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자해를 하는 사람들이 자해를 하는 이유는 굉장히 많은 원인들이 있기 때문에 딱 꺼내서 얘기할 수 있을 만한 건 없는데, 그래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공통적으로 이게 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제일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정서 조절의 어려움인 것 같아요. 정서의 종류는 되게 다양할 수 있겠죠. 우울해서라거나, 굉장히 슬프다거나, 혹은 화가 난다거나, 짜증 난다거나, 나 자신이 너무 싫고 자기 혐오감이 들어서 그렇게 한다는 분들도 있는데요.
어쨌든 굉장히 다양한 정서를 굉장히 강하게 경험을 하면 그건 되게 고통스럽잖아요. 이걸 어떻게 없애거나 조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보통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법들이 좀 있어요. 소리를 지르시는 분도 있고, 맛있는 걸 먹어서 푸는 분도 있고 그런데, 이런 방법들을 써도 정서 조절이 잘 안되거나 이게 너무 강렬하고 고통스러워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든 해 보려는 그런 시도로 자해를 선택하시는 것 같아요.
정서 때문에 고통스러움을 표출하는 것도 있고, 조절하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자해를 했었던 분들이 자해를 했을 때 뭔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뭔가 좀 나는 진정이 되는 것 같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았는데 자해를 하고 나서는 그게 좀 걷히는 기분이다.” 이런 얘기들을 해 주시거든요. 실제로 굉장히 이렇게 널을 뛰던 감정들이 자해 후에는 조금 조절되는 것 같고, 이런 걸 경험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까 힘든 순간에 자해를 떠올리게 되거나 이렇게 되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자해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 자해를 하는 당사자분들 중에서 들었을 때 가장 기분 나빴다, 힘들었다고 얘기하시는 게 “관종이다”, “관심이 필요해서 그런 거 아니냐?” 이런 얘기인 것 같아요. 물론 관심이 필요해서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들의 걱정을 받고 싶어서 자해를 하시는 분이 있는 것도 맞아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뭔가 다른 형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어떤 하나의 사인으로 봐줘야 할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도 맞지만, 사실은 굉장히 소수에 속합니다, 자해를 하는 이유로 증거들 중에서.
정서 조절이 어렵다고 하는 것들은 개인 수준에서 좀 바꿔볼 수 있고, 이런 측면들은 있죠. 사실 정서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그중에서는 아동기에 경험했던 학대라든지, 최근 연구들에서는 사회경제적인 상태, 이런 것들도 자해랑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고 있고요. 타고난 생리적인 경향성이나 이런 것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자해를 하는 사람을 봤을 때 ‘아, 저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야.’라고 보기보다는 그렇게 자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던 여러 가지 배경들이 또 있다는 것들을 알아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맨 처음에 자해 연구들을 시작할 때는, 정말 옛날에는 자살과 크게 분리되지 않고 연구가 됐었던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구가 계속되면서 죽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다른 이유 때문에, 아까 말씀드렸던 정서 조절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하는 거라는 게 밝혀지면서 지금은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랑 자살 행동이 다른 거라고 구분이 되고 있어요.
자해가 진짜 위험할 수 있는 이유는 신체에 조금 더 심한 손상을 줄 수 있는 행동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위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점점 수위가 높아져서 처음에는 조금만 상처를 내거나 조금만 아프게 해도 정서가 어느 정도 조절이 됐다면, 이게 여러 번 반복되게 되면 처음에 썼던 손상을 가지고는 그만큼의 조절 효과가 나지 않아서 좀 더 심한 방법을 찾게 된다거나 극단적인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거나 이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만나봤었던 분들 중에서는 정말 본인은 죽고 싶지 않고 그런 마음은 확고한데, 자해를 계속하다 보니까 너무 스스로도 조절이 안 될 만큼 그게 심해져서 ‘원치 않는데도 우발적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 이런 마음이 들어서 이제 정말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분도 있었거든요. 위험한 행동이라는 건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고요.
그것 외에도 사이드 이펙트라고 해야 할까요. 신체적인 손상 말고도 되게 많은데, 이건 주변 사람들도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해를 봤을 때 사람들이 아무래도 놀라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까 일부 연구들에서는 ‘자해 자체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도 있고요. 우울증이 먼저, 그다음 자해 이렇게 가는 것뿐만 아니라 자해 자체가 앞으로 있을 우울증을 예측한다는 이런 연구들도 소수이긴 하지만 있기는 하거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자해를 하는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은 아까 말씀드렸던 “관종이야?”라든가 이런 말들이 일단은 가장 좋지 않은 것 같고요. 주변 사람이 자해를 하는 걸 알게 되면 굉장히 깜짝 놀라고, 내가 아끼는 사람이라도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걸 봤을 때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놀라서 본인도 모르게 상처줄 말을 하게 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대체 왜 이랬어?”, “미친 거 아니야? 이거 미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야!” 이런 얘기를 하기가 굉장히 쉬울 것 같은데, 사실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이 힘든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구나…’ 이렇게 경험을 하기가 쉬울 것 같아요. 그래서 자해 당사자들을 대하실 때, 혹은 자해를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됐을 때 굉장히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그런 마음들을 잠깐, 옆에다 잠깐 치워놓고 좀 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 같은 거라면, 자해 당사자분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할 때 만약에 본인이 자해를 가장 많이 하던 때, 제일 힘들 때로 돌아가서 그때 자신한테 뭐가 필요했을 것 같은지, 주변 사람들한테서 이걸 받았으면 내가 진짜 좋았을 것 같은 건 또 뭐가 있는지 여쭤 봤었는데, 모든 분들이 다 똑같은 얘기를 해 주셨어요.
자해에만 너무 신경을 쓰면 그게 너무 부담스럽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거나 이래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되고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그렇게는 안 해 줬으면 좋겠다. 다만 조용히 옆에 있어 주고, 가끔 같이 맛있는 걸 먹어준다든가, “요즘 힘든 일 있어?” 이렇게 나중에 넌지시 물어본다든가, 이런 식의 관심을 보여줬다면 나는 그게 가장 좋았을 것 같다 또는 그게 제일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자해를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보다 그냥 그 사람 옆에 있어 주거나, 위로를 해주거나, 공감을 해 주는 등의 어떠한 액션을 취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자해가 굉장히 위험해 보이고 나도 너무 무서우니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그런 것보다는 좀 더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어떤 상황이라든가,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마음들을 좀 돌아봐 주고, 그것에 좀 이입해 보고, 적극적으로 공감해 보는 그런 시도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자해를 스스로 끊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본인에게 있어서 자해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게 개인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사실은 끊고 극복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굉장히 어떤 부정적인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는 표현을 할 때 ‘끊고 극복한다’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그런데 이런 어떤 시각을 담고 있는 단어들이 그분들한테는 조금 수용되지 않는 것처럼, 나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내가 자해를 선택하게 된 그 배경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있구나.’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해를 끊고 극복한다는 말은 물론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굉장히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 ‘나 그렇게 나쁜 짓 하고 있는 게 아닌데 왜 이 사람 나를 이렇게 보지?’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운동이나 다이어트나 이런 것도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되게 중요하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해보잖아요. 정서 조절도 그거랑 되게 비슷한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나한테는 이게 좀 잘 맞더라, 나한테는 이게 효과가 있더라 하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한번 했더니 안 좋은 것 같다면 다른 방법으로 연습해 보는 것도 중요할 수 있을 것 같고, ‘DBT’라는 ‘변증법적 행동치료’라는 치료가 있는데, 자해만을 다루기 위해서 만들어진 치료는 아니지만 보통 자해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많은 분들을 위한 스킬들을 많이 가르쳐 주고 있어서 이 치료에서 제안하는 방법들을 상담자분들이나 치료자분들이 많이 사용하세요.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이 머리끈 같은 거, 고무로 된 것을 손목에 하고 있다가 이걸 탁 튕기면서 약간 주의가 환기되는 걸 느끼고, 다른 데로 잠시 내 주의를 옮기거나 약간 통증이 있는 것, 그런 걸로 대체를 하자고 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또 다른 대체 수단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얼음을 손에 쥐고 있는다거나 이런 것들도 있어요.
저도 이 얘기 듣고 너무 신기해서 진짜 아픈가 싶어서 한번 해본 적이 있거든요? 정말 아파요. 통증이 실제로 있더라고요. 그걸로 대체를 한다든가, 요즘 많이 추천해 주신 명상이라든가, 이완 요법이라든지, 심호흡하는 거라든지, 체계적 근이완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찾아보시면 요즘에는 유튜브 같은 데에 동영상 되게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이런 방법들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어떠한 위험한 고통을 주는 자해 수단보다는 조금 더 덜 위험한 수단으로 대체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SNS상에서 자해를 하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경우에 어떤 면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서 순기능과 자해를 더 악화시키는 측면이 둘 다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기능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자해 커뮤니티에서는 자해에 대한 어떤 낙인이라든가, 자해를 이야기했을 때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 같이 자해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정말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측면은 자해 커뮤니티의 어떤 좋은 점,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또 그중에서 자해를 그만두고 싶어진 분들이 있다면 먼저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본 선배들이 이런 게 좋더라, 치료는 이렇게 알아보는 게 좋다거나 이런 걸 알려주면서 그러한 도움을 받게 해 주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은 되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런데 위험할 수 있는 것들은 안 들키게 자해를 하고 싶어하고, 더 효과적인 자해 방법을 찾고 싶어하다 보니까 신체적으로 좀 큰 위험을 가할 수도 있는 혹은 진짜 손상 정도가 클 수 있는 이런 자해 방법들을 알려준다거나 서로서로 도구라든가, 방법이라든가 이런 걸 공유하는 일들이 자주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굉장히 위험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해를 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주변의 누군가가 자해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게 굉장히 걱정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 이런 행동인 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어떤 반응들이 이 사람한테 굉장히 날 것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이제 “너 미쳤어? 왜 그래!” 이런 식의 깜짝 놀란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고, 그게 그 사람을 걱정해서 하는 말일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을 잠깐 옆에 내려놔 주셨으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요. 그리고 자해를 만약에 지금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당연히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장기적으로는 되게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걸 꼭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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