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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와 바다를 가르는 거대한 바다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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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2016년 미국에서 방영했던 ‘콜로니’라는 미드를 보셨나요? 이 작품은 외계인 침공으로 점령당한 LA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 외계인은 LA를 완전하게 지배하기 위해 도시 주변으로 거대한 장벽을 설치했는데 그 설정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보면 이러한 장벽을 인위적으로 설치한다면 최근 한국을 강타한 극한 호우나 일본을 강타했던 쓰나미 등을 막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거대한 장벽이 포항에 들어섰습니다. 아마 인간이 만든 장벽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의 만리장성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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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도 보인다는 21,196km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은 적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인데 보통 만리장성은 중국 최초로 중원을 통일한 진나라의 진시황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몽념에게 30만 병사를 주어 장성을 쌓게 했는데, 그 거리가 임조에서 요동까지 만여 리에 이르렀다’라고 나와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를 글자 그대로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진나라는 통일 후 15년 만에 멸망했기 때문에 15년 사이 1만 리의 성을 쌓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리’라는 길이는 상징적인 수치로 정확한 만리장성의 길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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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만리장성은 진나라 훨씬 이전인 주나라 때부터 시작해 춘추전국시대에는 나라 별로 자신들의 장성을 쌓았고, 진시황이 중원을 통일한 후 그 장성들을 연결한 것이 오늘날의 만리장성입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만리장성은 약 6,000km를 조금 넘는데 2000년대 초반 갑자기 만리장성은 21,196km로 늘렸습니다.

2009년에는 기존의 끝인 산해관에서 더 동쪽으로 연장해 신의주 건너편 단동까지 연장된 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 예상하시다시피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이런 짓을 저지른 겁니다. 그 안에 포함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증거로 만들어 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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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원래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이러한 장벽이 이제는 자연재해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북 포항에도 얼마 전 거대한 장벽이 하나 세워졌죠. 작년 9월 한반도를 잔뜩 긴장시켰던 태풍 ‘힌남노’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힌남노는 경남과 경북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는데 그중 포항은 태풍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었는데 이 때문에 상당한 수해를 입었습니다. 포항 대표기업인 포스코도 수해를 피해 갈 수 없었는데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공장의 절반이 침수되고 결국 가동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포항제철소 공장이 세워지고 49년 만에 처음 겪는 수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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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년 뒤 공장에서는 길이 1.9km, 높이 2m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세워졌습니다. 힌남노 피해를 겪은 후 작년부터 계획했는데 무려 6개월간 연인원 12,000명이 휴일 없이 공사에 매달려 어렵게 차수벽을 완공했습니다. 또한 차수벽 중간에는 길이 30m, 무게 30톤짜리 국내에서 가장 거대한 차수문을 세웠죠.

사실 포스코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포항제철소 공장은 한국에서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가급’ 국가중요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출입하거나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시설입니다. 그래서 포항에 본부를 둔 해병대 1사단은 주기적으로 탱크와 전차를 몰고 통합방호훈련을 실시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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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철조망과 조경으로 외부인의 출입만 통제해 왔는데 작년 9월 힌남노로 공장 전체가 침수되고 조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후 이에 대한 대책으로 2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게 된 겁니다. 그런데 포스코가 이런 식으로 수해를 대비하게 된 것은 ‘강남역 노아의 방주’로 잘 알려진 한 빌딩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년 8월 장마철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 일대는 또다시 물바다가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번 폭우도 견뎌낸 그 문’ 등의 제목을 단 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순식간에 퍼졌죠. 영상 속 건물은 강남역 5번 출구 인근에 있는 ‘청남빌딩’으로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2m에 가까운 높이의 방수문을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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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 도로에 물이 가득 차 차가 둥둥 떠다녀도 건물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방수문 뒤에서 물바다가 된 도로를 구경하는 모습도 포착됐죠. 평상시 차가 드나들 때는 누워 있지만 폭우가 내리거나 야간에는 이를 세워 진입로를 완전히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요. 매년 장마철로 강남역이 침수될 때마다 이 건물은 늘 화제가 됐고 아마 포스코도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1.9km에 이르는 거대한 차수벽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인간은 ‘적군’이 아니라 ‘자연’과 싸우기 위해 장벽을 세워야 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그런데 수해를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는 국가는 한국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 지형을 바꿀 정도로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일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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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일본 동북 지역을 뒤흔든 강력한 지진, 규모 9.0을 넘는 강력한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하자 그 여파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을 덮쳐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찍힌 영상을 보면 ‘과연 인간이 저 쓰나미를 막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섭게 인간세계를 덮쳤는데요.

당초 3m 높이라던 쓰나미는 그 몇 배는 넘는 높이로 해안가로 달려왔고 장소에 따라서는 18m까지 물이 찼고 해안에서 9km 떨어진 지점까지 바닷물이 밀고 올라왔습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동북부의 한 도시를 찍은 2009년 11월의 위성사진과 2011년 3월을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쓰나미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직접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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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대부분이 밀고 올라온 바닷물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초토화가 됐죠. 이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기능 정지를 불러왔고 결국 폭발로 이어져 그 피해는 아직도 수습되지 않았습니다. 2만 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그 대응책은 더 거대해야 했고 결국 일본 정부는 높이 12.5m에 이르는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4층보다 높은 장벽이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까지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무려 295km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휴전선 250km보다 더 긴 수준이고, 반포 IC에서 전남 광양항까지의 직선거리입니다. 총건설비 1조 3,500억 엔, 한국 돈 13조 5천억 원이 소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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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2.5m는 쓰나미 당시 왔던 높이보다는 낮습니다. 잘하면 100년에 한 번 오는 쓰나미는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00년에 한 번 오는 쓰나미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쓰나미 피해를 입은 바닷가 가까운 주택단지는 주변 산을 깎아 조성된 높은 지역으로 모두 옮겨갔고, 시가지였던 곳은 주변 산을 깎아 흙을 옮겨 와 원래보다 3m 높여 새롭게 조성하면서 지형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장벽은 비단 일본에만 세워진 것도 아닙니다. 2020년 12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집중호우가 내려 도시 전체가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고 베네치아의 상징 산마르코 대성당이 폐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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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기록적인 호우로 일주일 사이 3번이나 침수됐죠. 이에 베네치아는 도시 보호를 위해 300톤짜리 강철 여닫이문 78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방벽 모세를 세웠습니다.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있지만 해수면 상승 경보가 발령되면 즉시 물 위로 솟아올라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데 30분 내로 10층 높이의 장벽이 생기기 때문에 도시를 바다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데요. 한국 돈으로 무려 8조 원이나 들여 17년간 매달린 이 방벽은 최대 3m 해수면까지 방어할 수 있다고 하죠.

미국 뉴욕 역시 이러한 바다 장벽을 세울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런 계획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2013년으로 허리케인 샌디를 겪은 이듬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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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샌디는 미국 전역에서 157명이 사망하고 재산 손실만 70조 원을 넘었으며 뉴욕시에서만 4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11만여 명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당시 전력이 끈기고 나흘간 지하철 운영이 중단됐으며 600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죠. 도시의 주요 기능이 멈춰버리자, 뉴욕 증시는 1888년 폭설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휴장을 결정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2013년 뉴욕시는 자연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약 24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뉴욕을 감싸는 방파제 건설입니다. 현재 뉴욕 증권거래소 등이 모인 로어 맨해튼 지역에는 약 4km 길이 해안선을 따라 높이 5m의 방파제가 건설되고 있고, 이스트강과 주거지역이 가장 가까운 23번가와 20번가 해안에는 이미 방파제가 건립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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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대서양으로 통 바다를 막은 후 제방을 쌓고 거대한 출입문을 만드는 겁니다. 아예 바닷물이 뉴욕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죠. 괜히 24조 원이 착수금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주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에는 잘 아시다시피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충북 오송에서 미호천 제방이 터지면서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죠. 길이 440m 지하차도 터널에는 2분 만에 6만 톤 이상의 강물이 들어찼고 아무런 통제가 없어 터널을 지나던 차량 17대가 그대로 고립되면서 큰 인명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이렇듯 현재 전 세계 곳곳은 기상이변과 목숨 건 사투를 벌이며 죽을힘을 다해 자연을 막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아마 앞으로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는 더 많아질 겁니다. 미리 대책을 세우고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의미입니다. 부디 자연재해가 더 이상 재해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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