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받은 돈을 찾으려면 꼬박 하루가 걸리던 나라, 캄보디아. 앉은자리에서 은행 직원의 얼굴을 한 번도 안 보고 몇 시간 만에 대출도 나오는 이 시대에 계좌이체 처리가 하루나 걸리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불편할 것 같은데요. 캄보디아에서 이렇게 계좌이체가 오래 걸렸던 이유, 실시간 계좌이체가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시간 계좌이체가 안 된다는 건 생각보다 더 불편했습니다.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캄보디아는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는 왜 하필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한 걸까요? 그리고 한국의 도움을 받은 지금의 캄보디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캄보디아는 21세기가 들어서기 직전까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1987년 1인당 GDP가 18달러. 180도 아닌 18달러였습니다. 당시 세계 평균 1인당 GDP가 1,000달러였으니, 얼마나 가난한 나라였는지 실감이 되실 건데요. 하지만 지금의 캄보디아는 매년 7%의 엄청난 성장률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하는데요. 캄보디아는 태국, 라오스, 베트남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해안선을 통해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도 접근성이 우수하다 보니 동아시아의 물류 요충지로 급부상 중입니다. 거기다 외국계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제한이 적다 보니 캄보디아에 투자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캄보디아로 떠나는 나라와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도 투자에 뛰어들었는데요. 2015년까지 캄보디아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 1위가 한국이었습니다. 덕분에 농업에만 의지하던 캄보디아의 경제는 의류 봉제, 부동산, 관광업 등 다양한 산업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다 보니 캄보디아 정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금융 인프라. 2010년대 후반까지 캄보디아에서는 타은행에 송금한 돈을 찾으려면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산업이 발달하고 있더라도 금융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보급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실제로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 중에서도 인터넷 금융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같은 경우에는 금융 시스템이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캄보디아의 금융 시스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재테크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실정이었는데요. 계좌 송금에도 하루가 걸리는데 주식투자는 꿈도 꿀 수가 없었습니다. 캄보디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던 이유는 은행 간에 공동망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 금융거래하기 위해서는 은행 간의 공동망이 필수입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고 판단, 눈부신 발전을 보여줬던 나라이자 캄보디아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고 있던 나라인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국의 금융 인프라는 선진국 중에서도 상당히 상위권에 들어가 있습니다. 실시간 계좌이체는 기본, 통장 없이 스마트폰으로 ATM기에서 돈을 찾을 수도 있고, 현금이 아닌 카드를 주로 이용 중, 몇 년 전부터는 카드조차 스마트폰에 넣어 이용하고 있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송금, 대출, 주식 등 거의 모든 금융 업무가 가능해지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재테크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금융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다 보니 여기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해외에서도 당연히 될 거라고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나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아직까지 지폐를 선호하는 나라도 꽤 많기 때문이죠.
2014년 한국과 캄보디아는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에 관한 협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사업 계획을 세웠고 한국국제혁력단에서 800만 달러를 지원해서 2017년부터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마무리하게 되었고 송금하고 인출하는데 하루가 걸렸던 캄보디아는 이제 한국처럼 간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실시간 계좌이체가 가능해졌다는 개념이 아니라 주식도 할 수 있고, QR코드로 물건을 결제하고, 선진국처럼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되면 금융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캄보디아의 IT 수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좋은 시스템을 구축했어도 그것을 활용하려면 많은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요. 캄보디아는 모두의 생각을 뒤집어버렸습니다. 금융의 불모지였던 캄보디아가 지금 핀테크 ‘기회의 땅’이 되었습니다.
국가지급결제시스템이 구축되고 모바일결제 플랫폼이 급속도로 커지더니 2019년 기준 모바일결제 시장 규모만 약 2조 5천억 원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캄보디아에 핀테크가 자리 잡게 되면 2배 이상 성장할 거라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캄보디아 국민들의 은행 이용률은 22%밖에 되지 않지만 1인당 휴대폰을 1대 이상 보유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캄보디아는 정말 특이하게도 유선통신 보급률은 1%도 안 되는데 이동통신 보급률은 116%입니다. 이동통신 보급률이 높은 만큼 모바일을 이용한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죠. 더 놀라운 것은 캄보디아는 기존 인프라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핀테크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몇 년 후면 우리나라 핀테크 수준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의 불모지였던 캄보디아에 한국의 노하우가 그대로 구축된 결과가 정말 놀랍지 않나요? 최근 캄보디아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 등 한국의 메이저 은행뿐만 아니라 JB전북은행, DGB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13개도 진출했습니다.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이 설립한 은행까지 합하면 한국계 은행만 18개가 된다고 하는데요. 진출한 한국 은행들은 대부분 큰 순이익을 내는 중입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의 우리은행은 캄보디아에서 5대 은행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캄보디아 진출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고 하는데요. 신한은행 캄보디아 법인은 현지 진출 한국계 금융 회사 중 처음으로 디지털 혁신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KB국민은행은 자회사인 KB캄보디아은행이 현지 금융권 최초로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 1년 만에 천만 불을 돌파했습니다. 현재는 소액 금융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중이죠.
이렇게 한국 금융업계가 들어가면서 쌓은 신뢰는 다른 한국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캄보디아에서 한국 기업들의 멋진 활약이 들려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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