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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갑질 일삼은 프랑스 기업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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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 배출량 상한선을 0.5%로 낮추기로 한 국제해사기구의 결정에 따라 선박연료유 시장은 재빠르게 액화천연가스로 재편됐습니다. 이에 전 세계 조선업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벌써 치열한 LNG선 확보 전쟁이 들어갔고 이 시장의 승자는 한국이 됐습니다.

LNG선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LNG를 연료로 하는 LNG추진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LNG를 운반하는 LNG운반선입니다. 한국은 특히 LNG운반선 분야에서 큰 두각을 드러냈는데 앞선 기술력으로 전 세계 시장의 약 70%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죠. 실제로 2022년 우리나라 조선 빅3는 전 세계 대형 LNG운반선 발주량이 70%를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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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이 LNG운반선을 만들 때마다 1척당 100억씩 뜯어가며 갑질을 일삼던 프랑스 기업이 있습니다. 한국 조선사들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는데 이 프랑스 기업에 얼마 전 철퇴가 내려졌습니다.

LNG가 화석연료를 대체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LNG선은 쉽게 말하면 액체로 바꾼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선박입니다. 천연가스를 기체로 변하지 않게 하려면 영하 163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렇게 액체로 유지시키는 이유는 기체 상태에서 액체로 바뀌면 부피가 1/600로 압축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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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LNG를 운반하려면 일반 화물창이 아니라 특수 제작된 화물창이 필요한데 이 화물창 덕분에 한국은 1990년대까지 LNG운반선 시장을 독식한 일본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LNG 화물창은 크게 모스형과 멤브레인형으로 다니는데, 모스형은 갑판 위에 동그란 공 모양의 화물탱크를 말합니다. 노르웨이의 크베너 모스사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죠.

일본은 모스형을 채택한 후 세계 1위라는 자만감에 빠져 좀처럼 변화를 꾀하지 않았는데 한국은 모스형과 멤브레인형을 고민하다 선박 내부에 화물창을 설치하는 멤브레인 타입에 올인했습니다. 이에 대한 특허는 프랑스의 GTT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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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LNG선 시장을 주도할 두 형태는 LNG선이 대형화되면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게 됩니다. 모스형의 경우 용량을 늘리려면 구형 화물탱크에 직경을 키워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지만, 멤브레인형은 길이나 폭을 늘리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해 수송량도 40% 이상 늘릴 수 있어 선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죠.

결국 2000년대부터 멤브레인형이 모스형을 완전히 따돌리게 됩니다. 일본을 따돌린 후 한국 조선사의 독주는 대단했습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중 90%를 우리 조선사가 수주했는데 LNG선은 1척당 약 2,000억 원의 고부가가치 선박인 덕분에 한국은 다시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위상을 되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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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이 전 세계 발주의 90%를 쓸어 담아도 뒤에서 흐뭇하게 미소 짓는 기업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GTT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GTT는 멤브레인형 화물창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1척을 건조할 때마다 선가의 5%인 약 100억 원에 달하는 기술료를 GTT에 지불해야 합니다.

매 LNG운반선이 건조될 때마다 100억 원을 뜯기고 있으니 대규모 수주에도 로열티 지급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는 수준이죠. 지난 4월 20일 GTT는 1분기 7,989만 유로, 한국 돈으로 약 1,169억 원에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2% 성장한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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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매출원은 단연 LNG운반선 부문으로 1년 사이 약 969억 원의 로열티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죠. 그리고 이 수익의 90% 내외가 한국 조선소로부터 나온다고 볼 때 우리 조선 3사가 1분기에만 로열티로 900억을 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1년 단위로 보면, 2022년 우리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121척을 수주했는데 척 당 100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한다고 본다면 1년에 지출될 로열티만 1조 2,000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돈을 벌어도 돈을 번 게 아닌 셈입니다. GTT에 대응하고 싶어도 막대한 시장지위를 구축하고 있어 함부로 대들 수도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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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GTT를 상대로 갑질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인데요. 공정위는 지난 2020년 11월 GTT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125억 2,8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GTT가 한국 조선사를 상대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봤죠.

단순히 멤브레인형을 사용할 목적으로 지불하는 로열티라면 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GTT가 갑질을 일삼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GTT는 LNG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기술지원을 함께 끼워 팔아왔는데 우리 조선사는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만 있으면 충분한데 GTT는 기술 지원 서비스까지 함께 묶어 계약해 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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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015년경 우리 조선사들이 기술 라이센스만 구매하고 기술 지원은 별도로 거래하자고 요청했지만 GTT가 거절해 버렸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직접 지원 서비스 경험을 쌓으면서 점차 기술 국산화를 꿈꿔왔던 것이죠. 하지만 GTT가 이를 거절해 버리니 멤브레인형을 안 쓸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필요도 없는 기술 지원 계약까지 체결해야 했던 겁니다.

더구나 GTT와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 기간은 통상적으로 6년이며 계약 종료에 관한 서면 통보가 없으면 자연적으로 5년이 연장됩니다. 선박 설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임에도 멤브레인형 화물창을 설치하면 GTT가 해당 선박에 필요한 세부 설계 및 분석, 계산 노트 및 도면을 작성해 조선사에 제공하고, 선박 건조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감독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자문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는 등 불필요한 기술 지원 계약을 체결해 벌써 20년 넘게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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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만이 많았던 부분은 ‘사후서비스 강제 이용’으로 멤브레인형 LNG운반선 저장탱크에 고장이 발생하면 수리 난이도와 관계없이 GTT 본사 기술자를 부르도록 강제하는 조항입니다. 우리나라 용접 전문가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미세한 구멍이 생겨도 GTT 본사 기술자를 불러 수리하고 수리비를 지급해야 하니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도 늘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 된 것인데요.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부당하다고 보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4월 대법원까지 가는 싸움 끝에 대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GTT는 국내 최고 법률사무소 중 하나인 ‘김앤장’을 선임해 싸웠으나 결국 패소하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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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GTT는 이제 조선사가 원할 경우 기술 라이선스와 기술지원을 별개의 상품으로 분리해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라이선스 이용료와 기술 지원료의 비율도 공개될 판이 깔렸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그간 척당 100억 원씩 지불하던 것에서 얼마의 비용이 절감될지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멤브레인형 화물창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은 분명 GTT의 노력의 결실이고 그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 것은 자율경쟁 시장에서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왜냐면 LNG는 영하 163도 이하 초저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파도 등 외부 충격으로 선박이 흔들릴 때도 안정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기술이 핵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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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하지도 않는 계약을 강요해 체결하는 관행이 있어 이번에 이것이 시정된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전 세계 LNG운반선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우리나라에는 이 화물창 기술이 없냐는 점입니다. 물론 과거 구 형태의 모스 타입 화물창보다 더 많은 LNG를 실을 수 있고 안전성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사실상 전 세계 표준이 된 멤브레인형은 글로벌 표준이 됐습니다.

선주들 역시 수십 년간 쌓인 기술 신뢰도 덕분에 GTT 멤브레인 기술이 아닌 화물창은 거의 쓰지 않죠.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 역시 로열티 지출을 낮춰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이익률 개선 차원에서 2004년부터 이를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화물창 제작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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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가스공사와 KC LNG 테크가 기술 개발사로 참여해 KC-1 화물창을 개발했고, 2018년 국적선 SK세레니티호와 SK스피카호에 적용시켰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GTT에 미치지 못해 허용 최저온도보다 선체 온도가 낮아져 이슬이 맺히는 콜드스팟 현상이 발생했고, 결국 운행이 중단됐죠.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친환경 선박용 극저온 단열시스템 실증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년 12월까지 240억 원을 투입해 LNG 극저온 화물창 국산화를 위한 시험평가 및 국제 인증에 필요한 센터와 장비 구축, 시험 장비 및 평가 기술 개발 및 표준화, 차세대 한국형 화물창 실증 및 국내외 LNG 관련 기관의 네트워크 활성화 등을 목표로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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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왜 한 번에 해내지 못하느냐, 왜 제대로 해내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모든 일이 한 번에 완벽히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비록 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 실패를 자양분 삼아 앞으로 매년 지출되는 1조 2,000억 원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이 역시 훌륭한 실패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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