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진과 거리가 멀었던 한반도에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5.8로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는데요. 규모가 5~6 정도 되는 지진은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이나 창문, 무거운 가구도 흔들릴 만큼 강합니다.
심하면 건물에 피해가 갈 수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경주는 건축물까지 큰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건축물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내진 설계가 잘 되어있지 않았는데요.
1988년 한국에도 내진설계 건축법이 규정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까지 6층 이상만 그 대상이었고 2017년 이후 2층 이상 건물까지 강화되었지만 이런 적용의무는 신축 건물에만 해당하고 기존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법이 규정되었다 해도 한국 전체 건축물 중 84%가 내진 확보가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한국은 안전지대라는 생각에 큰 걱정하지 않았었는데요. 이 사태로 인해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신라에서 지진이 수백 건 발생했었고 특히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 역사상 3번째로 강력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규모가 6이상 최대 진도는 8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인명 피해도 100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반도에서 지진이 계속 발생했지만, 과거에도 지금에도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가 있는데요. 바로 불국사입니다.
불국사는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훼손되고 축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인한 훼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현대에 지어진 건물들은 큰 피해를 보았지만, 불국사를 포함한 신라시대 문화재들은 극히 일부만 훼손되었습니다. 어떻게 528년에 건립된 불국사가 지금까지 수많은 지진을 견디고 튼튼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걸까요?
불국사에는 아주 특별한 건축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랭이 공법’. 그랭이 공법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법이라고 합니다. 건물 하단에 자연석을 쌓고 그 위에 장대석을 깔아 건물을 올리는 구조인데요. 자세히 알아보면 아주 재미있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국사의 하단을 보면 대충 돌들을 쌓아 올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굉장히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바로 빈틈이 굉장히 적다는 것이죠. 사이즈가 일정한 벽돌이 아니라 자연석을 이용한 것이라 분명 각기 다른 모양의 돌인데 묘하게 돌끼리 착 달라붙어 있습니다. 돌 사이에 틈이 있다 하더라도 그 틈마저 작은 돌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데요.
하단은 이렇게 자연석으로 빼곡하게 채운 다음 그 위에 장대석을 올렸습니다. 그 장대석의 모양도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장대석은 자연석과 달리 네모반듯하게 정해진 규격에 맞게 다듬은 돌인데요. 이런 네모반듯한 돌을 자연석 위에 올리면 당연히 흔들흔들 불안정하겠죠? 그러니 보통은 맨 위에 올라가 있는 자연석을 평평하게 다듬은 후 장대석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선조들은 달랐습니다.
장대석을 자연석의 면에 맞춰 가공했습니다. 이건 원래 목조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그랭이 법인데 이 기법을 석조 건축물에 적용한 것은 한국에서밖에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이 불국사를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지진이나 태풍이 왔을 때 건물이 흔들리면 이렇게 가공된 장대석이 맞물린 자연석을 더 강하게 잡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강력한 자연재해로부터 불국사는 지금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무려 1,500년 동안 말이죠.
그동안 이 그랭이 공법 덕분에 불국사가 튼튼하게 유지되었다고 했는데, 50여 년 전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 의해 불국사가 품고 있던 새로운 건축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한국 학교들의 수학여행 핫플레이스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떠난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유명한 관광지인 불국사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는데요. 이 혼란스러운 틈에서 한 초등학생이 한 곳을 가리키며 선생님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선생님, 저 부분은 왜 저렇게 만들어졌어요?’ 학생의 손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돌다리 밑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요. 그곳에는 아치형으로 돌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학생이 궁금한 부분은 홀로 역방향으로 끼워진 돌이었습니다. 보통 아치형 다리와는 반대로 된 구조였는데요. 선생님도 처음 보는 다리의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학생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한번 알아볼게.’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저 부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자, 선생님은 제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학계에 문의하였습니다. 겨우 초등학생의 질문에 해답을 주려고 학계에 문의까지 한 행동으로 학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 질문으로 인해 불국사의 견고함의 비결이었던 쌍홍예의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대웅전과 극락전에 오르는 청운교와 백운교의 밑을 보면 두 개의 홍예가 같이 있는 ‘쌍홍예’가 있습니다. 그동안 불국사를 방문해 온 많은 사람이 백운교와 청운교를 올랐지만, 그 밑에 이런 구조가 있다는 걸 몰랐는데 한 초등학생의 호기심과 한 교사의 열정으로 학계가 알아챌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학계가 쌍홍예의 존재에 놀란 이유는 초등학생이 가리켰던 ‘역사다리꼴 돌’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치형 구조 다리는 가운데 부분이 역사다리꼴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힘에는 강하지만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힘에는 약합니다.
평소에는 다리 위로 다니는 사람들의 무게만 신경 쓰면 되다 보니 이상이 없지만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위아래로 사정없이 가해지는 힘에 아치형 다리들이 허무하게 무너졌는데요. 신라인들이 만든 쌍홍예 구조는 아래의 홍예는 역사다리꼴로 되어 있어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힘에 강하고 위의 홍예는 사다리꼴로 되어 있다 보니 아래에서 위로 가하는 힘에 강하니 위아래로 가해지는 힘 모두에 강한 것이었습니다.
즉, 지진에 강한 구조였던 것이죠. 1300년 전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한 우리 선조들의 기술이 정말 놀라운데요. 비록 서양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아치 구조물에 비하면 정말 작은 구조물이지만 이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구조물이라고 합니다.
최근 논란되고 있는 건설사들이 불국사에 가서 우리 선조들의 정신을 좀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비밀이 밝혀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 초등학생과 선생님. 남들이 보지 않는 부분을 눈여겨보는 초등학생의 관찰력이 대견하고 자신도 모르는 부분이라고 넘기지 않고 끝까지 제자의 의문을 풀어주려고 한 선생님의 교육 열정이 존경스러운데요.
경주 불국사는 한국인 중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유명한 문화유산입니다. 세계인들도 많이 주목하고 있는 문화유산인데요. 휴가철을 맞아 불국사에 방문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예상되는데요. 불국사에 방문하시면 백운교와 청운교를 오르시기 전에 밑에 숨어있는 쌍홍예를 보며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느끼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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