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돌아온 의학의 역사, 오늘은 생리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사실은 제가 정관수술의 역사를 했고, 포경수술의 역사를 준비하려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관련한 서적을 찾아서 생리의 역사를 먼저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생리하면 생리 기간에 생리대를 차거나 혹은 탐폰 같은 걸 하거나 어찌 됐든 생리 도구를 사용해서 넘어가게 됩니다. 혹은 통증이 있거나 그러면 약을 먹기도 하고요. 이런 기구가 없던 시절은 어땠을지 궁금해지는데 생리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를 먼저 알아봐야 해요. 사실은 이게 모든 문화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정말 많은 문화권에서 터부시돼요.
애초에 터부라는 말이 금기를 뜻하는 거잖아요. 그 터부라는 말이 폴리네시안 말인데 폴리네시안 언어로 생리를 뜻하는 말이에요. 이게 18세기에 제임스 쿡이 세계 일주를 하다가 폴리네시아에 방문했을 때 현지인 사람들이 마나라고 하는 초자연적인 힘에 기대는 신앙이 있는데 마나도 거기서 나옵니다.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마나들은 다 거기서 나온 거예요.
이 사람들이 소중한 어떤 것에 대해서 터부를 선언해요. ‘이거는 금기되는 거니까 절대 건드리면 안 돼!’ 그 터부시되는 대상이 월경 또는 출산, 출산 직후의 여성입니다. 이 외에 코스타리카, 인도, 아프리카,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다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종교 쪽으로 가면 이게 더해요. 구약성경에 레위기를 보면 레위기라는 게 율법을 적어놓은 거예요. 이거 하면 안 되고, 저거 하면 안 된다는 건데, ‘여성의 생리가 시작되면 7일간은 월경 기간이며, 이 기간에 이 여성을 만지는 사람은 모두 저녁까지 부정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여성이 사용한 침상이나 의자 모두 부정하다. 그 여성의 침상을 만진 사람은 모두 의복을 빨고 몸을 씻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고요.
‘혹여 남자가 여자랑 동침했는데 월경이 옮게 됐다면 그 남자도 7일간 부정하다.’ 성경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이슬람의 코란을 봐도 그렇거든요. ‘사람들이 그대에게 여성의 생리에 관해 묻거든 이리 말하라. 그것은 부정이다.’
굉장히 옛날에 이런 것들이 사장됐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엄청 최근까지도 남아있는 것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네팔이 있는데 차우파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관습이 있어요. 월경 기간 동안 여성을 진흙이나 돌로 만든 오두막에 격리해요.
이게 어느 정도로 혹독하게 격리하냐면, 이 기간에 탈수로 사망하거나 혹은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거나 또는 그렇게 혼자 있는 여성을 노리는 성폭력에 노출되거나 이런 일들이 있어서 05년에 법률로 제정했어요. 2005년에 법률로 차우파디를 하지 말라고 제정했는데도 2016년, 2017년에도 여성이 사망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직도 개선이 다 안 돼요.
그런데 이렇게 터부시되는 월경이 사실 생리적인 현상이잖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배출된 난자가 수정될 경우를 대비해서 호르몬의 영향에 의해서 자궁 내막이 증식했다가 수정과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탈락하는 현상이잖아요. 그냥 생리적인 현상입니다. 두려워하거나 금기시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건데 왜 이렇게 무서워했을까요?
일단 출혈이죠. 고대 시대부터 전근대 시대까지 출혈은 사실상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러니까 생리를 보면 죽음의 공포를 일으켜요. 게다가 이게 다른 곳과의 출혈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생리혈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죠. 난자를 포함하는 난포 성분도 있기 때문에 조금 거멓고 고형물도 있어요. 그러니까 더더욱 불길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조금 의문이 생기는 건 사실 주기성을 갖잖아요. 그리고 특정 한두 명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여성이 다 하는 건데요. 그런데 왜 터부시했는지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일단 유아 사망률이 너무 높고 적당한 피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다산이 강요됐습니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생리를 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계속 임신하니까요. 모유 수유를 하면 또 안 하니까요. 거기에다가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은 주기성을 갖지 못했어요. 결혼 연령도 되게 빨랐고, 초혼도 빠르니까 되게 미지의 영역이 있었던 거예요. 물론 이러한 이유로 어떤 문명은 생리혈에 대해서 오히려 귀하게 생각하는 문화권도 있습니다.
이집트가 그랬는데, 이러면 안 되지만 생리혈을 치유력을 가진 약재라고 생각해서 이걸 먹기도 하고 그랬대요. 그리고 히포크라테스가 대단합니다. 생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원래 그 사람은 사혈도 하고 그랬잖아요.
사실 그리스의 정신문화 체계를 히포크라테스가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문화권에서도 생리혈은 무기를 녹슬게 하거나 꽃과 과일을 죽인다거나 굉장히 불길하게 여겼어요. 이러한 이유로라도 생리 도구의 발전이 안 됐죠. 감추고 싶어 하고 생리 도구의 발전은 굉장히 더딥니다. 이런 걸 감안하고 역사를 봐야 해요.
고대 시대로 가면 뭘 사용했는지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요. 석기시대면 아무리 고대인이라고 해도 돌로 생리대를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고고학이 많이 발달하면서 보니까 잎사귀 같은 걸 사용했을 것 같다는 추정이 있고, 해안가 주변에 있는 바다 스펀지라고 약간 스펀지처럼 생긴 생물이 있어요. 그거를 뜯어서 탐폰처럼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사실상 아주 최근까지 고대 시절의 생활상을 영유했던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랬죠. 그분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봤더니 이 사람들이 이끼를 사용했어요. 이끼라고 그러면 축축한 곳에 있기 때문에 약간 깨끗할 것 같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이 사용한 이끼의 종류는 물이끼라고 하는데, 얘는 산성 물질을 분비합니다. 그래서 감염에서 오히려 보호를 해줘요.
실제로 말린 물이끼를 1차 세계대전에 붕대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대요. 그리고 말리면 이 부피의 20~30배까지 액체를 흡수했어요. 그러니까 얘는 소독도 되고 흡수력도 있는 생리대로도 사용하고, 기저귀로도 사용했으니 굉장히 좋은 제품이었겠죠. 그래서 1910년대 미국에서는 물이끼를 이용한 생리대가 실제로 시판되기도 했어요.
이집트는 진짜 독특한 문화권이에요. 여기는 주변 문화권과도 다르고 이후 문화권과도 다른데, 여기는 남녀가 동등합니다. 계약을 체결할 권리, 재산을 사고팔거나 결혼하거나 이혼할 권리, 상속받을 권리, 소송할 권리가 남녀 동등하게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생리에 대해서도 터부시되는 게 훨씬 약했고 생리 도구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발전을 했는데 왜냐하면 파라오도 사실 여성 파라오가 있잖아요. 마지막 파라오가 클레오파트라, 여성이에요.
파피루스로 종이를 만드니까 그걸로 아주 부드럽게 만들어서 그거를 나뭇조각을 감싸서 탐폰으로 사용하는, 최초의 탐폰은 아마도 이집트에서 만들었을 거로 생각하죠. 기록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평등하게 사용했을 거로 추정해요. 굉장히 훌륭한 문화권이고, 그 영향을 받아서 그리스에서도 보풀로 만든 탐폰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로마 시대까지 끝나면 중세가 오죠. 중세는 괜히 암흑기가 아니에요. 종교적인 영향도 있는데 이때 가장 각광받았던 치료가 사혈이라는 걸 우리가 생각해야 합니다. 생리혈은 나쁜 피가 나오는 거죠. 이 피에 대해서는 굉장히 금기되는 거죠. 나쁜 피니까 이거는 절대로 남들한테 보여주거나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중세 시대의 병은 일종의 벌이예요. 이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생기는 벌인데 생리한다고 하는 것은 뭔가 내가 아파서 나오는 것 같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엄청나게 터부시되고, 실제로 중세 기독교에서는 수녀님들이 존재했고, 결혼을 안 하잖아요. 그러면 생리를 계속하겠죠. 이게 엄청난 고통이었대요.
‘나는 계속 하나님 믿고 따르는데 왜 계속 피가 날까?’ 인체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까, 이때는 생리 도구나 이런 걸 만들지 못하는 거죠. 다만 이걸 어떻게 가리거나 해야 하니까 집에 있던 헝겊 같은 걸로 대게 되는데, 보통 집에 있는 헝겊이 걸레죠. 그래서 이때 어떤 슬랭이 생기는데 ‘온더 레그’라는 게 생겨요. 걸레 위. 이게 생리를 뜻하는 속어가 됩니다.
대부분 서민은 그렇게 사용한 거예요. 감염에도 취약해지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생리하다가 죽었다고, 부정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거기에다가 생리혈을 먹으면 나병에 걸린다는 속설도 있었는데 성경을 아는 사람들은 나병은 신의 저주예요. 신벌이예요.
그러니까 생리에 대한 터부가 너무 강해서 천으로 가리거나 감염 위험 때문에 그냥 흘려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중세 일반 여성들의 하의, 치마를 보면 보통 붉은색이에요. 이게 묻어도 상관이 없도록 그런 식으로 디자인이 돼 있는 거죠.
이제 동양을 한번 봅시다. 우리나라 조선에서도 사실 여성의 생리는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적극적으로 뭔가를 만들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중세 유럽처럼 죄악시되거나 이러지는 않았어요. 그냥 이게 좀 불편하고 남들한테 보이기 부끄러운 일일 뿐이죠. 그래서 기록이 남아있는 게 개짐이라는 생리대에 대한 기록이 있어요.
딸이 초경을 하면 어머니가 개짐을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교육해 줘요. 피가 묻었을 때 어떻게 세척을 해야 하는지 이런 것도 교육해 줍니다. 그 세척법에 대해서는 기록이 있어요. 죽을 쒀서 뜨거운 김을 쐬게 하고 그다음에 소뼈를 태워서 그 재와 함께 빨면 잘 지워지고 깨끗해진다고 해요.
이거를 계속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돼 있는데 일반 가정집에서는 한 번 받은 게짐을 거의 평생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빈번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계속 임신하고 영양도 사실 부족하니까요. 양반댁이나 궁궐에서는 주기적으로 교체했을 것이고요.
이게 비로소 개선되기 시작하는 게 산업 혁명이 시작된 이후예요. 완전 최신이죠. 산업혁명이 시작되고도 좀 지난, 남자 혼자 노동력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여자도 노동력을 제공하게 되면서죠. 생리하게 되면 뭔가 불편하고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미 증기선 달리고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1896년에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드가 시장에 출시가 되는 데 실패합니다.
왜냐하면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예전에 사로잡혀 있어서 이걸 사러 가지 못하는 거예요. 산업혁명은 사실 돈을 만들어야 하는 자본주의가 판을 치던 시대인데 이게 돈이 안 되니까 다시 수그러들었다가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남자들은 전쟁하러 나가죠.
그런데 현대전은 뒤에서 계속 전쟁물자를 개발하고 생산해야 하니까 여성들이 공장에 나가야 하고 야전 병원에는 간호사들이 있죠. 그러니까 생리대의 필요성이 또 강조되는 거예요. 특히 간호사들이 합성 섬유를 이용해서 생리대를 만듭니다. 이거를 킴벌리 클라크사에서 저거 되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 회사가 유한킴벌리가 됩니다.
엄청나게 거대한 회사에서 그걸 보고 우리 코텍스라는 제품을 만들자고 해서 코텍스라는 생리대를 시판하고요. 이때부터는 여권도 신장됐고 생리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기 때문에 생리대가 잘 팔리는 거예요. 안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계속해서 개선이 빠르게 이루어지는데 1931년에 드디어 현대적인 탐폰이 개발됩니다. 얼 하스라는 아저씨가 만든 건데, 이 양반이 약간 사업 수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특허는 냈지만, 훌륭한 제품이지만, 장사를 잘 못했어요.
그래서 이걸 다른 회사에 판매하는데 탐팩스라는 회사가 됩니다. 이게 P&G에 자회사예요. 초거대회사의 자회사고, 지금도 탐폰을 계속 만들고 있죠. 초거대 회사들이 연관이 있어서 계속해서 발전했고, 지금까지 이르게 된 거죠. 세상의 절반은 어쨌든 생리하니까요.
그리고 국가에서 장려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세해 주죠. 그런데 공산품에 대해서 유일하게 면세되는 제품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생리대입니다. 필수품이고 계속 개발해야 하니까요. 제가 와이프한테 물어보니까 여전히 불편하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옛날에 비해 많이 개선됐고 더 기술이 발전할 테니까 앞으로는 더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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