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습니다. 어느 샌드위치 가게에 왔어요. 로컬 느낌인데 재료가 엄청 신선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줄 서서 사 먹고 있었어요. 2,000원짜리 샌드위치인데 참치가 한 20,000원어치 들어가 있어요. 들어간 내용물을 보면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느낌이에요.
먹어보니 양은 많은데 우리나라 샌드위치처럼 촉촉하거나 맛있진 않아요. 오이, 토마토, 참치, 양파 그리고 소스 섞은 맛이에요. 배 채우기 좋은 맛이에요. 그래도 재료가 신선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1시간 반 정도 내려가면 있는 ‘함마메트’라고 하는 튀니지 마을에 가 볼까 합니다. 튀니스에서 함마메트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요. 샌드위치 다 먹은 후 버스 정류장에 가서 당일 버스표가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튀니지 어르신들은 영어를 거의 못 한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여행하기 좀 어려워요. 다행히 지도로 소통할 수 있는 택시 기사님을 만나서 버스 정류장까지 갈 수 있게 됐어요. 택시 기사님이 미터기를 켜 주시더라고요. 튀니지에서 이런 분 처음 봤어요. 운이 좋았어요. 기본요금이 300원으로 아주 저렴하더라고요. 2km 택시비 1,200원 나왔어요. 양심 있는 택시 기사님이라 3,000원 드렸어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어요. 함마메트로 가는 표가 1시간마다 있다는데, 저는 2시간 뒤에 탈 수 있는 2시 표를 구매했어요. 매점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정류장에서 대기했습니다.
버스 내부는 의자 몇 개가 조금 부서진 것만 빼면 냄새도 안 나고 쾌적해서 좋았어요. 튀니스에서 함마메트로 가는 길은 1시간 정도 걸리고, 버스 비용은 약 5,000원이었습니다.
함마메트에 도착했어요. 튀니스보다 좀 더 해안 도시 느낌이 나고 여유로워요. 제가 숙소를 호텔 앱으로 잡았는데, 해안가에 붙어 있는 좋은 호텔이 40,000원인데다 평점도 좋길래 예약했거든요. 그런데 위치를 보려고 구글에 검색하니까 구글 평점과 리뷰가 최악인 거예요.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호텔 앱에서의 평점과 구글 평점이 왜 그렇게 차이가 났던 걸까요?
제가 예약한 Sol Azur 호텔은 번화가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있었어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로비에 들어오니 꽤 괜찮았어요. 실내만 보면 제주도에 있는 특급 호텔 느낌이었어요. 호텔 직원도 친절했고요. 리뷰에 리셉션이 불친절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일단 저에게는 친절하고 밝았어요.
다만 체크인 담당 직원이 한 명이라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방 안내하는 직원이 제 이름을 보고 제가 한국인인 걸 알았는지 한국어로 방 숫자를 읽으며 말을 걸어 주었어요. 굉장히 친절했어요.
오션뷰로 예약했는데, 들어와 보니 바다가 보이긴 하는 정도의 방이었어요. 곰팡이 냄새가 꿉꿉하게 좀 나긴 하는데 오션뷰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개인 욕조도 있었고요. 한적하게 푹 쉬기 좋아 보였어요.
이곳의 분위기는 휴양지와 비슷했어요. 제주도나 세부 느낌? 괜찮은 호텔입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부대시설이면 제가 보기에 괜찮은 것 같아요. 튀니스 바다가 한강 느낌이라면 이곳의 바다는 인천 느낌이에요. 물도 맑고요. 호텔이랑 이어져서 좋네요. 저는 이제 리조트에서 쉬어보려고 해요.
태닝 존에 누워 가만히 있으니까 천국이네요. 피자와 맥주도 주문해서 먹었어요. 피자는 치즈가 많이 들어 있는, 딱 휴양지에서 먹는 피자였어요. 엄청 맛있는 건 아니지만 배 채우기엔 나쁘지 않았어요.
이슬람 국가에서는 술을 먹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있어서 모로코와 튀니지에서 술을 찾지 않았는데 팔긴 다 팔더라고요. 암암리에 몰래 파는 게 아니라 대놓고 펍이 있었어요. 가진 않았지만요.
수영을 마치고 객실에 돌아와 잠깐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머리가 아팠어요. 말할 수 없는 냄새가 너무 심하더라고요. 객실에서 나와 복도로 가면 그 냄새가 훨씬 심하게 났어요.
수영 후 욕실에서 반신욕을 했는데, 물이 계속 빠져서 수건으로 물 빠지는 걸 막았어요. 반신욕을 끝내고 수건을 보니 수조가 닿은 부분이 까맣게 물들었더라고요.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머리가 이렇게 깨질 듯이 아팠던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건물이 너무 오래돼서 나는 냄새 같아요. 건물에서 나는 냄새.
저녁 뷔페에 왔어요. 4,000원 치고는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치킨이나 파스타도 있고요. 생각 이상으로 정말 잘 나오네요. 이 호텔은 밥이 살렸어요. 이 호텔은 아주 잘 지어졌고, 직원도 친절해요.
그런데 호텔 자체가 너무 오래됐어요. 욕조에서 반신욕을 할 때 수조에서 거미가 튀어나오기도 했고요. 냄새나 청결에 예민한 분은 절대 이용 못 해요. 예민하지 않다면 좋은 호텔일 수 있어요. 저는 힘들었지만요. 지하 4층 원룸에서 날 법한 냄새가 나요.
다음 날, 좋아하는 오션뷰를 보며 조식을 먹었어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이 호텔에서의 하루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 굉장히 힘든 호텔이에요. 일단 무작정 욕은 못 하겠어요. 가격이 너무 싸니까요. 40,000원에 수영장, 밥 다 나오니까요. 요즘은 수영장만 이용해도 추가 요금 몇만 원씩 붙잖아요. 솔직히 방 빼고 비치 베드랑 파라솔, 풀 이용, 밥 두 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4만 원에 만족해요.
다만 방이 진짜 안 좋은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명분이 없어요. 10만 원 냈으면 말이 좀 나왔을 텐데 그것도 아니니까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그건 있어요. 사람들이 욕할 만해요. 시설이 너무 안 좋아서 방에 있으면 수명이 단축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충분히 별점을 안 준 것 같아요.
호텔에서 시내 쪽으로 한 3분 걷다가 해변을 만났어요. 제가 머물렀던 호텔 앞보다 훨씬 예쁜 해변이었어요. 여기 물 색이 제주도의 금능해수욕장과 비슷해요. 이렇게 좋은 해수욕장이 있는데 관리가 잘 안된 것 같아 아쉬워요. 더 예쁘게 꾸밀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런 해수욕장이 한국에 있으면 대박 날 거예요. 저는 해변에 자리한 카페에 도착한 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셨어요.
함마메트 포트에 왔습니다. 각 도시마다 있는 올드 타운이에요. 파는 물품은 여느 올드 타운과 다를 게 없었어요. 호객은 좀 있더라고요. 포트 입장료 8디나르(4,000원)를 내고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포트 밖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산토리니 느낌이었어요. 이런 도시 분위기를 의도한 것 같진 않아요. 짓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네요.
모로코를 보면 나라는 개방됐지만 막상 가보면 이슬람 문화가 일상에 많이 스며들어 있기도 하고, 이슬람을 강요하기도 해요. 튀니지는 겉으로 봤을 때 닫혀 있지만 막상 들어와 보면 사람들이 개방적이에요. 도시 분위기도 열려 있는 느낌이고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신선하고 매력적인 나라 같아요.
시장에 들러 낙타 인형을 하나 사고 이제 튀니스에 돌아갑니다. 튀니지 여행 총평을 해보자면요. 튀니지 한 곳만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오는 건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고요. 근처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쪽에 왔다가 새로운 여행지에 가보고 싶을 경우 겸사겸사 와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했고 괜찮은 여행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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