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후 양측은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일반적으로 ‘솔직한, 건설적인’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뜻이지만 외교 용어에서는 다르게 해석합니다.
외교 협상에서 ‘솔직한’이라는 단어는 이견이 있다는 점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며, ‘건설적인’이라는 단어 역시 이견을 드러내서 조정하려 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쉽게 말해 이번 회담은 미-중 사이에 이견이 심하고 격렬하게 맞섰으나 파국으로 가지 말자는 뜻으로 보면 되겠죠.
실제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디커플링, 이른바 공급망 등 분리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중 대립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지난 5월 30일 열린 제20기 중앙 국가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서방과의 갈등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과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하라는 주문을 내리며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런 강경노선에 불을 지피는 이들도 상당수가 있는데요. 미-중 간의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 시발점은 아마 대만 문제일 것입니다. 중국 당국의 태도를 보면 모든 중국인의 염원이 대만을 통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55%만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는 것을 원할 뿐이며, 33%는 반대를, 그리고 나머지 22%는 현 상황 유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과반수만이 무력 통일을 지지할 뿐입니다.
일례로 지난 5월 중국의 온라인에 올라온 한 글로 인해 중국이 한동안 시끄러운 적이 있었는데요. ‘만약 전쟁이 터지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도 전쟁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회의 취약층인데 국가는 평화로운 시기에 우리를 기억해 주지 않았으며, 늘 어려울 때면 국가를 거론하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 강조하곤 한다.
복지를 비롯해, 각종 국가의 우대정책에서 우리를 동등하게 대해줬던 적이 있었나? 그렇기에 나와 내 아이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해당 글에는 8천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으며 댓글 창은 찬반 의견으로 나뉘며 한바탕 난리가 났는데요.
비단 이런 글뿐 아니라 각종 댓글을 보면 전쟁이 나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전문가나 교수들 많잖아. 나 같은 서민들까지 전쟁에 갈 순서가 오겠어?’, ‘하루 세끼 먹고사는 것도 걱정인데 국가 대사는 님들이 신경 쓰셔.’, ‘중국에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 보내면 될 듯.’, ‘사는 것도 힘든데, 그냥 전문가들 보내자.’,
‘돈이면 되잖아. 전쟁 나면 그냥 용병 고용하세요.’, ‘전쟁 나가면 주택 대출금 갚아주나?’, ‘민생이나 챙기세요. 불공평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이런 여론이 조성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절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점도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 나오는 전쟁 패배론의 목소리도 큰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6월 15일 중국 언론들은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의 강성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중국과학기술대 리이 교수는 지난 6월 4일 심천의 한 포럼에 참석해 만약 중국이 대만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중국의 661개 도시 가운데 500개의 도시가 사라질 것이며, 1억 4천만 명의 젊은이들이 희생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는데 해당 발언은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해 중국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이 얼마 전 자국의 대표적인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인 후시진의 중국 패배론 발언은 현재 중국을 멘붕 상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웨이보에 2,475만의 팔로워를 가진 그는 중국이 세계와 싸울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해 온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사람으로 평가받는 그는 대중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지난 18일 웨이보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는데요.
‘만약 미-중 간의 전쟁이 발발하면 이는 생사를 건 전쟁이 될 것이며, 미국은 생존을 위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정치적 역량을 동원할 것이며, 또한 자신들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동원해 중국과 생사를 건 전쟁을 펼칠 것이다. 만약 이런 형국으로 흘러간다면 나는 우리에게 승산이 없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일단 전쟁이 터지면 중국의 전략은 자국을 방위하는 것이지 미국을 멸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중국이 단체 멘붕에 빠진 이유는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과 대등하며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자신들의 절대적 지지자인 후시진이 갑자기 ‘나는 우리에게 승산이 없다고 믿는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각종 매체는 중국에 승산이 없으면 미국에는 승산이 있냐고 되묻고 싶다며, 사실상 후시진이 미국에 항복선언을 했다고 크게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중국을 대표하는 국수주의 작가이자 대표적인 반미투쟁 인사로 후시진에 버금가는 지지를 얻고 있는 스마난 역시 후시진이 해당 글을 남긴 다음 날 관련 글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자, 후시진은 며칠이 지난 후 자신이 쓴 글을 이번에는 영상을 통해 다시 말하는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나는 우리에게 승산이 없다고 믿는다’라는 문장을 쓰지 않고 ‘우리에게 불리하니 피해야 한다’라는 표현으로 완곡하게 바꿔 말하게 됩니다. 해당 내용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후시진도 미국에 매수당했나? 뒷조사 한번 해보자. 미국의 첩자인 것 같아.’, ‘경거망동 말고 지금 미-중의 군사력과 국민들의 응집력을 잘 이해하고 냉철하게 판단해보길…’, ‘미국을 없애고 싶지만, 누가 감히 미국에 승산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미국도 중국을 없애지 못하고, 중국 역시 미국을 없애지 못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중국보다 강하다는 것은 사실.’
‘후시진이 말한 게 솔직한 말 아닌가? 미국하고 전쟁해서 승산이 있을까? 중국에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우물 안 개구리고, 미국에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 이가 이성적인 사람.’, ‘만약 6.25 전쟁으로 돌아간다면 후시딘 같은 사람이 제일 먼저 항복할 듯.’, ‘후시진의 미국 은행 잔고가 부족한 모양이군.’, ‘만약 전쟁이 터지면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나토, 한국, 일본과도 붙어야 하는데 그래도 승산이 있다고 보나요?’
최근 몇 년간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다툼으로 인해 받은 각종 경제력 제재로 삶이 팍팍해지자, 내부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문제이니 당국이 국민들에게 아무리 중뽕을 심으려 해도 잘 먹히지 않는 것이 요즘 중국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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