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꽉 닫혔던 하늘길도 활짝 열리고, 날씨도 적당히 풀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쩍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렇게 떠난 여행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만나면 여행의 맛이 살아나는 법이죠. 역대급 날씨, 새로운 인연, 그림 같은 풍경 등 많은 행운이 있지만, 역시 최고의 행운은 ‘이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공짜’입니다. 하지만 공짜 행운은 가장 만나기 어려운 행운이죠. 그런데 365일, 언제나 한국인이라면, 한국인에게만 공짜 행운을 주고 있는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겠습니다.
자연경관이 예술이라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죽어있던 ‘갬성’이 살아난다는 나라, 스위스인데요. 영상이나 사진만 봐도 황홀한 풍경인데,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예쁠까요?
그리고 스위스에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국적을 막론하고 반드시 찾는 장소가 있죠.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입니다. 한국에서도 한 높이 하는 산을 2개 붙여도 모자랄 만큼 엄청난 높이 위에 기차역을 만들어 놨으니 안 가 보려야 안 가 볼 수가 없겠죠.
융프라우요흐 기차역으로 향하는 산악열차에 몸을 싣고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고 합니다.
기차역에 도착하면 영원히 녹지 않는다는 만년설과 알프스 3대 명봉, ‘융프라우봉’이 펼쳐지는데요. 이런 멋진 풍경을 즐기면서 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한 세계 관광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거쳐 가는 관광 코스가 있습니다. 바로 ‘만년설을 바라보며 신라면 먹기’인데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거쳐 가는지, 연간 10만 개의 신라면이 이곳에서 팔리고 있는데요. 만년설을 바라보며 먹는 라면의 맛… 상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돕니다.
하지만 룰루랄라 라면 사러 매점을 찾았던 세계 여행객들은 ‘이것’을 마주하고 즐거움이 한순간에 팍 식어버리고 맙니다. 가격 때문인데요. 컵라면 가격이 정말 미쳤습니다.
스위스는 물가가 엄청나기로 유명한 나라죠. 원래 물가가 높은 나라에 유명한 관광지라는 옵션까지 더해지자, 융프라우요흐역 편의점에서 파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11,000원입니다.
라면만 산다면 2.1유로지만, 융프라우요흐역 편의점은 젓가락과 뜨거운 물도 모두 유료입니다. 그렇다 보니 만년설을 바라보며 인생 라면샷을 찍으려면 신라면, 젓가락, 뜨거운 물까지 모든 것을 구입해야 하다 보니 합하면 7.96유로, 현재 환율로 보면 11,000원이 넘습니다. 심지어 작은 컵라면의 가격인데요. 이 정도면 아무리 만년설을 바라보며 먹는 라면이라고 해도 주춤할 만하죠.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이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인에게만 신라면이 공짜이기 때문이죠. 단, ‘이걸’ 꼭 챙긴 한국인에게만 공짜입니다.
동신항운 홈페이지에서 산악열차 할인쿠폰을 챙긴 후 현지에서 열차표를 수령할 때 한국 여권과 할인쿠폰을 제시하면 담당 직원이 컵라면으로 교환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합니다. 스위스 여행을 계획 중인 한국인 분들이라면 꼭 챙겨드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왜 스위스는 한국인에게만 신라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걸까요? 1998년 산악열차표 대행 판매사인 한국 동신항운’에서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 사장에게 건넨 황당한 제안 덕분에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인에게만 컵라면을 무료로 제공해 달라는 것이었는데요.
등가 교환방식의 제안이 아니라, 그냥 한국인에게만 라면을 무료로 달라는 다소 무례해 보이는 제안이었는데요. 그러나 놀랍게도 융프라우 철도 사장은 이 어이없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융프라우 철도 사장이 호구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융프라우 철도는 이 제안이 한국인 관광객을 자연스럽게 모아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당시 융프라우 사장이었던 캐슬러 씨는 인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망대에 인도 음식점을 만들었었는데요. 이 파격적인 마케팅 결과, 1990년대에 겨우 6,000여 명에 불과했던 인도 관광객이 2000년대 중반엔 10만 명을 훌쩍 넘기게 되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전략을 다시 한번 꺼내 든 것이죠. 실제로 융프라우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10만 개의 라면 중 6만 개는 한국인이 먹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한국인이 융프라우요흐에 방문한다는 말이겠죠?
하지만 한국인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 당연히 다른 나라 여행객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철도 회사에서는 라면 회의를 열어 이 서비스를 지속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언젠가는 형평성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료 신라면 혜택이 끝나기 전에 꼭 방문해 보고 싶네요.
그런데 하나 주의할 점은 ‘라면만’ 무료이기 때문에 젓가락이나 물은 한국인도 구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무젓가락 하나 챙기는 것과 끓는 물 준비해 가는 것은 너무 쉽죠. 미리 준비해 간다면 진짜 공짜 라면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만 무료인 나라는 아니지만, 한국인이라서 정말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몽골인데요. 몽골에서는 한국어만 해도 여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한국인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여행 유튜버의 콘텐츠를 참고하자면, 여행 도중 버스가 멈추자 한국인 유튜버를 포함한 모든 여행객이 하차해서 대기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던 중 이 한국인 유튜버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몽골인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갑자기 유튜버를 어디론가 데려갑니다.
도착한 곳에서 몽골의 전통 음료 아이락을 대접받게 되는데요. 아이락을 마시고 있는 한국인 유튜버를 보고 한 몽골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거 한국의 막걸리 맛이랑 비슷하죠?” 막걸리를 알고 계시네요…
그리고 여행 중 한국어 능력자도 만나 유튜버의 말을 통역해 택시를 타는 방법도 알려주고, 택시 기사님도 유튜버가 한국인인 걸 알자 너무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 나갑니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사장님이 한국말로 “밥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보는데요. 여기 뭐죠? 이 유튜버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 유튜버의 콘텐츠에서도 한국어 능력자들이 마구 튀어나옵니다.
이 콘텐츠에서 더 놀라웠던 건, 몽골 길거리에 한국 가게들이 쭉 이어져 있어서 마치 한국의 길거리를 걷는 것 같아 보이는 모습이었는데요. 이 정도로 한국 친화적인 나라라면 외국어를 전혀 못 하는 사람도 몽골 여행에 도전해 볼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가 뺏어갔던 우리의 즐거움, 여행이 진짜 돌아온 것 같은 요즘입니다. 그런데 좀 심하게 돌아온 것 같죠. 한국인들이 그동안 얼마나 여행이 가고 싶었는지,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세계 곳곳에서 방문객 수 1위를 찍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에서는 매달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한국인 여행객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괌과 사이판은 전체 여행객 2명 중 1명이 한국인이라고 하네요.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해외 방문객 중 32%, 30%의 점유율을 한국인이 차지하는 중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런 현상이 살짝 과하지 않나 싶지만,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여행객은 적극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아시아 마켓 중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마 한국인의 여행 한풀이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저도 해외여행까지는 힘들겠지만, 조만간 국내 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꼭 시간을 내서 스위스의 공짜 신라면과 한국어만 믿고 떠나는 몽골 여행 콘텐츠에 도전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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