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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친해질 수 없는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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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개월 뒤인 지난 2022년 6월, 인권 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침공 초기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하르키우에서의 민간인 피해 상황을 기록한 ‘누구나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앰네스티는 ‘공습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 파편과 같은 물적 증거 및 디지털 자료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하나의 폭탄 안에 소형 폭탄 수백 개가 들어있는 집속탄과 시차를 두고 터지는 살포식 지뢰를 뿌려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한 증거를 확보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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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낼 수 있어 국제조약상 사용이 금지된 무기로 단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폭발 장소가 움푹 파여나간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자잘한 잔해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했습니다.

그런데 그중 집속탄이라는 녀석은 무서운 무기입니다. 그 뜻에서 짐작하듯 하나의 모체 폭탄에 자탄 수백 개를 담아 타이머를 맞추고 공중에서 폭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럼, 자탄이 빠져나와 지상을 향해 뿌려지는데, 불특정 다수를 목적으로 하므로 아군, 적군, 남녀노소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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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난 2007년 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집속탄 금지 국제회의’를 개최해 집속탄의 사용, 제조, 보유, 이동을 금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UN이 이를 공식적으로 채택하며 집속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없는 금지 무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이를 사용한 겁니다.

이렇듯 금지 무기를 서슴없이 사용하고, 핵무기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전 세계를 공포에 빠지게 만든 러시아와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있습니다. 일본인데요. 한국이나 중국 등과는 달리 러시아와 일본은 실제로 총부리를 맞댄 적이 있고, 이에 따라 영원히 풀지 못할지도 모르는 쿠릴열도 분쟁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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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이 까불면 20분 만에 지도에서 소멸시키겠다.’라는 살벌한 협박을 남기기도 했던 러시아인데 도대체 두 국가는 어쩌다 이렇게 사이가 틀어지게 된 것일까요? 아마 ‘러일전쟁’이라는 단어가 꽤 익숙하신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러일전쟁의 이면에는 한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대한제국의 주도권과 만주 지역에 대한 이권을 두고 피 터지게 싸웠으니까요. 두 국가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1896년입니다. 1895년 10월 8일 일본군 몇몇과 그들에게 동조한 조선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하면서 을미사변이 발생했는데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 고종황제를 협박해 조선을 손아귀에 넣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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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4개월 뒤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바로 아관파천입니다. 이 아관파천을 기점으로 러시아와 일본은 충돌하기 시작했죠. 일본은 청일전쟁 승리 후 대한제국을 독점하고 싶었고 러시아는 이를 저지했으니까요.

모든 사안마다 두 국가는 부딪히기 시작했고 일본은 영국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러시아에 선방을 날렸습니다만 러시아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발생한 혁명에 신경 쓰느라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사실상 상실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의 중재로 ‘포츠머스 조약’을 체결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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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약은 사실상 일본에 극히 유리한 조약이었는데 러시아는 이 조약으로 한반도에서의 정치, 경제, 이권을 전부 일본에 넘겨주고 맙니다. 결국 러일전쟁이 일본의 한반도 식민 통치를 불러온 것이죠. 이 러일전쟁 이야기는 잠시 남겨두고 두 국가의 영토분쟁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서는 쿠릴열도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쿠릴열도는 일본의 홋카이도 서북쪽 4개의 섬을 말하는데 현재는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고 일본은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러시아는 돌려줄 생각도 없습니다. 어쩌다 쿠릴열도는 분쟁지역으로 떠오르게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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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쇄국정책으로 서양 문물을 거부하던 일본도 미국 페리 제독의 압박으로 문호를 개방한 이후 아예 쇄국정책을 폐기하고 서양 각국에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러시아와는 1855년 시모다조약을 체결했죠. 이 조약으로 쿠릴열도 이투루프섬과 우루프섬 사이가 양국의 국경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영토인 사할린섬은 양국의 공동거주지로 정하게 되죠.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사할린보다는 홋카이도를 개척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했고 결국 러시아와 새로운 조약을 체결합니다. 1875년 체결된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인데요. 이 조약에 따라 일본은 사할린에서 아예 손을 떼고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며, 러시아는 쿠릴열도 북쪽 18개 섬 전체를 일본에 넘겨주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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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로부터 약 30년 뒤 발생한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면서 사할린섬의 남쪽 절반이 일본에 양도됐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데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진주만을 공습한 겁니다. 원래 조용히 지내며 돈이나 벌려던 미국은 진주만 공습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했고, 더불어 소련의 대일 선전 포고까지 불러왔습니다.

사실상 소련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 전쟁에 참전했는데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빼앗은 쿠릴열도를 전부 되찾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죠. 러일전쟁에서 패배한 후 빼앗긴 영토와는 별개로 쿠릴열도 전체를 소련에 귀속시키라는 것인데 미국과 영국이 이를 승인하자 1945년 8월 9일 일본에 선전포고를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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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주일 뒤 원폭 2방에 패한 일본은 패전국이 됐고 쿠릴열도가 다시 러시아의 손에 떨어졌죠.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1855년, 1875년, 1945년에 양국의 국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고 지금 현재는 1945년에 그어진 선이 국경으로 정해져 있는데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홋카이도 바로 위쪽의 쿠나시르섬,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섬, 이투루프섬입니다.

일본이 이 4개 섬을 ‘북방영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원래 소련은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섬을 일본에 양도하겠다고 나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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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이 미국과 안보 조약을 체결하면서 소련과 정반대 노선을 걷자, 평화협정을 체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섬 양도 제안을 취소해 버리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우경화가 진행되었고 현재까지도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북방영토 4개 섬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순순히 내 줄 국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강경노선을 채택했죠.

지난 2012년경 러시아 공군은 대뜸 폭격기 등 전투기 5대를 일본 영공 주위로 접근시켰습니다. 이에 일본 항공자위대도 전투기를 비상 출격시키며 맞섰고 외무성은 러시아에 강하게 항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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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러시아는 일본 영공을 침범한 것이 아니고 국제법에 따른 훈련 비행이라고 반박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1945년 이후 일본 주위에서 이 정도 대규모 비행 훈련이 진행된 적이 없었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식겁했었던 겁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 측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이 나왔는데요.

당시 러시아 군사 전문가협회 부회장을 맡은 한 장군은 ‘일본의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러시아가 한물갔다고 생각했다가 상상과 현실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죠. 그러면서 ‘만약 러시아가 일본을 소멸시키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1,000km 밖에서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을 날릴 수도 있다. 그럼 20분 이내에 일본은 지구상에서 소멸된다.’는 섬뜩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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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역시 일본과 이를 두고 합의할 계획은 없습니다. 지난 2019년 푸틴은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쿠릴열도에서 국기를 내려야 할 일이 없을까?’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절대 그러한 계획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쿠릴열도를 포함 극동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규모 프로그램이 있다. 경제, 수산업 등을 발전시키기 위한 이 프로그램들이 이행될 것이며 그곳의 인프라도 개선될 것’이라며 쿠릴열도 반환 조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당시 일본의 아베 총리가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조약 체결에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으나 푸틴이 완곡히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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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조약이 체결된다면 제2차 세계대전의 적대관계를 공식적으로 끝내자는 의미인데 쿠릴열도 문제로 아무런 진전도 없는 상태이고 아마 앞으로는 더욱 희망이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시작했는데 일본은 서방의 편에서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습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한 대응 조치에 관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 남쿠릴열도와 일본 사이의 무비자 방문에 관한 1991년 협정과 남쿠릴열도 거주 일본인들의 고향 방문 절차 간소화에 대한 1999년 협정에 근거한 일본인들의 무비자 여행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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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2016년 아베 신조 내각 당시 합의한 남쿠릴열도 내 공동 경제활동에 관한 일본과의 협의에서도 이탈하겠다고 선언했죠. 이에 일본 정부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푸틴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평화조약 협상을 무기한 중단해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즉각 쿠릴열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합니다.

러시아군 동부군관구는 약 3천 명의 병력과 수백 대의 군사 장비를 쿠릴열도로 동원해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죠. 이미 이투루프섬에는 수호이-35를 배치해 뒀고, 미투아에는 비행장까지 건설해 뒀으며, 열도 곳곳에 기관총-포병부대를 주둔시킨 것은 물론 방공시스템과 해안경비 미사일 시스템까지 쫙 깔아 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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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허튼짓이라도 할라치면 즉각 일본열도에 공격을 쏟아붓겠다는 의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도 함부로 쿠릴열도를 북방영토라고 주장하기 어렵게 됐고, 러시아의 지위에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쿠릴열도 문제는 더 이상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는 풀 수 없는 매듭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다른 국가들이 열심히 평화조약을 체결해 평화를 도모하고 있을 때 양국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합의에 이른 적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푸틴은 더 강경해졌고 일본은 함부로 말도 꺼낼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어떻게든 빼앗으려는 일본, 어떻게든 지키려는 러시아, 과연 이 쿠릴열도는 누구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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