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또 공황장애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공황장애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생긴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보통 공황장애가 생길 때 스트레스 상황에서 공황발작이 한번 심하게 오고, 그다음에 또 공황발작이 재발하는 게 일반적인 경과기는 합니다. 그렇게 보면 스트레스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이기도 하죠. 이게 스트레스로 인해서 생기기는 하지만, 원래 공황발작 자체는 스트레스 없이도 생기는 게 특징이기는 합니다.
심지어 자는 중에도 특별하게 악몽을 꾸고 난 것도 아닌데도 갑자기 공황발작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렇게 스트레스로 시작했지만 스트레스 영향 없이도 공황장애가 심해지는 게 공황장애의 무서운 면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제 환자 중에도 보면 꼭 어떤 스트레스가 있거나 사람 많은 곳에 있다가 생기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집에서 누워서 TV 보고 있는데 생기기도 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심장 두근거림이나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 되게 다양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책에 보면 김한준 선생님이 쓰셨던 부분 중에 환경적 요인, 이 부분에 보면 스트레스 표가 나와요. 이거는 이제 저희가 학교에서 배울 때도 많이들 봤던 표예요. 정신과 교과서에 이 표가 있었어요. 이름은 ‘Holmes Rache 스트레스 척도’라고 미국에서 정신의학자 두 분이서 어떤 스트레스들이 질병으로 가장 쉽게 이어지는지 연구한 결과를 표로 정리한 걸 책에 실어놓은 부분이 있습니다. 43개의 스트레스 요인들 중에, 미국 기준이긴 하지만 스트레스 요인 1번으로 배우자의 죽음이 있고, 두 번째는 이혼, 세 번째는 배우자와의 별거… 이렇게 쭉 1등부터 43등까지 순위를 매겼는데요. 상대적인 거고 문화의 차이도 있는데, 사실 이런 것도 독특하잖아요.
이렇게 점수를 합산해서 1년 사이에 예를 들어 몇 점이면 심한 수준, 몇 점이면 중간, 몇 점이면 낮다… 대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건데, 그냥 참고로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이렇게 표를 실어놓은 이유는 점수가 높은 사건일수록 공황도 조금 더 유발될 수 있다고 참고로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서 실어봤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홈즈-라헤 스트레스 척도’를 이용해서 기업에서는 어떤 사건을 겪은 직원들이 있으면 상담 서비스 같은 걸 제공하거나 한다는 얘기들을 들었어요. 예를 들어 직원 중에 이혼한 분이 있다면 여기 스트레스 지수 73점을 받으신 거잖아요. 그러면 한번 선제적으로 상담을 권해 본다거나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얘기를 좀 들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긴다는 게 스트레스 지수 14위에 39점 정도가 되네요. 꽤 상위권이죠. 이게 사실 되게 축복인 건데, 제 주변에도 아이를 임신했거나 출산한다고 하면 어떤 압박감, 부담감이 있다고 하던데요. 부모가 되는 거에 대해서 많이 긴장하고, 좀 부담을 느끼시고… 산후우울증 같은 경우도 어떻게 보면 ‘내가 엄마가 됐는데 잘 못해내면 어떻게 하나…’ 느끼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다 아이 위주로 바뀌고, 너무 생활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어쨌든 이런 스트레스 척도를 또 소개해 주셨으니까 내가 이런 일을 겪었거나 혹은 주변 분들이 이런 일들을 겪었다면, 최근 1년 사이에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표를 참고해서 한 번쯤은 주의를 기울여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지나치게 감정을 억제하고 억누르는 분들은 또 이런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데, 이렇게 스트레스 척도로 따로 평가할 정도로 그게 그냥 넘길 만한 이벤트들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승진이라든지, 크리스마스 같은 휴일도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고요. ‘왜 그렇게 스트레스받아?’ 이렇게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개개인 차가 있을 수 있음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말씀드린 것처럼 긍정적인 변화도 다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 것 같고, 새로운 어떤 역할이라든가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편한 일은 아니거든요. 물론 닥터프렌즈도 장족의 발전해서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의학채널 중의 하나인데, 그게 사실 때로는 어떻게 보면 조금 스트레스이자 프레셔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동안 변화가 막 있을 때는 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또 그 변화에 적응되면 괜찮아지기도 하고… 어쨌든 그런 역할이 바뀔 때마다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엔 개원 준비를 하는 과정, 페이 닥터로 일하다가 또 개원한다는 것도 큰 변화였고요.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네요.
다시 공황장애 얘기로 돌아가면 스트레스가 공황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서 이렇게 스트레스 척도도 나오는데, 일단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공황발작이 한 번 생겼다고 하면 사실, 그다음에 생길 수 있는 일들은 조금 더 무서운 부분이 있습니다. 흔히 저희가 ‘조건화’라고 얘기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이제 한 번 공황발작이 생기면, 그다음 공황발작은 조금 더 생기기 쉽다는 개념이 되고요.
스트레스로 오는 반응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가슴이 답답해진다, 머리가 아프다, 두근거린다… 사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반응일 수도 있는데, 이게 만약에 공황발작으로 물꼬가 한번 트이면, 그다음에 이제 물꼬에서 물이 흘러갈 수 있는 그런 어떤 역치는 훨씬 낮아진다는 거죠. 일단 물길이 이렇게 생기니까 거기로 또 물이 계속 흐르기가 쉽다는 거죠. 처음에는 둑이 무너지기가 어렵지만요. 실제로 공황발작이 생기는 데에는 원시시대부터 이제 사람의 뇌 아주 깊숙한 곳에 ‘공포 회로’라는 신경회로가 있는데, 그런 회로도 굉장히 활성화돼서 악순환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고요.
만약에 이제 한 번 공황발작이 이렇게 생겼다면 계속 악순환되는 과정도 있지만, 공황발작을 초기에 막으면 이런 악순환을 거치기 전에 미리부터 공황발작이 심해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탈감작’이라고 하는 개념을 소개하고 싶은데, 회의 중 이런 두근거림 혹은 커피를 마시고 두근거릴 때도 평상시는 그렇게 두근거리고 끝날 게 만약에 공황발작으로 재발되는 분들은 공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만약에 이런 물꼬를 조기에 차단한다면, 예를 들어 제때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으면 그렇게까지 물꼬가 더 커지지 않고 좁아지면서 막힐 수 있기 때문에 치료도 늦지 않게 받으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비상약을 저희가 드릴 때가 있어요. 환자분이 이제 비상약을 갖고 계실 때 공황발작이 불안으로 인해 올 수 있지만, 커피를 과도하게 마신다든지 하는 상황에 나타나는 증상은 약을 복용함으로써 조기에 차단해 주면 불안 자체를 겪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지고요. 또 내가 그걸 컨트롤했다, 어쨌든 약의 힘이지만 동시에 약을 먹은 건 나니까… 그렇게 함으로써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불안을 끊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이 책에도 나오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이런 얘기가 공황발작을 한 번 겪으면 굉장히 예민해지셔서 평상시에는 중요한 발표 앞두고 긴장하고 두근거리는 게 당연한데, 그것 때문에 좀 두려워 하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리고 커피 마시는 걸 피한다거나 운동하시는 걸 피하는 거… 그러니까 운동이나 커피를 하면 심장 두근거리는 게 당연한데 그런 증상도 많이 견디기 힘드셔서 삼가는 부분들도 있으신 것 같아요.
이렇게 공황장애와 스트레스, 이런 환경적인 요인에 대해서 다뤄봤고요. 단순히 공황장애는 또 약물치료만 필요하지 않고, 이런 얘기를 또 진료실에서 주치의 선생님한테 들으면서 ‘아, 내 상태가 그래서 지금 이렇구나…’라고 좀 이해하면 환자분들이 훨씬 편안해지실 수 있고요. 공황이라는 게 그냥 한 번 있고 사라졌다고 지켜보시기보다는 발작이 지속되고 한다면 꼭 병원에 오셔서 상담받아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권투에서 제일 아픈 펀치가 예상하지 못한 데서 날아오는 펀치래요. 다 방어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어디서 갑자기 확 날아오면 진짜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대비가 안 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펀치는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게 이제 어떻게 올지 대충 알아요. ‘이제 오겠구나, 그래 이 악물고 한 번 버텨보자!’ 정말 그런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면 좀 덜하다고 하더라고요.
정신과 선생님들이 설명해주신 부분들을, 이런 설명들을 진료실에서 듣고, 그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대비하고 알고 있으면 적어도 공황발작이든, 불안이든 버티는 데에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공황장애 시리즈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또 같이 이재병, 김한준 선생님과 찾아뵙도록 할 테니까 많이 기대해 주시고요.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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