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럽에서 ‘한국산 잡초’ 또는 ‘검은 종이’라며 엄청나게 무시받던 식품이 있습니다. 흔해 빠진 이런 잡초를 왜 먹느냐며 한국인들을 은근히 무시하기도 했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었죠. 그런데 이 바다의 잡초가 이제는 전 세계에서 ‘식품계의 반도체’라 불리며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요. 반도체 이후 세계 시장을 완벽히 정리해버린 이 식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1600년대 초, 조선의 제16대 임금이던 인조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기미 상궁이 기미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생처음 보는 음식이 눈에 띕니다. 종이처럼 얇은데 검은 색깔을 띤 이것은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음식이었죠. 그리고는 하얀 쌀밥에 이를 얹어 먹어 본 그는 “이 음식의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는데요. 그러나 당시 음식에 대한 특정한 명칭이 정해지지 않아, 기미 상궁은 “딱히 정해진 이름은 없고 전라도 광양의 김가가 올린 물건이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인조는 “마땅히 이름이 없으니 ‘김’이라 부르라”라고 명했다고 하죠.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하다는 김의 유래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해석이 각자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현재 즐기는 김은 조선 인조 때 ‘김여익’이라는 인물이 최초로 김 양식법을 고안해 널리 보급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국산 김이 현재 전 세계에서 슈퍼푸드라고 불리며 어마어마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 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산 수산물의 전체 수출액은 2조 8,000억 원으로 2020년에 비해 22.4%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여파로 해외로의 수출길이 한동안 막혀 있었지만,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 내 수산물 소비는 오히려 증가했는데요. 그런데 급격히 증가한 품목 중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김인데요. 사실 김은 매년 수산물 수출 품목 중 1위를 기록해 왔는데, 2021년 한 해에만 무려 7,000억 원을 수출했습니다. 2020년 6,000억보다 1,000억 가량이 증가했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국가별로는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대만 등의 전통적인 김 수입 강국뿐 아니라, 그간 수출이 막혔던 포르투갈, 키프로스, 부탄 등이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그중 전통적으로 한국 김을 즐겨 먹던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미국이 1위로 등장했다는 것은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일인데요. 인구수 3억 명을 보유한 미국은 식품 업계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물론 식품 업계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미국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미국은 소위 ‘작은 지구’라 일컬어질 만큼 다종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고 있으므로 미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산 김의 최대 수입국으로 미국이 등장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인데요. 이렇게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수출국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2007년, 한국산 김을 수입한 국가는 총 49개 국가에 불과했습니다만 2017년, 200% 증가한 102개국으로 늘었고, 2018년에는 무려 139개국으로 증가했죠. 전 세계 대략 200개 국가들 중 70%가 한국산 김을 수입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이 정말로 가난했던 1960년대 초, 김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5%를 차지한 적이 있었지만, 이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김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효자 수출품입니다. 이렇게 김 수출 증가가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부가가치 때문입니다. 한때, 한국의 대표 수산물이었던 참치는 먼바다로 나아가 선상에서 직접 수출하고 대부분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크지 않았죠. 김은 외국 기술을 필요로 하거나 외국에 특허료를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이 순수하게 100% 국내 어민의 손에 쥐어집니다.
이렇게 부가가치 100%에 이르는 한국산 김이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두 사건 덕분입니다. 우선 지난 2011년, 창고형 점포로 유명한 미국의 코스트코 관계자들이 PB상품, 즉 자체 브랜드로 김을 선택했습니다. 코스트코 유통업체가 과부하가 걸린 시장에 진출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공조 시스템이 그대로 노출된 물류창고처럼 생긴 매장, 현금이나 특정 카드만을 사용해야 가능한 결제 시스템, 경쟁사들은 채택하지 않는 연회비까지 사실 불편한 점으로 점철됐음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엄청난 충성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자체 브랜드 PB 상품인 커클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커클랜드는 코스트코가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인 만큼 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지만, 품질은 상당히 높죠. 그래서 자체 기준을 정해 불량률 제한선을 넘겨 불량품이 발견된다면 납품을 중단시킬 정도로 엄격한 품질 관리를 적용했죠. 그래서 커클랜드 브랜드를 다는 것 자체로 그 업체의 성공을 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11년, 코스트코는 커클랜드 브랜드를 적용할 한국산 김 업체들을 찾기 위해 관계자를 파견한 것이죠. 한국의 식품 대기업들을 포함해 수많은 중소기업과 미팅한 후, 결국 예맛식품이라는 작은 업체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는 미국 코스트코에 ‘커클랜드 시그니처’를 붙여 수출했죠.
2012년 기준, 미국 내 543개 매장에 김을 납품하기 시작해 캐나다, 멕시코, 호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코스트코가 위치한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사건은 지난 2017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 CODEX가 한국이 제안한 ‘김 제품 규격안’을 아시아 지역 표준 규격으로 채택했죠. 포자를 채취해 그물에서 양식한 김은 총 99번의 손을 거쳐 밥상에 오를 정도로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김을 생산하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3개 국가라고 하죠. 그런데 한국은 세계 최대의 김 생산국입니다. 세계 최대 김 소비국으로 알려진 일본은 한 해 8,000만 톳을 생산하고, 중국은 7,000만 톳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무려 1억 8,000만 톳을 생산한다고 하니 일본이나 중국보다 2배 이상 많은 김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죠.
실제로 2016년에 생산된 전체 김 비중에서 한국이 49%, 일본이 33%, 중국이 18%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덕분에 한국식 김 제품 규격이 아시아 표준으로 채택된 것입니다. 이렇듯 두 번의 주요 사건을 계기로 한국산 김은 전 세계 149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데, 수출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웰빙 열풍을 타고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건강한 식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한때 서양에서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김을 두고 ‘검은 종이’라거나 ‘바다의 잡초’로 무시하면서 눈길도 주지 않았던 때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식품 취급을 받지 못했던 것이죠. 그런데 김이 가진 효능이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김은 칼슘 함유량이 높은 관계로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저칼로리 식품인 관계로 살찔 염려가 없으며 항암효과, 신경 질환 예방 효과, 당뇨 예방 효과 등등 수많은 효능을 지니고 있죠. 그런데 특이하게 한국에서는 주식이 쌀인 관계로 김을 하얀 쌀밥에 올려 싸 먹는 반찬으로 인식되지만, 서양은 쌀이 주식이 아닌 관계로 섭취 방법이 다릅니다. 바로 간식처럼 먹는 스낵으로 소비되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보통 참기름 등을 바른 후 소금을 뿌린 김이 소비되지만, 서양에서는 데리야끼, 매운맛 등등 각종 맛을 첨가하거나 아몬드, 코코넛 등을 첨가한 ‘스낵 제품’으로 소비합니다. 일본에서는 술안주로 김을 소비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위에서 살펴봤듯이 일본이나 중국도 김을 생산하지만, 한국산 김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선은 까다로운 생산 조건 때문입니다. 김은 지저분한 바다가 아닌 깨끗한 바다, 즉 청정지역에서만 생산됩니다. 바닷물이 지저분한 오염된 곳에서는 생산도 어렵고 설사 생산했다 하더라도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정 바다와 더불어 적당량의 일조량과 온도, 밀물이 어우러졌을 때 최고의 김이 생산되죠. 여기에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갯벌이 잘 발달했는데, 갯벌에서 양식하는 우리나라 김은 물에 잠겼을 때 갯벌이 공급하는 풍부한 영양분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고 하죠. 또 한 가지 이유는 조미 기술입니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스시용 김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두껍고 습기만 제거된 김을 주로 생산합니다. 그래서 일본 김은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죠. 한국의 조미 김은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으로 풍미를 더하고 맛과 질이 우수한 소금으로 간을 맞춰 간식으로도 술안주로도 최고로 불립니다. 이 같은 조미 기술은 감히 일본이나 중국이 따라 할 수 없는 한국만의 독보적인 기술인데요. 최근엔 태국이 한국으로부터 김 양식에 필요한 재료들을 수입해 다시 외국으로 수출하면서 떠오르는 중이라고 하죠.
한 해 7,000억 원을 벌어들이는 김은 분명 효자산업이 확실합니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외국인들에게 김을 소개할 때 김이라고 하지 않고 ‘Seaweed’라고 소개합니다. 이는 비단 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식품을 외국에 수출할 때 공통적으로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데 이는 상당히 잘못된 일입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과도한 친절함에서 발생하는데요. 요즘은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한국의 전통음식인 고추장을 ‘Korean Hot Paste’라고 표기합니다. 미국인들이 고추장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고추를 갈아 만든 한국식 반죽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외국인들은 이것을 한국 전통 음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멕시코에도 핫 페이스트가 있고 태국에도 핫 페이스트가 있기 때문에 그저 한국에서 만든 것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합니다. 즉 고유명사로 자리 잡지 못한다는 것이죠. 또 다른 예로 파전을 들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식 파전을 만들어 주면서 ‘파전’이라고 사용하지 않고 ‘Korean Pancake’라고 설명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팬케이크를 이렇게 만드는구나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합니다. 절대로 파전이라는 고유명사로 발전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 식품은 외국에 수출하더라도 고집스러우리만치 한국식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한식의 세계화에 일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완전히 일본식 표현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죠. 가령, 김은 ‘Nori’, 다시마에는 ‘Konbu’ 등으로 쓰고 있지만, 한국은 김이든 다시마든 전부 ‘Seaweed’로 써버려 외국인들에게만 유용하게 쓰고 있죠. 그래서 김은 ‘Gim’으로 표현해 고유명사로 인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실 일본인들은 자국 식품을 외국에 수출할 때는 무서우리만치 철저합니다. 표고버섯을 ‘신타케’, 만두를 ‘교자’, 고추냉이를 ‘와사비’, 민물장어를 ‘우나기’로 표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어권 사람들은 미국 마켓에서도 ‘우나기’를 찾고 ‘와사비’를 찾죠. 초밥을 뜻하는 ‘Sushi’를 두고 그 어떤 외국인들도 ‘Japanese California Roll’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너무 친절한 탓에 영어식 표현으로 모든 한국 식품을 바꿔버리니, 이 미국인들이 ‘김밥’을 찾는 것이 아니라 ‘Korean Sushi’를 찾고 ‘신라면’을 찾는 것이 아니라 ‘Korean Noodle’을 찾습니다. 아쉬운 일이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소개할 때는 ‘홍길동’, ‘고길동’, ‘김길동’처럼 고유 이름을 불러주지, ‘제일 친한 놈’, ‘고등학교 때 만난 놈’, ‘군대에서 만난 놈’ 등으로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름은 모르고 그냥 저렇게 인식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렇듯 한국에서 수출하는 모든 제품들에는 한국어를 영어로 표현해 보급해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한국 식품들의 고유한 영어 발음을 정해 두고 한국 식품이 외국으로 수출할 때는, 반드시 이를 따르도록 하는 약간의 강압적인 방식을 적용한다면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때 잡초라 불리던 ‘김’은 여전히 ‘Seaweed’라 불리며 매년 7,000억 원이 넘는 수출을 달성하면서 당당히 수출 효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Seaweed’가 아닌 ‘김’으로 당당히 표기해 세계 시장에서 팔리기를 기도해 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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