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적을 썼습니다.
아마 모든 한국팬들은 목요일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이 스페인을 잡고 16강전에 진출하면서 부러운 마음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포르투갈전을 지켜봤을텐데 한국도 기적을 썼습니다.
포르투갈을 기적적으로 잡아내고 조 2위로 16강전에 진출했고 이제 브라질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16강전 진출이 확정되고 상당히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지만 모두가 정신없는 그 와중에 이걸 신경썼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참 보기 좋았는데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 아마 모든 축구팬들은 두 다리를 쭉 뻗고 주무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포르투갈을 잡고 16강전에 진출했는데 역전골이 후반 종료 직전에 터졌으니 그 두근거리는 심장을 누르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경기를 지켜본 우리도 그랬겠지만 경기를 직접 뛴 선수들의 감정이야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 그리고 수많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러 다니면서 선수라면 누구나 기본을 잊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간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황인범 선수에게 감동받은 장면이 있습니다. 이 사진에는 황인범 선수와 결승골을 기록한 황희찬 선수가 등장합니다.
두 선수는 태극기를 들고 바라보고 있는데 왜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장면이 아니라 이 사진을 주목한 것일까요?
왜냐면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태극기를 드는 방법이 틀릴까 고민한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태극기의 붉은색은 양, 푸른색은 음을 의미합니다. 좀 더 쉬운 말로는 태극은 음, 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이며 불처럼 타오르는 태양과 물이 땅에 모여 푸른 바다를 이루는 것인데 이런 이치로 보자면 태양은 위에, 물은 아래 위치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네 모서리에는 왼쪽부터 건괘, 이괘, 곤괘, 감괘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면에서 보았을 때 붉은색이 위로 오도록 하고 관계를 건괘를 의미하는 3개의 검은색 괘를 왼쪽 위로 올라오도록 배치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한 전직 대통령은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엄청난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죠.
그런데 포르투갈 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황인범 선수와 황희찬 선수가 태극기를 꺼내 드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제대로 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영상으로 남았습니다.
최초 두 선수가 태극기를 꺼냈을 때 붉은색은 위로 올라와 있었으나 건괘가 아닌 곤괘가 위로 향해 있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태극기 앞뒤가 바뀐 상황이었죠.
그런데 두 선수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건괘를 왼쪽 상단으로 오도록 고쳐 들었습니다.
제가 이 모습이 감동이었던 것은 예전부터 황인범 선수의 태극기 사랑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단체 사진에 찍힌 태극기도,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어깨에 두는 태극기도 잘못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적어도 황인범 선수만큼 예외 없이 제대로 태극기를 들었습니다.
황인범 선수의 태극기 사랑은 아주 유명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1일 한국은 이란을 불러들여 A매치 경기를 가졌습니다. 당시 한국팀은 어렵게 싸운 끝에 이란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경기도 후 황인범 선수가 카메라에 포착된 모습은 놀라웠습니다.
한 팬이 그에게 태극기를 건네주었고 그는 태극기를 받고는 무릎을 받치고 고이 접어 들고 갔죠.
한국 선수 중 그 누가 태극기를 함부로 다루겠냐마는 어제 영상을 본 후 이 사진을 보니 다시금 황인범 선수를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때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하던 그가 즐겨하던 세리머니 역시 태극기 세리머니였습니다.
올해 초까지 러시아 루빈 카잔에서 활약하던 황인범 선수는 루빈 카잔에서 골을 넣은 후 태극기 세리머니를 보인 적이 있었는데요.
골을 기록한 직후 오른발 정강이를 들어올리더니 스타킹에 새겨진 태극기를 보여줬습니다.
양말에 태극기를 새겼다는 것은 좀 특이했는데 당시 그는 “국민들이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힘을 주고 싶었다”며 세리머니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저 역시 피지컬이 뛰어난 러시아 선수들 속에서도 나름의 장점으로 어필해서 살아남고 있듯이 우리 국민들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힘을 내 갖고 계신 장점들을 잘 발휘 했으면 하는 담았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곧 16강전이 다가옵니다. 브라질이라는 어려운 상대를 만나지만 어려운 팀일수록 근성을 보이는 민족입니다.
16강전에서 세워질 기적에 황인범 선수가 중요한 역할을 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YouText의 콘텐츠는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