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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속도로에 이름 새겨진 한국인이 일본에 맞서 지켜내려던 ‘그녀들’은 누구?

얼마 전 진수식을 거행한 ‘정조대왕함’ 그리고 ‘세종대왕함’, ‘광개토대왕함’, ‘율곡이이함’ 등 한국을 상징하는 전투함에는 전부 후세가 기억해야 할 훌륭한 인물들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폐에도 나타나는데요. 1천 원권에는 퇴계 이황, 5천 원권에는 율곡 이이, 1만 원권에는 세종대왕, 그리고 5만 원권에는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들 역시 한국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훌륭한 위인들이죠. 그만큼 상징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와는 아무 관련도 없을 것 같은 미국이 미국을 대표하는 고속도로에 한국인 이름을 붙였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고속도로에 세워진 이 표지판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미국 서남부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해 북쪽 시애틀까지 LA, 새크라멘토, 포틀랜드 등 서부 중심 도시를 잇는 5번 고속도로는 실질적인 서부의 ‘대동맥 노선’으로 불립니다. 그 길이만 무려 2,220km를 넘죠. 그런데 이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은 지난 2018년 8월,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간 LA 시내 구간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름을 딴 ‘도산 안창호 기념 인터체인지’가 있기는 하지만, 고속도로 구간에 아예 한국인 이름을 새긴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요.

도대체 이 한국인이 누구길래 이렇게 이름까지 새겨서 기념하는 것일까요? 이 김영옥이라는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지난 2011년, 미국 MSN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 영웅 16인’을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독립전쟁, 2차 세계대전, 걸프전까지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한 영웅을 선정해 기리겠다는 의미였죠. 그 목록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전쟁 총사령관 ‘조지 워싱턴’,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사령관 ‘아이젠하워’, 인천 상륙작전으로 잘 알려진 ‘더글라스 맥아더’까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전쟁영웅들이 뽑혔죠.

그런데 그중 한국인 ‘김영옥’이라는 이름이 눈에 띕니다. ‘한국인이 왜 미국에서 전쟁영웅으로 뽑혔지?’라는 궁금증은 뒤에서 답하기로 하고, 그는 진짜 전쟁영웅이 맞습니다. 한때 ‘알렉산더 대왕 이후 최고의 군인’이라는 별명과 함께 ‘마크 클라크’ 전 UN군 총사령관이 “내가 거느린 50만 군인 중 최고다.”라고 꼽기도 했으니까요. 한국인 중에는 유일하게 히틀러의 나치 독일군과 실제로 총을 맞댄 인물로 알려져 있죠. 그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포상만 해도 특별 무공 훈장, 은성 무공 훈장, 동성 무공 훈장까지 미국 정부가 줄 수 있는 모든 훈장은 다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얼마나 큰 명성을 떨쳤는지는 후에 콘텐츠로 제작하기로 하고, 이번엔 그가 죽기 전 한국을 위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줬는지 알아볼 계획입니다. 지난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상·하원에서 전부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이 결의안은 당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인 일본계 3세, 마이크 혼다 의원이 발의했기 때문에 혼다 결의안으로도 불리는데 이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는 그의 움직임을 알아챈 미국 내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당시 영향력 있는 일본계 인물이든, 평범한 인물이든 가리지 않고 그에게 “당장 결의안 발의를 철회하라.”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혼다 의원이 도움을 요청한 인물이 바로 ‘김영옥’ 대령입니다. 김영옥 대령은 일단 혼다 의원을 만나 자세하게 설명을 들었고,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일본계 참전 용사를 직접 설득하겠다.”라는 말 한마디로 그를 안심시켰죠. 왜냐하면 김영옥 대령이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됐으니까요. 일본계 참전용사들 사이에서도 영웅으로 불렸을 만큼 그의 위상은 대단했으니까요. 왜 그럴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1941년 미국 서부로 가야 합니다. 그해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침공해 미국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자 미국은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본의 진주만 침공은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반일 감정을 불러왔고, 정치권에서 이 활활 타오르는 미국인들을 안심시킬 묘약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로 수용시키는 ‘행정명령 9066’호에 서명하게 됩니다. 그렇게 미국 서부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 12만 명이 전국에 세워진 수용소로 보내집니다. 이 안에 갓 태어난 마이크 혼다 의원도 포함돼 있었죠.

당시 7만 명은 진짜 미국 시민이었지만, 행정부는 가차 없이 일본인의 피가 흐르는 모든 사람을 가뒀습니다. 혹 자신들의 뿌리인 일본을 위해 미국을 배신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면서 루스벨트는 “일본인이 아니라면 너의 조국 미국에 충성을 보여라.”라고 강요했고, 결국 일본인 2세 중 젊은 남성의 상당수가 미군에 자원입대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김영옥을 만나게 됩니다.

김영옥 대령은 독립운동가 김순권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그가 21살이 되던 해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과 함께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의 진주만 침공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었는데, 그 역시 아시아인의 외형을 가졌기 때문에 그는 100대대라는 곳의 소대장으로 발령됩니다. 100대대, 이곳이 바로 미 국방부가 반강제적으로 입대시킨 일본계 미국인들을 모아둔 부대입니다.

보통 미 육군은 1개 연대에 3개 대대로 구성되지만, 김영옥이 배치받은 부대는 100대대였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대대를 만들어 항상 감시하려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김영옥 대령은 그 모든 일본인을 이끌고 모든 전투에 목숨을 내걸고 뛰어들었으며, 일본계 미국인 부하들도 그를 따랐습니다. 그는 항상 솔선수범했고, 그 어떤 사람도 차별하지 않았으며, 항상 큰형처럼 부대원들을 감쌌습니다. 비록 일본인 피가 흐르는 인물들이었지만, 김영옥 대령은 그들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았고 전역 후에도 그들은 그를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고 하죠.

그렇게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김영옥 대령이 직접 나서서 일본계 참전용사들을 설득하자 모든 참전용사가 혼다 결의안 지지 서명했고, 이 서명이 혼다 의원에게 전달됐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혼다 결의안에 기를 쓰고 반대하던 재미 일본사회도 참전용사들의 결정을 수긍했고 캘리포니아 의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겁니다. 일본계 참전용사들은 재미 일본사회의 자부심이자 정신적인 지주인데, 그들이 정신적 지주로 삼는 김영옥 대령이 직접 나섰으니 마땅히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전 세계가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라는 반인륜적인 전쟁 범죄를 알게 됐고,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비난으로 연일 융단 폭격을 맞았습니다.

‘지구 미니어처’로 불리는 미국에서 통과된 결의안인 만큼 그 효과가 어마어마했죠. 그런데 결의안 통과의 주역 김영옥 대령이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 대령으로 예편하자, 미국 정·재계로부터 엄청난 러브콜이 쏟아졌습니다. 알렉산더 대왕 이후 최고의 군인으로 꼽힐 정도로 능력이 출중했고, 그의 이 능력을 정치에 쏟아보라는 러브콜이었죠. 하지만 그는 이를 전부 마다하고 2005년 사망 전까지 오로지 여성의 인권에 올인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그토록 활약했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에 속아 강제로 유린당한 ‘그녀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유감없이 썼습니다.

혼다 의원의 요청으로 일본계 참전 용사들 앞에 선 그는 “우리가 전쟁에서 힘을 합쳐 싸운 이유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다. 위안부는 한일의 문제가 아니라 반인륜적 전쟁 범죄다.”라고 설득했죠. 하지만 김영옥 대령이 2005년 사망하기까지 여성의 인권을 위해 힘썼지만, 절대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녀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사기라고 우기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죠. 누가 봐도 반인륜적인 범죄의 희생양이고 사과받아 마땅하지만, 그녀들은 왜 사기꾼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여기 곧 개봉을 앞둔 ‘코코순이’라는 영화에 그 모든 답이 있습니다.

왜 그녀들이 사기꾼 소리를 듣게 됐는지, 과연 그것이 맞는지,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전부 고발하게 될 영화인데요. 영화의 아주 일부분만 제 방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1944년 8월 10일, 일본군이 점령한 버마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연합군은 북부 미치나에서 민간인 여성을 포함 한국인 여성 20명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20대 여성 20명이 동시에 포로로 잡혔다는 점은 연합군에서도 워낙에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그녀들을 전부 심문하기로 결정하는데요. 그렇게 그녀들은 인도 동북부 ‘레도 수용소’로 옮겨져 약 3주에 걸쳐 상세한 심문을 받게 됩니다.

3주의 심문 후 발표된 보고서가 ‘미 전시정보국 49번 보고서’ 또는 ‘일본인 전쟁 포로 심문 49번 보고서’라고 불리는 그 문서입니다. 모든 사기 논란이 이 보고서에서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이 7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 ‘알렉스 요리치’라는 인물인데, 그가 바로 일본계 미국인 2세, 즉 미국이 충성을 강요하며 반강제로 입대시킨 일본인이기 때문입니다. 미 국방부는 이렇게 입대한 일본계 미국인은 가급적이면 실전부대에 투입시키지 않고 심리전 또는 포로 심문 등에 배치시켰는데, 요리치 역시 포로 심문 임무에 투입된 겁니다. 그런데 포로로 잡힌 한국인 여성 20명을 3주간 심문한 후에 작성된 보고서의 내용이 상당히 이상합니다.

일반적으로 보고서에 사용되는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마치 ‘감상문’ 또는 ‘소감문’을 쓴 것처럼 주관이 개입되어 있으니까요. 가령, 그녀들의 성격을 기재하면서 “심문을 통해 본 바에 따르면 그녀들은 평균적으로 약 25살이고, 무지하고, 유치하며, 변덕스럽고 이기적이다. 이들은 일본인의 기준이나 백인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예쁘지 않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으며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낯선 이 앞에서는 조용하고 얌전을 피우지만, 여성의 엉큼한 간계를 알고 있다. 자신들의 직업을 싫어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에 대한 이야기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썼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작성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식의 보고서가 작성되었을까요? 왜냐하면 영어와 일본어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요리치가 ‘한국어’ 외에는 할 줄 모르는 포로들을 심문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고서에 “그녀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무지하다.”라고 쓴 것으로 볼 때 그녀들 중 그 누구도 영어를 쓰지 않았을 것이 확실합니다. 이는 마지막 페이지에 쓴 인적 사항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15번 연무지, 16번 오푸니, 19번 오키송, 20번 김겁투고 등 한국 이름으로 볼 수 없는 이름이 등장하니까요. 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주소를 ‘keishonando’라고 표기하거나 ‘koikido’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경상남도와 경기도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약 그들 중 누군가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보고서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진실은 맨 아래 두 명의 일본인, ‘가타무라 도미코’와 ‘가타무라 에이분’을 심문했다는 점입니다. 얼마나 허술하게 보고서가 작성됐는지는 영화를 통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코코순이’라는 영화는 포로 번호 14번 ‘코코순이’를 주인공으로 그녀를 추적합니다. 그녀에 대한 추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강제 동원의 실상과 이 보고서가 얼마나 허술하게 작성됐는지, 왜곡된 기록과 감춰진 진실을 밝힙니다.

이 영화는 KBS 탐사보도 전문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의 촬영, 편집팀과 함께 미얀마, 파키스탄, 미국, 호주, 제주, 함양을 거쳐 전 세계 각지에 흩어진 그녀들과 관련된 자료들을 직접 발굴하고,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미얀마 위안소를 직접 확인합니다. 르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큰 스케일을 보여주게 될 텐데요. 본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저는 개봉 전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보는 내내 끓어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삭여야 했지만, 이 영화는 반드시 시청자분들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무기로 삼는 이 보고서의 진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으니까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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