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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높아야 오래 산다고 생각하면 일어나는 일

닥터프렌즈 doctor friends 닥프 헬프 의학의역사 다이어트 우울증 우창윤 이낙준 오진승

오늘도 또다시 찾아온 의학의 역사. 이번에는 다들 알고 있는 병, 고혈압이에요. 만성질환의 대표 주자 두 가지 중의 하나죠. 당뇨, 고혈압. 지금 보고 계시는 헬프님들 중에서도 고혈압 때문에 약을 드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게 전 세계적으로 사망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은 만성질환 중 하나예요.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유전적인 부분이 좀 크죠. 체중이 좀 많이 나가거나 흡연, 운동 부족, 당뇨나 고지혈증 같은 게 선행되어 있는 경우, 너무 짜게 먹는 거, 노화, 나이가 들면 생기죠. 탄성이 떨어지니까 혈압이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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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이라는 병은 아마 인류의 역사랑 함께했을 텐데 이게 실제로 우리가 인지한 건 늦었을 거예요. 이게 티가 나지 않고 혈압이 높다는 거는 혈압을 제대로 재야 알 수 있는 거고 평균치가 얼마인지를 또 알아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고혈압을 말하기 전에 먼저 대기압에 대해서 알아봐야 합니다.

1643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토니첼리가 유리관에 수은을 넣고 뒤집어 세우면 항상 76cm 정도의 높이로 수은 기둥이 선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게 인류가 최초로 이 정도가 대기가 우리를 누르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된 계기죠. 그래서 대기 압력 크기를 760mmHg, 이렇게 표기합니다. 혈압도 단위가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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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기압보다 혈압이 더 낮아요. 대기압이 760이고 우리 혈압 정상이 수축 120, 이완기 80이니까 동막에서 피를 뿜어내는 힘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세거든요. 게다가 우리 혈관을 돌아다니는 건 수은이 아니라 물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보면 딱 쟀을 때 피가 천장으로 팍 솟잖아요.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동맥을 째면 보통 2~3m 정도는 그냥 솟아 나올 수 있어요.

실제로 근데 수술방에서 보기 쉽지는 않아요. 하여튼 17세기에 우리가 대기압의 존재를 확인하고 단위까지 만들었어요. 그리고 같은 17세기에 우리 몸에 심장이라는 곳이 있고 이 심장이 펌프질해서 혈관이라는 수로를 따라 피를 흘려보내는 것도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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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압력을 재고 싶어져요. 당시 의사들은 실험에 미쳐있잖아요. 그래도 당장 사람을 잡아가지는 못해요. 왜냐하면 내가 지금 떠올리는 혈압 재는 방식이 되게 폭력적이거든요. 그래서 최초의 동맥 혈압 측정은 1733년 영국에서 시행이 되는데 이 사람이 목사님이에요. 겸업으로 수의사도 하고 있었어요.

헤일스라는 선생님이 기도 한 번 드리고 말의 동맥에 파이프를 꽂아 넣습니다. 그리고 그 파이프랑 유리관을 연결해서 유리관으로 치솟는 피 기둥의 높이를 측정했어요. 그래서 이거를 물이랑 치환해서 말의 혈압은 한 200 정도 된다는 걸 확인한 거죠. 그걸 모든 사람이 봤고 사람한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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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잖아요. 기록으로 계속 배우다가 110년이 지난 1847년, 19세기에 환자 동맥에 관을 찔러서 그걸로 높이를 보는 거예요. 그런데 대상이 환자였는지 의대생이었는지 기록이 불명확해요. 이 당시에 혈압을 환자한테 재지는 않았겠죠. 그냥 정상 혈압이 궁금한 거니까요. 그래서 아마 의대생한테 잰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의대생이 죽었거나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 기록이 없어요. 왜냐하면 실제로 아까랑 다른 게 없어요. 팔에 있는 동맥에 찔러서 그걸로 피가 튀는 걸 본 거예요. 이게 의미도 없고 왜 재는지 아무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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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855년에 독일 의사 피에로트르가 비로소 이 사실을 발견합니다. 동맥 혈관을 누르면 맥박이 사라지니까 우리가 혈압을 잴 때 밑에서 맥박이 안 느껴질 정도로 누르면 우리가 눌러준 압력이 혈압이라는 걸 알아차린 거예요. 굉장히 합리적인 추론이죠. 이 사람이 진짜 천재예요.

이 힘의 측정을 어떻게 하냐면 한쪽 손가락을 동맥에 대요. 그리고 위에서 둘러싼 풍선 같은 걸 해로 압력을 막 냅니다. 그래서 내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하면 중지하고 이 사람 혈압은 이 정도라고 나오는 거죠. 그런데 이게 내 손가락으로 느끼는 거니까 안전하기는 한데 잴 때마다 부정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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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881년에 오스트리아의 폰 바슈가 혈압-맥박계를 발명해요. 이건 지금이랑 되게 비슷해요. 기압 대신 수액을 이용해서 옛날에는 공기 압력을 쟀으면 지금은 물로 압력을 재는 거예요. 그래서 더 길이가 짧아지고 정교해집니다.

근데 19세기 의사들은 그냥 신기할 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도 산이 있으면 오르는 사람들처럼 계속 개발해요. 그래서 1896년에 우리가 알고 있는 혈압계와 아주 비슷한 형태의 수은 혈압계가 나옵니다. 그런데 만든 사람도 이제 만들었으니까 됐고 신기하다 하면서 그냥 와인 먹고 끝났어요. 그런데 이거를 보고 저걸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어요. 모두가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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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쿠싱, 미국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 놀러 왔다가 미국에 가져가요. 그다음에 자기 환자들은 뇌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 사람들을 재봤더니 혈압이 높아요. 뇌출혈이 있거나 그런 사람들의 혈압이 높아진다는 걸 이 사람이 알았어요. 물론 혈압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건 일단 무시하고 혈압이 높으면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이 사람이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혈압이 높으면 안 된다는 생각해요. 고혈압이 위험하다는 거죠. 1900년대 초반이에요. 20세기 초예요. 그래서 쿠싱 박사가 계속 혈압이 높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지만 대개의 주류의학계는 혈압이라는 게 적당히 있어야 피가 통한다는 얘기고 이게 저항압력인데 혈압이 떨어지면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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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죽어가는 사람은 혈압이 안 재져요. 엄청 낮죠. 혈압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주류 의학은 계속합니다. 이게 조금 변하게 된 게 1925년의 일인데요. 혈압이 무려 210/130짜리 환자가 왔어요. 머리가 아프다고요. 그래서 이 사람의 교감 신경을 잘라버려요. 그때 당시에는 약이 없잖아요.

교감신경 자르면 혈관이 확 늘어나고 혈압이 떨어져요. 그래서 탁 잘랐더니 혈압이 뚝 떨어져요. 그리고 이 사람이 원래 이론 같으면 좁은 혈관에 혈압이 떨어졌으니까, 피가 안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피는 가요. 혈압 낮아져도 안 죽으니까 우리 혈압 낮춰도 된다고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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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28년 미국 보험회사 협회에서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아무래도 오래 못 사는 것 같다고 해요. 통례에 기반한 데이터를 발표해요. 그런데 의사들이 무시하죠. 그래서 치료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이거의 가장 큰 피해자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승전국으로 이끌었던 루스벨트죠.

전후 질서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배제하고 지금의 미국을 최강대국으로 만든 위대한 정치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 사람이 정말 유능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원래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탔어요. 그 상황에서 2차 세계대전을 했잖아요.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으니까, 혈압이 계속 오르는 거죠. 그래서 계속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루스벨트가 의사를 고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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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축농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축농증이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두통이니까 이비인후과 의사를 불러요. 전쟁 중인 대통령의 주치의가 돼요. 너무 중요해요. 왜냐하면 상대는 히틀러니까요.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잘못하면 전쟁 서유럽이 날아가는 거죠.

그래서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계속 환자를 봅니다. 혈압도 재요. 190이 늘 넘어요. 프랭클린이 좀 걱정해요. 왜냐하면 항간에서는 혈압이 높으면 좀 안 좋다는 얘기도 있다고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고, 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두통이 심하시니까 제가 치료를 해드리겠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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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사혈을 해요. 1945년이에요. 탱크랑 전투기 날아다니는 상황이고 미국의 대통령 주치의예요. 미국 최고 의사죠. 그래서 루스벨트가 결국 뇌출혈로 사망합니다. 사망 당시의 혈압이 300/190이에요.

게다가 그전에 이미 뇌출혈에 대한 증후가 있었어요. 원래 루스벨트가 말을 진짜 잘하는 달변가거든요. 근데 단어를 전다든지 말을 더듬는다든지 혹은 단어를 떠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든지 이런 명백한 증후들이 있었고 지금 같았으면 치료해서 살았을 거예요. 또 슬픈 게 뇌의 기능 자체가 계단식으로 터지기 때문에 혈관성 치매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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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1960년대에 이르러서도 미국과 영국권에서 뇌졸중이 계속 늘어나요. 보험회사에서는 고혈압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매년 발표해요. 미국하고 영국 보험회사에서 아무래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 같다고 의사들한테 낮춰보면 안 되냐고 계속 주장하죠.

그래서 1960년대에 드디어 주류의학계에서 치료를 해보자는 생각하게 됩니다. 근데 약이 없죠. 수술하려면 교감신경을 잘라야 하는데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다른 치료를 찾아봐요. 혈액에서 균이 나오면 혈압이 떨어진다는 걸 찾죠. 근데 반대편에서는 그런 치료하다가 환자가 감염으로 죽는다고 하고요. 근데 페니실린이 있어요. 더 이상 감염은 우리 걱정이 아니니까 감염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린 다음에 죽을 것 같으면 항생제 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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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을 지속적으로 낮춰야 하니까 지속적으로 감염상태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패혈증을 일으키려고 균을 배양해서 혈관에 직접 주사합니다. 바로 패혈증에 빠지면서 혈압이 떨어져요. 그래서 항생제를 써요. 근데 환자가 죽어버려요. 너무 빨리 죽으니까 그냥 다시 계속 교감신경을 잘라요. 그러다가 이제 약들이 나오는데 혈압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눈이 침침해진다거나 아예 혈관을 확 열어버리니까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이 기절하거나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거죠.

그러다가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와요. 그게 이뇨제예요. 이뇨제는 용량으로 이 사람의 소변을 조절할 수 있고 그다음에 나온 게 프로프라놀롤이죠. 그래서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부터 나온 다음에 이제는 혈관 확장제도 있고 레닌 안지오텐신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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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혈압이 있어도 부작용도 최소화하면서 꾸준히 관리할 수 있죠. 그런데 이게 지금도 그 혈압이 높은 게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 들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우리 혈관은 탄력이 떨어지고 혈관 자체가 얇아져요. 그런데 심장이 가하는 압력 자체는 사실 똑같으니까 혈압 자체가 올라가는 거거든요.

그런데 압력이 올라가니까 머리에 수많은 미세혈관이 너무 높은 압력을 받으면 터져요. 그래서 뇌출혈이 생기는 거죠. 나이가 많으니까 당연히 혈압이 높은 게 아니고 본인이 어지럽지 않은 적정 혈압이라는 걸 찾아야 해요. 혈압이 높으셨던 분들은 너무 많이 낮추면 너무 어지럽거든요. 본인에게 맞춰서 조절을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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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조기 사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죠. 지금은 치료 방법이 있고 약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약이 너무 좋은데 진짜 문제가 뭐냐면 사람들이 약을 안 먹어요. 왜냐하면 이게 약 떨어지면 두 달 뒤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두 달씩 약을 안 먹어버려요.

그래서 지속률이 낮기 때문에 혹시 가족 중에 약 드시는 분들이 있다면 꼭 병원 제때 가도록 해서 약만 제대로 먹어도 60~70년 전에 미국 대통령보다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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