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정신과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은 이런 말씀을 하세요. ‘나는 항상 우울했고, 항상 힘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건 치료가 안 되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치료라든가 상황에 대해서 되게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오늘 콘텐츠를 한번 준비해 봤어요.
아마 이런 얘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 몇 년이 뇌 발달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5살 때 아이들의 뇌 크기가 성인 뇌 크기의 90%이다.’ 다섯 살 이후에는 사실 뇌 성장이나 발달이 중요하지 않다고도 하고요. 과거에는 그런 인식들이 강했다면 요즘은 신경 가소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해요.
영어로 Neural plasticity 이거든요. 우리가 흔히 쓰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라는 뜻 자체가 바꾸기 쉬운,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그런 뜻이거든요. 신경 가소성의 가소성이 플라스틱에서 나온 말이고, 가소성이라는 것 자체는 외부의 압력이나 힘으로 인해서 형태를 바꿀 수가 있는 걸 말해요.
그래서 신경 가소성이라는 건 우리 뇌의 신경계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자극, 환경 등에 의해서 뇌의 기능이나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말해요. 뇌 자체가 구조를 재조직하고 스스로 신경계의 회로를 바꾸면서 다섯 살 때가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신경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자극이나 경험, 트라우마들을 겪으면 뇌의 기능이나 구조가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 어린 시절에 학대나 학폭을 당하면 그냥 단순히 심리적인 기전으로 인해서 이 환자분들이 정신 질환에 걸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뇌의 손상, 뇌 성장 저해가 생기면서 정신 질환,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공황장애가 발생한다는 얘기도 많고요.
우리가 흔히 아는 사이코패스들도 대부분 과거에 학대, 폭력 경험들이 있어요. 그리고 폭력을 조절하는 능력도 그런 걸로 인해서 영향을 받는 거죠. 유전적, 선천적인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신경 가소성으로 인한 뇌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부정적인데 이것도 반대로 생각하면 어쨌든, 가소성이니까 반대로 긍정적인 자극이나 경험을 주면 뇌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인 거죠. 신경 가소성을 뒷받침하는 어마어마한 증거들이 많아요. 성인이 되어서도 뇌의 신경 전달 체계들이 변화한다는 데이터도 굉장히 많아요.
우리가 흔히 뇌졸중이나 뇌출혈을 앓고 나면 후유증이 생기잖아요. 걸음이 힘들어진다거나 숟가락질이 어려운 분들도 있고 말씀하실 때 발음이 어눌해지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래서 많이 실망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이런 분들은 재활을 통해서 뇌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활 치료 후에 걸음걸이도 편안해지시고 손 쓰시는 것도 좋아지는 걸 보면 뇌가 신경 가소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실제로 뇌세포에서 죽은 부분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주변의 다른 곳들이 그 기능들까지 하게 되는 거예요. 활성화돼요.
실제로 만성적으로 뇌에 물혹이라든지 뇌의 일부분에 문제가 생기신 분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냥 잘 살았던 분들이 있어요. 왜냐하면 나머지 부분들이 그 기능까지 점차 수행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생각보다 우리 몸을 조절하는 능력 자체도 우리의 뇌가 계속해서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면 바뀌어요.
흔히 우리 부모님이 일을 그만두시고 확 늙으셨다거나 우울감이 심해지신 것 같다는 얘기들도 많아요. 생전 그런 분이 아닌데 좀 약해지셨다고도 하고요. 사실 이런 부분들도 어떻게 보면 신경 가소성과 관련이 있거든요. 끊임없이 어떤 사람들과 만나고 일을 하시면서 어떤 자극들을 받으셔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니까요.
사실 요즘 파이어족에 관한 말도 많죠. 그렇지만 사실은 아마 그냥 일 그만두고 집에서 쉬기만 한다면 노화가 좀 빨라질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고스톱을 치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말도 있죠. 고스톱보다 더 좋은 것은 늦은 나이까지 일이나 봉사 활동을 통해서 사회에서 대인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도 신경 가소성의 영향이 있고요. 또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분들이 청각과 촉각이 많이 발달한 것을 봐도 어느 한 부분의 뇌의 기능이 떨어지지만, 다른 부분들을 많이 활용하면 그 부분이 발달하게 되기도 합니다. 농구 선수들도 반복적으로 슈팅 연습을 하면 관련된 기능이 발달하죠.
그리고 실제로 어떤 대학병원 교수님이 프로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연구했거든요. 프로게이머들과 그냥 일반 사람 중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과 뇌를 비교했는데 프로게이머들의 전두엽이 일반인들에 비해 엄청나게 발달한 거예요. 전두엽이라는 기능은 통제, 컨트롤하는 능력이거든요.
그리고 작업 기억이라고 해서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순간적으로 빨리 판단하고 이런 부분들인데 게임을 할 때 필수적인 능력이에요. 그리고 감정이나 행동까지도 통제해야 하니까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지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프로게이머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기능이 발달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오랜 기간 만성적인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요즘 유행하는 말이지만 중꺽마,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서 우울, 대인기피, 불안장애 등을 현재 앓고 계신 분들이 분명히 많으실 거거든요.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있는데요. 국에 실수로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부은 거예요. 그러면 그 국을 떠먹을 때마다 맵잖아요. 그러면 이 국을 덜 맵게 하려면 국이나 물을 더 부어야 하거든요.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나 상처가 국에 너무 많이 뿌린 고춧가루예요. 그러면 이걸 좀 덜 맵게 중화하려면 국이나 물을 더 많이 부어야 해요.
어떤 부정적인 경험이나 자극을 자꾸 생각하시기보다는 그걸 중화할 만한 긍정적인 경험이나 활동이 필요한 거죠. 어떤 특정 상황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던 내 패턴이 뇌의 신경 가소성을 통해서 긍정적인 생각이나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거죠.
과거 경험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내가 어떤 힘든 일을 겪었더라도 여러분이 지금부터 하는 경험이나 자극들이 더 새로운 좋은 삶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나는 오랜 기간 우울했고, 힘들었으니까 뭘 해도 나아지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보다는 희망과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고 치료를 꾸준히 유지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경 가소성은 과학적인 얘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이 과학적인 얘기를 한번 믿어보시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나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나 경험, 환경에 자신을 많이 노출시키려고 노력을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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