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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개장을 위해 8년째 비닐하우스에 방치된 수천 년 역사 담긴 ‘고인돌’

  • 이슈

아마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반도라는 지역에 남은 고인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실을 알려주는지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인돌과 같은 거석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자연석 또는 가공된 돌로 무덤을 만들어 숭배하는 숭배의 대표 양식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피라미드, 오벨리스크, 모아이 석상, 스톤헨지 그리고 고인돌 등이 숭배 문화를 나타내는데요. 그중 고인돌은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유럽 등 주로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데, 북유럽의 경우 발트해, 남유럽의 경우 포르투갈과 스페인, 서유럽으로는 프랑스, 영국과 아일랜드가 있죠.

그런데 동아시아, 그중 한반도의 고창, 화순, 강화 등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는데,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는 추정치입니다. 왜냐면 고인돌은 워낙에 거대한 바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인돌이라고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분명 존재할 겁니다.

이런 사실로 보았을 때 한반도는 청동기 시대의 문화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이를 인지한 유네스코는 2000년 고창, 화순, 강화도를 세계유산에 등재시켰고, 이는 전 세계에 분포한 고인돌 중 유일한 세계유산입니다.

그런데 벌써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어야 할 소중한 고인돌 101기를 포함, 집터 917기, 구덩이 355기 등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현시점에서 가장 시끄러운 지역 ‘강원도’에 묻혀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왜냐면 강원도에 랜드마크를 짓겠다며 레고랜드와 이 고인돌들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미키마우스를 시작으로 미니마우스, 구피, 라이언 킹, 도널드 덕, 엘사 등등 아이들이 사랑하는 수많은 캐릭터는 디즈니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캐릭터 덕분에 디즈니는 전 세계 곳곳에 ‘디즈니랜드’라는 테마파크를 건설했는데, 도쿄에 설립한 디즈니랜드의 경우 1년 방문객이 무려 1,700만 명입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이 1,750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연간 한국을 방문하는 규모만큼의 외래관광객이 오로지 디즈니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도쿄를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어마어마하죠.

관광 수입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 이런 테마파크를 갖는다는 것은 지자체 재정이 튼튼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느 정치인에게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치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강원도는 지난 2008년부터 디즈니랜드에 버금가는 레고랜드라는 테마파크를 유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고, 2011년,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레고랜드 개발사업 투자 합의각서를 체결했는데요. 그리고 2012년 레고랜드가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과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불도저처럼 사업을 밀어붙였는데, 예상된 사고가 터지고 맙니다. 문화재 이슈가 터진 것이죠.

지난 5월 5일에 개장한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가 건설된 춘천의 중도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섬’입니다. 유인도이며 시내에서 춘천대교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데, 이 섬은 1967년, 의암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인공섬입니다. 당시 논밭이던 이곳이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관광단지로 개발되었는데, 봄가을 캠핑 명소로 이름이 높았죠.

그러다 2012년, 강원도가 레고랜드를 조성한다면서 이 캠핑장을 폐쇄했는데, 사실 중도는 엄청난 양의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된 곳입니다.

1977년, 국립중앙박물관 조사가 그 계기였는데, 의암댐 건설 후 의암호의 수위 변동이 심해지면서 땅이 깎여나가기 시작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땅속에서 잠들어 있던 문화재가 노출됐습니다. 그리고 즉각 문화재 발굴 조사가 진행되었죠.

그러다 2011년,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 부지로 하중도가 선정됐고, 도청이 발굴 허가를 신청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당시 착공을 앞두고 문화재청에서 현지 조사를 시작했는데, 선사시대 돌무덤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문화재가 땅속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문화재청은 “하중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유적의 존재가 확인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1차 발굴 조사에서 고인돌 101기를 포함해 마을의 경계선을 나타내는 도랑과 1,273기의 청동기시대 집터, 비파형 동검, 토기, 옥구슬 등 신석기시대 유물이 쏟아져 나왔죠. 약 8천여 점의 유물이 보고됐고, 그중 3분의 1이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밝혀졌는데요.

그러나 당시 정부는 ‘글로벌 테마파크 건설’을 국책 사업으로 추진할 만큼 의욕이 강했고, 강원도의 목표도 확실했습니다. 이에 테마파크도 건설하고 문화재도 보호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타협안이 마련됩니다. 계획대로 테마파크를 건설하되, 유적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짓는다는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타협안이었습니다.

테마파크를 건설하면 강원도의 목표대로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아올 텐데, 과연 고인돌 등 선사시대 유적지가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니까요.

문화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약칭 ‘매장문화재법’의 제4조는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은 원형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보호되어야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그 보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지역 전체를 하나하나 붓으로 흙을 털어내며 발굴된 문화재를 박물관으로 가져가는 방법도 있지만, 동 법 제14조에 따라 “문화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발굴 전 상태로 복토하는 것”도 한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흙으로 문화재를 덮어 땅에 다시 묻어 보관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문화재청은 ‘복토’ 방식과 ‘이전’ 방식을 결합시켜 보존하기로 했죠. 환호와 주거지는 흙을 덮어 보존하고, 고인돌 등은 이전 보존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레고랜드 개발사업을 담당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내부에 유적공원을 조성하고 전시관을 만들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올 5월 5일 정식 개장 후 현재까지 깜깜무소식입니다. 공사비 281억 원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전 보존하기 위해 발굴한 2~3000년 전에 축조된 고인돌들은 하나하나 옮겨졌는데, 현재 이 고인돌들은 ‘생태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검은색 가림막에 덮힌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임시 보호시설에서 임시 보호 중인 겁니다. 오래된 고인돌은 벌써 8년째 이 비닐하우스에 방치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더구나 고인돌을 발굴해 옮기는 과정에서 원형이 손상되고 시멘트를 발라 고정하는 등 원래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개발과 보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지점이냐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한 문제이고, 수천 년 전 조상들의 생활상을 직접 볼 수 있는 문화재와 유적지를 보존하는 것도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개발에 너무 치중해 문화재가 홀대받거나 문화재에 너무 집중해 개발 사업이 홀대받는 일도 없어야 하지만, 이번 레고랜드 사태는 문화재가 너무 홀대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금 늦추더라도 문화재를 완벽히 이전하고 보존한 후에 개발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홀대받고 방치된 문화재들을 안전하게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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