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가 전하는 책 이야기, 아나운서의 서점 ‘아나운서점’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서점지기 아나운서 이현경입니다.
여러분, 올 한 해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건강을 위해서 5kg을 빼겠다거나 예쁜 원피스를 입기 위해서 10kg을 감량하겠다며 다이어트를 결심하신 분들이 적지 않을 텐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다이어트를 실천하려면 운동과 식이요법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먹는 음식을 조절해 가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요.
그래서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몸매를 아름답게 가꾸고, 고혈압, 당뇨, 비만, 치매, 암과 같은 만성질환으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연식물식’ 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채식이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보통 채식주의자 하면 고기나 달걀 같은 육류를 먹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채식주의자는 육류는 먹지 않지만, 공장에서 생산된 라면이나 빵, 청량음료, 과자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반면에 자연식물은 과일, 채소, 현미, 호밀 등 자연에서 가져온 식물 외에는 먹지 않는 식사법을 말합니다. 당연히 고기는 안 먹고요. 생선, 계란, 우유, 식용유, 설탕이 들어간 음식까지도 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식물만 먹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식물식에 도전하고 싶지만, 부작용이나 효과가 의심스러웠다면 이 책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의철 작가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직업환경의학, 좀 낯설게 느껴지는 의료 분야인데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작업장에서 환경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질병을 진단하고, 이를 예방하기 활동을 벌입니다. 매일 사업장을 돌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 환경이나 생활 습관을 파악하는 게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주요 업무입니다.
자연식물식을 접하기 전, 저자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고혈압이 나타나면 고혈압약을, 혈당이 높으면 당뇨약을, 간 수치가 높다면 간장약을 먹도록 권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약을 오래 먹어도 환자들의 병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났는데요. 약을 끊을 경우, 다시 수치가 올라가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답을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소문으로 들려오는 의학 지식이나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건강 정보가 있으면 반드시 논문을 찾아보고, 또 논문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단식을 해 보기도 하고, 고가의 유산균제나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보기도 하고, 또 밀가루 음식을 완전히 끊어 보기도 하고, 견과류를 많이 먹다가 끊어 보기도 했습니다. 자연식을 했을 때와 가공식품을 먹었을 때 신체 상태를 비교하기 위해서 일부러 과자나 튀김을 많이 먹기도 하고, 치즈나 고기만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자신에 대한 실험이 이어졌는데요. 그 실험 기간이 무려 10년이었습니다. 대단하죠? 이런 노력 덕분에 저자는 세상에 난무하는 온갖 건강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이번에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는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입니다.
저자는 왜 자연식물식이어야 하는지,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로 그 근거를 제시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상태와 식습관의 변화를 살펴보았더니, 우리가 먹지 말아야 할 것, 먹어야 할 것이 보였다는 거죠.
왜 살이 찌는지, 당뇨의 원인은 무엇인지,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수치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저자는 영양 생리, 소화 생리를 바탕으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무조건 남이 좋다고 해서 먹기보다 이렇게 의사 선생님이 제시하는 근거를 통해 확신을 갖고 먹는다면 식이요법을 좀 더 끈기 있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암이나 치매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속 쓰림, 식곤증, 반복되는 염증 같은 잔병은 당장 생명의 위협이 되지 않아서 무시하고 넘어가기 쉬운데요. 이런 증상이야말로 우리 몸의 큰 병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게다가 이런 증상은 은근히 신체를 괴롭히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저자는 자연식물식을 통해서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비만, 고혈압, 당뇨, 암은 물론 잔병까지 치료할 수 있도록 섬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흔히 살을 빼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사실일까요? 저자는 탄수화물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 영양소라고 강조합니다.
1970년대에 비하면 현대인의 체중이 확실히 더 많이 나가고 만성질환의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밀가루 섭취량에 있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그때의 ‘밀가루 음식’ 하면 칼국수, 수제비를 일컬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물과 약간의 소금 이외에는 넣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이 찌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먹는 밀가루 음식은 라면, 과자, 짜장면, 피자처럼 순수하게 밀가루만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빵 하나를 만들어도 반죽에 설탕, 버터, 식용유가 밀가루와 거의 동일한 양으로 들어갑니다. 저자는 밀가루 음식을 즐기면서도 살이 찌는 것을 막으려면 바게트나 건면으로 된 라면을 골라야 한다고 친절하게 팁까지 전달합니다.
그밖에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달걀과 우유가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등 푸른 생선이 두뇌 발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우리의 건강 지식을 바로잡아 줍니다.
채소가 좋은 것은 모두가 알죠. 한국인의 채소 섭취량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비만 인구와 만성질환자는 자꾸만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인이 섭취하는 채소의 40%가 김치류라고 합니다. 김치는 몸에 좋은 우리의 전통 음식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김치에는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채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반감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네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나물 역시, 과거에 대해서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과도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채소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하네요. 기왕에 채소를 먹는다면 신선한 상태로 기름, 설탕, 소금을 최소한으로 첨가해서 먹는 것이 우리 몸에 유익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건강하게 먹기’의 일환으로 저자는 ‘드레싱 없는’ 샐러드를 권하는데요. 채소만 먹어야 채소 고유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달고, 짜고, 고소한 맛에 끌려 샐러드를 먹는다면 샐러드조차 ‘정크 푸드’가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드레싱이 없는 샐러드가 밍밍하고 쌉쌀하게 느껴지겠지만, 문득 채소 자체가 맛있어지는 순간이 온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미각 재활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에 앞서, 미각이 재활 되어야 더 즐겁고 편안한 방식으로 자연식물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하니까 조금 힘들어도 한동안 적응기를 갖는 것은 필수일 것 같습니다.
저자는 고기, 생선, 계란, 우유, 식용유, 설탕을 포기할 것을 권하는데요. 단칼에 포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채소와 과일을 꾸준히 섭취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채소와 과일의 풍부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염증을 감소시켜서 비염, 피부염, 각종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해 줄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가 배변활동을 도와서 변비나 소화기관과 관련된 불편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처음 자연식물식에 도전할 경우 단계적으로 속 쓰림이나 소화 불편감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이는 충분히 씹는 연습이 부족하고, 소화기관의 적응도 덜 되어서라고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채소와 과일을 잘근잘근 충분히 씹어 먹는 연습을 하면 반드시 속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니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연식물식이 좋은 것은 아는데, 당장 실천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이 책에 쓰여 있는 저자가 전하는 ‘장보기 노하우’, ‘조리법’, ‘식당에서 메뉴 주문 하기‘와 같은 팁을 눈여겨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는 지속 가능한 먹을거리에 대해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자연식물식은 기울어진 지구 환경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현재 지구 환경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얻는 과정에서 얻어진 산물입니다. 인간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환경을 바꾼 덕분에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구 곳곳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대기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넘쳐나고, 바다에는 미세 플라스틱 같은 화학물질들이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숲을 파괴한 자리에는 소, 돼지, 닭 등 인간이 선택한 특정 종을 먹이기 위한 사료 경작지가 자리 잡고 있고요.
이 모든 일들이 우리가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생활방식을 바꿈으로써 얼마든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동물성 식품 중심에서 자연식물식으로 식단을 바꾸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가량 줄일 수 있고, 거대한 면적의 숲이 해마다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바다의 산성화와 또 질소 오염, 수자원 남획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나도 건강해지고, 지구도 건강해지는 ‘자연식물식’, 우리 모두 더 미루지 말고 올해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이번 ‘아나운서점’은 여기서 문을 닫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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