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닥터프렌즈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의학의 역사’ 시리즈입니다. 이번 주제는 ‘해부학의 역사’입니다. 약간 의대생 하면 해부학책 들고 다니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닥터프렌즈에도 제일 먼저 올린 콘텐츠가 “의사들이 말해주는 해부 실습”이었습니다.
해부학이 의대 교육의 상징 같은 느낌인데요. 근데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그걸 이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오래된 해부에 대한 기록은 뭘까요? 고대 그리스? 기원전? 사실 이런 정도의 기록은 굉장히 많아요. 예를 들어서 상대편의 배를 베었더니 안에 있던 내용물이 쏟아져 나와요. 근데 거기에 상대가 먹었던 것들 있더라… 그런데 이것도 사실 해부학의 기록일 수 있잖아요. 이런 것도 기록으로 친다면 기원전 3000~4000년까지 올라가는데요.
이런 가장 오래된 기록을 제외한다면 역시 이집트입니다. 빠지지 않아요. 기원전 3000년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미라를 만들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해부학적 지식이 해박했을 거 같잖아요. 장기는 ‘카노푸스의 단지’에 보관했다고 하죠.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요. 왜냐면 미라가 되는 분들은 고귀하신 분들이란 말이죠. 배를 많이 가르지 못하고 조금만 열어서 손을 넣어 끄집어낸 다음에 분류하는 거예요. 그래서 안에 뭐가 있긴 있는데, 이게 정확히 어디에 달려 있고 무엇을 하는 장기인지에 대한 것들은 전혀 몰라요. 약간 실용적인 학문인 거죠.
그리고 중국에서도 비슷한 기록이 있습니다. 기원전 1000~2000년 전부터 있는데, 여기는 조금 더 상상력이 가미돼 있어요. ‘음과 양’, ‘오행의 조화’, ‘안에 뭔가 순환하는 것이 있다…’ 지금 와서 우리가 보면 뭔가 림프나 이런 것들을 형상화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알 수 없죠.
그 외에 바빌론이나 메소포타미아 등 문명이 있었던 곳에는 비슷한 기록들이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해부, 정말 의학이나 어떤 사람의 몸을 알리기 위해서 시행됐던 해부는 고대 그리스부터였어요.
현대 해부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분이 있습니다. ‘헤로필로스’라는 분인데요. 이분이 정말 대단해요. 동맥과 정맥을 구분할 수 있고, 엄청 선구자적이었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이 3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우심방이 혈관의 일종으로 인식이 됐어요.
근데 헤로필로스는 “아니다. 심장은 4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했고요. 또 놀라운 건 신경을 힘줄과 근육, 혈관과 구별했어요. 신경이란 게 있는데 그게 우리 몸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으며, 신경에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어떤 것은 감각과 연관돼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대뇌와 소뇌를 구분할 수 있었고요. 이전까지는 원래 생각은 가슴이 하는 건데, 그 생각이 격해져서 머리 쪽으로 올랐을 때 차갑게 냉각시키는 곳을 뇌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헤로필로스는 “뇌야말로 지성체를 의미하며,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거다.”라는 주장을 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자궁이라는 곳은 속이 빈 기관이다.”, “고환 안에는 부고환, 정낭 등이 있고, 여기서 정자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전립선이라는 것도 있다.”라는 것들을 다 밝혀냈어요. 생긴 거를 아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치는데, 기능을 어떻게 알았을까?
헤로필로스가 주로 활동했던 곳은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예요. 원래 이집트의 도시였는데, 알렉산더가 정복해서 만들어낸 도시죠. 실제 그리스하고는 조금 떨어져 있어요. 아주 번화했지만, 변방인 도시였죠. 여기는 처음에 그렇게 법이 엄격하지 않았어요. 이곳에 있는 지배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형의 한 방식으로 헤로필로스한테 사형수를 건네주고 죽을 때까지 해부하게끔 했어요. 살아있는 사람을 해부하니까 헤로필로스가 신경의 존재도 알아낼 수 있었던 거죠. 어떤 신경을 제거했더니 팔은 툭 처졌는데, 감각은 느껴진다는 걸 알아내면서 신경의 종류가 2가지라는 것도 알아낼 수 있었던 거고요.
이건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잖아요. 그때 당시에 생각하면 어떻겠어요? 말이 안 되는 악마의 짓인 거예요. 그래서 이게 밝혀지고 나서 1,000년 넘도록 사장이 돼요. 그리고 헤로필로스가 주장했던 모든 것들은 악마의 지식처럼 치부돼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당시 그리스 문화권에서는 ‘레테의 강’처럼 사람이 죽으면 뱃사공한테 노잣돈을 주는 등 내세에 대한 믿음이 되게 확고했어요. 바이킹 같은 경우는 싸우다가 전사로서 죽어야 ‘발할라’, 그들의 천상으로 간다는 믿음이 있었고요. 그런 와중에 시신을 해부한다는 건 망자의 영혼까지 타락시키는 거였어요. 심지어 살아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해부한 거잖아요.
그래서 헤로필로스는 완전히 매장이 되고, 로마에서 법을 세웁니다. 동물을 할 수 있지만 인간 해부에 대해 ‘인간을 해부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법을 세워요. 중국은 비슷한 시절 공자님이 나옵니다. ‘신체발부수지부모’ 상처가 나도 안 되고, 머리카락도 못 자르게 하는데 해부를 할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인간에 대한 해부가 공교롭게도 동서양이 비슷한 시기에 금지가 돼요.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체를 훼손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생겼나 봐요. 내세에 대한 믿음이 같은 것들이 점점 강해졌고요.
그다음에 등장한 게 ‘갈렌’입니다. 헤로필로스가 현대 해부학의 아버지로 최근에 굉장히 재조명되고 있는데, 갈렌은 아예 해부학의 아버지 그 자체예요. 이 사람이 제시하는 학문이 좀 신기해요. 비교해부학입니다. 사람을 해부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원숭이나 돼지를 해부해요. 그리고 ‘이걸 사람으로 치면은 대충 이렇지 않을까?’ 하는 반쯤 상상으로 하는 방법이에요.
그러니까 비교해부학으로 오히려 인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거죠. 근데 어차피 사람은 해부할 수 없으니까,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추정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중세까지 이 수술의 많은 오류가 갈렌의 해부학에서 유래한 것이 많아요.
우리가 배운 건 동물인데, 막상 수술은 사람으로 하니까 잘 안 되겠죠. 제일 다른 게 뭐냐면 동물하고 사람은 관절 자체가 달라요. 거꾸로 돼 있잖아요. 그래서 관절부터 다르기 때문에 굉장한 오류가 많은데, 이게 교정이 안 돼요.
그 상태로 시간이 계속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이게 개선된 게 1200년대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면서예요. 유럽과 이슬람 문명이 부딪히죠. 근데 여러 기록을 보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페르시아 때부터 인체 해부가 공공연하게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용인되어서 시행되었다고 추정이 돼요.
그러니까 유럽 귀족이랑 이슬람 문명 귀족이랑 붙어서 똑같이 다치면 유럽 귀족은 죽는데, 이슬람 문명 귀족은 살아요. 서로 전투하는데, 한쪽은 치료가 안 돼서 죽고 한쪽은 살아요.
그럼 전쟁에서 이길 수 없으니까 1200년대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5년에 한 번 정도는 해부를 할 수 있게 하자고 공표해요. 개인마다 5년 주기의 제한을 갖고, 무조건 교수형에 처한 사람에 대해서만 할 수 있었어요. 죽은 사람에 대해서만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예를 들어서 A라는 의사의 해부 차례인데, 다른 의사들도 해부하는 걸 보고 배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해부가 굉장히 공개된 석상에서 하게 됐어요. 당시에 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밤낮없이 빨리 썩는 부분부터, 배부터 열어서 밤새워서 계속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 2~3일 동안 해부가 진행돼요.
당시에는 해부를 집도하다가 과로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대요. 해부를 해봤고, 안 해봤고에 따라서 인체에 대한 지식이 다를 수밖에 없고, 직접 해봄으로써 수술에 대한 실력이 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열정이 클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리고 또 의사 중에 입이 싼 사람이 있어서 자기만 배우면 되는데 집에 가서 친구들한테 “이번에 해부하는 데 갔더니 진짜 신기하더라. 사람이 이렇게 생겼고, 설계가 이렇게 돼 있더라…” 그러면 일반인들도 너무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일반인 중에는 돈을 내고서라도 보겠다는 사람이 생겨요.
그때부터 해부가 극장에서 열리게 돼요. 일반인들도 있고, 가까이에 의학도들이 있고… 그런 문화가 점점 형성되면서 어떤 축제의 한 부분이 돼요. 마을이나 지역 축제에 해부가 있어야 제대로 된 축제처럼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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