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전 국민에게 온갖 욕을 먹으며 시작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프로젝트는 완성되는 순간에도 여전히 비난의 중심에 서야만 했는데요. 그런데 지금 이 프로젝트를 두고 사람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선견지명 쩐다’ 비난으로 얼룩졌던 프로젝트가 이제 칭찬으로 덮이고 있는데요. 과연 이 프로젝트는 뭐였길래 전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한 걸까요?
1999년, 57년 전 한반도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황금박쥐가 전남 함평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함평 고산봉 일대에서 162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죠. 한국에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황금박쥐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복을 상징한다는 동물인 황금박쥐가 다시 발견되었다니 한국에 뭔가 좋은 일을 가져다줄 것 같은 기분 좋은 소식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황금박쥐, 복은커녕 곧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비난의 이유는 세금이었는데요. 박쥐도 세금을 내나? 박쥐와 세금, 이 황당한 조합에 전 국민이 분노하게 된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멸종위기 동물 1급 황금박쥐를 보호하고 생태 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함평군은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했습니다. 특명 황금박쥐상을 만들자! 황금박쥐의 조형물을 만들기로 기획했는데 이게 비난의 원흉이 된 것이었습니다. 조형물을 둘러싼 논란은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죠.
춘천 조형물 프러포즈, 이건 프러포즈의 로맨틱함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보기 흉하다는 민원이 잇따랐습니다. 세종 청사의 흥겨운 우리 가락, 이 작품은 밤에 보면 오줌을 지릴 듯한 저승사자 같은 모습에 청사 직원들조차 민원을 넣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기상천외한 조형물들이 한국 곳곳에 있는데요.
그런데 황금박쥐상은 앞선 조형물처럼 기괴해서 욕을 먹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황금박쥐상은 그 이름에 걸맞게 조형물이 진짜 금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5년 1월부터 순금과 은의 매입, 2007년 5월~2008년 3월까지 총 11개월에 걸쳐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는데요.
금값만 무려 27억 원, 은값까지 더하면 30억 원. 2000년대 중후반 조형물 재료만 사는 데 30억 원이 들었다니 혈세 낭비가 너무 심하지 않냐며 전 국민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조형물이 세워질 함평군 내에서도 비난이 폭주하는 상황이었죠.
보통 이런 조형물을 만들 때는 도금 처리하는 게 보통인데 순수한 금과 은으로 만들겠다는 건 진짜 광기였습니다. 그래도 비싼 만큼 완성된 조형물은 때깔부터가 다른 조형물들과 달랐습니다. 딱 봐도 빛이 나는 박쥐들, 진짜 빛이 나는 거겠죠. 공개 당시 함평군은 엄청난 논란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심각한 혈세 낭비다. 이거 하면서 얼마나 해 먹었냐!’ 스케일만큼이나 거센 비난이 쏟아졌죠.
그런데 4년 뒤 황금박쥐 상의 평가를 180도 바꾸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혈세 낭비라던 황금박쥐상은 우려와 달리 함평군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국내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까지 찾는 나라 대표 랜드마크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황금박쥐에 대한 평가를 바꾼 건 랜드마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매년 황금박쥐상이 공개되는 시기가 다가오면 인터넷은 이런 글들로 도배됩니다. ‘군수님 인생 최대 업적.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선견지명’, ‘낭비라던 황금박쥐 상의 대반전, 세금 낭비 논란 종결.’ 욕은 사라지고 오로지 칭찬만으로 도배되는데요. 전 국민이 태세 전환하게 된 이유는 황금박쥐상 앞에 세워진 안내문만 봐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황금박쥐 조형물은 순금 162kg, 은 281kg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제작하였음. 2005년 1월 순금 매입 당시 시세는 1돈에 63,000원, 총 27억 원을 매입하였으며 2009년 10월 금값 시세는 1돈에 165,000원. 현재 황금박쥐 상 조형물 가격은 예술적 가치 제외하고 금값만 71억 4천만 원에 달하고 있음.’
대한민국 금테크 성공! 4년 만에 금값이 대폭 오르면서 세금 낭비라고 욕을 먹던 황금박쥐 상이 오히려 엄청난 투자 효과를 내버린 것이었습니다. 이 내용 아래에는 ‘제작 당시 예산 낭비라는 여론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 군 청정농업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 귀중한 관광자원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 해외 관광객들로부터 크게 주목받고 있음’
당시 얼마나 몰매를 맞았으면 이런 내용까지 상세히 적어 두었을까 싶은데요. 중요한 사실은 지금도 금값이 계속 오르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올라온 기사들을 보니 이제 황금박쥐 상의 가격은 137억 원. 그리고 황금박쥐 상을 만들고 남은 금 19.31kg과 은 8.94kg으로 제작한 오복포란 역시 가격이 훌쩍 뛰었습니다. 2010년 6,600만 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만들었는데, 현재는 16억 원.
역시 황금박쥐는 복을 부르는 상징이 맞았나 봅니다. 황금박쥐상의 가치가 이만큼이나 올랐고 지금도 계속 오르는 중이라는 건 너무나 좋은 소식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황금박쥐를 노리는 악의 무리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2019년 황금박쥐 상을 훔치려던 세 명의 도둑이 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도둑들의 허술함에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도둑들이 간만 컸지 절도 계획은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죠.
범행이 시도된 오전 1시 35분 황금박쥐 상이 전시된 함평군 함평읍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에 침입을 시도한 도둑들. 셔터 자물쇠 절단까지는 무난했지만, 셔터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들의 계획은 끝나버렸습니다. 곧바로 경보 장치가 울렸고, 도둑들은 챙겨 온 연장까지 내팽개치고 도망쳤지만, 범인 두 명은 바로 검거, 남은 한 명도 두 달 만에 검거되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오로지 황금박쥐 상을 훔치기 위해 모인 도둑 모임이었는데요.
사람들은 이 도둑들의 범행 계획이 알려지자, 그들이 셔터를 열고 무사히 침입했다 해도 황금박쥐 상을 훔치지 못했을 거라며 비웃었습니다. 도둑들이 챙겨간 연장이 절단기와 해머뿐이었기 때문이죠. 절단기는 자물쇠를 풀 때 잘 사용했다지만 해머는 정말 어림도 없는 장비였습니다. 이건 황금박쥐상을 둘러싼 유리를 부수기 위해 챙겨간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범인들이 이걸로 아무리 유리를 때렸다 해도 유리는 부서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건 방탄유리이기 때문이죠. 이 도둑들은 황금박쥐상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가 방탄유리인지도 몰랐던 노답 삼 형제였습니다. 그리고 이 도둑들의 마지막 웃음 포인트는 고작 3명이 어떻게 옮기려고 한 걸까요?
황금박쥐상은 박쥐 상 무게만 해도 금, 은 무게 합쳐서 300kg이 넘고, 주변 조형물까지 합하면 570kg인데 고작 세 명이 저걸 어떻게 옮기려 한 것일까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황당한 도둑들이었습니다. 에피소드마저 역대급인 황금박쥐상! 현재 황금박쥐상과 오복포란은 황금박쥐 생태관에 전시 중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 때나 이 황금박쥐상을 볼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원래 제작 이후 상시 개방되었었지만, 이제는 1년에 한 번, 5월 함평 나비축제 때만 공개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콘텐츠를 보신 분들은 바로 보러 가실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나비축제 기간이기 때문이죠.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만 볼 수가 있습니다. 지금 보지 못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요. 황금박쥐상은 꼭 한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황금 유물은 몇백 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데요. 황금 유물만 모아서 전시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보았을 때 지금 황금박쥐상이 한국의 랜드마크에 불과하지만 몇백 년 뒤에는 세계적인 황금 유물 중 하나로 자리 잡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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