테 이걸 본질적으로 맛있는 위스키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맛있는 위스키는 아니에요. 음식을 맛있냐, 맛없느냐로 판단했을 때 저한테 이 음식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이 음식이 발효되면서 어떻게 맛있어지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맛을 평가하냐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당장의 조건으로만 본다면 솔직히 제 입맛에 맛있는 술은 아닌 것 같아요. 반대로 좋은 건 뭐냐면 정말 스피릿을 잘 뽑은 술인 건 맞는 것 같아요.
동시에 이걸 ‘위스키라고 할 수 있나?’에 대한 의문은 계속 있어요. 증류주 쪽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이게 왜 위스키일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사실 제가 리뷰하기 전에 말씀드린대로 차라리 화요 XP가 더 위스키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김창수 님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거를 과연 위스키로 봐야 하냐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은데요.
우리나라 법상으로는 1년만 숙성하면 위스키라고 할 수 있으니까 공식적으로는 위스키가 맞다고 하지만,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인문학적인 감성으로는 맛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오히려 화요XP가 위스키 쪽에 가까운 맛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위스키다움이 있는 거죠.
여러분은 만약에 김창수 위스키를 사서 드시거나 바에서 드셨다면 한국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의 맛이 이렇다는 걸 이해해야 해요. 그 이해 없이 마시면 이상한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이거는 지금 한국 보리를 사용하고, 한국의 참나무로 숙성했어요. 거기에서 나온 맛이 이런 거거든요. 제가 봤을 땐 잘 뽑아냈어요.
이걸 미국의 버번 통에서 만든 맛이랑 비교하면 완전히 결이 달라요. 여기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가장 비싼 일본의 미즈나라 캐스크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 거죠. 미국 오크통에서 나오는 냄새가 절대 아니에요. 되게 한국적인 향, 고소하고 약간 약방 한약재 냄새가 나요. 이걸 나쁘게 표현하면 위스키가 아닌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는 거죠.
제가 봤을 때 한국통에서 숙성하면 이런 맛과 향이 나올 수 있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마셔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하지만 추가적으로 던져봐야 하는 명제가 있어요. 한국통을 처음 썼다는 시도는 알겠지만, 저는 어떤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번 했다고 그 결과값이 모든 걸 나타낼 수는 없다고 봐요. 이게 두 번째 시도고, 이후로도 계속 다양한 통을 사용해 보겠죠? 그리고 이게 1년 숙성이잖아요. 그러면 2년, 3년, 그 이후에 나타나는 맛의 변화는 아무도 모르죠.
마스터님은 미즈나라를 꽤 많이 마셔 봤다고 하시는데, 미즈나라에도 좋은 게 있고, 안 좋은 게 있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다 결과 값이 다르다고 해요. 이건 사람이 점지해서 만들어지는 결과값이 아니라, 시간과 자연의 문제라고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걸 통계적으로 봤었을 때 이 박사님이 뭘 얘기하고 싶은지 알 것 같지만, 미즈나라도 다르게 쓰면 여러 가지 맛이 나는 것처럼 결국 한국에서 처음 시도한 이 위스키의 평가로써 이 결과값을 단정 짓기엔 너무 섣부르다는 입장이십니다. 어떤 음식점에서 우연히 한 번 음식을 잘했다고 맛있는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거랑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정말 걸러들으시면 좋을 것 같은 게, 이건 약간의 유머와 약간의 현실적인 발언을 섞어서 한 번 해보자면 저는 통계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과거에서 현실을 찾는 걸 되게 좋아해요. 카발란이 초기에 비해서 임팩트 있는 제품이 안 나오잖아요. 그리고 미국, 중국… 어쨌든 돈으로 때려놔서 술 잘 만들 만한 나라들이 술을 일정하게 못 뽑고 있어요. 그걸 보자고, 우리는 그거 보자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예전에도 한 번 얘기한 적 있을 거예요. “만약에 창수님이 위스키로 성공하신다면 기적이 일어났거나 위스키의 신일 거다…”라는 얘기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그건 모르죠. 내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흔히 말해서 지금까지 위스키를 많이 팔고 잘 나가는 회사들, 흔히 말하는 메이저 브랜드가 살아나는 이유는 이 불안정한 퀄리티에 대한 컨트롤을 완벽하게 해 놨다는 것 때문이겠죠. 그게 결국 기술이고 실력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위스키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냐면 ‘위스키는 통계다’ 수많은 캐스크들 속에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알비노 캐릭터처럼 환상적인 술이 있는가 하면, 그 밑에 있는 나머지들은 섞어서 판매하고, 어떻게 보면 우연히 살아남은 몇 가지 오크통들은 정말 돌연변이처럼 자연이 만들어준 환상적인 위스키로써 판매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위스키가 자연이 만들어서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평으로는 지금 한국 위스키가 한 달 전에 탄생했어요. 모든 게 한국에서 만들어졌어요. 한국 보리, 한국 오크통, 한국 사람… 그렇게 1년을 숙성해서 나온 결과물이 이겁니다. 잘 나왔고, 나쁘지 않아요. 제가 봤을 때는 괜찮아요. 아무튼 이게 한국의 맛이라고 생각하고, 대단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김창수 님에 대한 선입견이 하나도 없어요. 저도 시니컬한 편이고 비판을 통한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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