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서운한 마음 표현법 (1)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기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황인환) 내가 지금 뭘 불편해하고 있는지, 참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 크게 터지면, “그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왜 이러냐?”와 같은 이상한 상황이 될 수 있어요. 방금 겪으셨던 일처럼 이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나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런 마음이 들었다.” 라고, 크기가 아주 커지기 전에 순간에 이런 불편한 얘기를 하는 것 자체를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말한다면, 상대도 내 이야기에 대한 어떤 반응과 마음을 분명히 돌려줄 수 있을 거에요. 이때 꼭 필요한 마음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죠. 상대가 나에게 불편한 마음을 얘기해도 나는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통 우리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다면 상대도 똑같이 믿어줘서 내가 조금의 불편한 마음을 보이거나 드러내도, 저 상대도 이것에 대해서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잘 받아주고 이 이야기를 나와 같이 나눌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을 서로 믿어주는 게 이런 얘기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마음이 될 것 같습니다.
몸장) 이게 진짜 타인에게 나는 굉장히 관대한 사람인데 타인은 나를 관대하게 대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황인환) 네, 일종의 경계심이죠. 나를 보호하려고 하는 마음인데, 상대에 대해서 최대한 엄격하게 생각해야 내가 최대한 조심할 수 있고, 관계에서 나를 지키거나 내가 상대에게 실수하지 않고, 관계를 좀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약간 우리의 본능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장) 내가 상대에게 관대한 것처럼 상대도 나를 관대하게 여길 수 있게끔, 생각을 세팅할 때 필요한 게 어떤 게 있을까요?
황인환) 이 관계가 충분히 안전한 관계인가를 한번 잘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런데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조금 약간 상반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익명의 공간이요.
몸장) 커뮤니티 같은 곳이요?
황인환) 네, 맞습니다. 이건 내가 내 마음을 표현해도 상대도 불분명하고, 상대가 이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내가 조금 익명으로 숨을 수가 있고, 공감과 심리적인 거리감이 나에게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고요.
황인환) 또 반대인 경우는 충분히 정말 가깝고 안전한 사람인지가 사실 우리 실제 세상에서는 조금 더 필요한 마음이겠죠. 내가 이 사람과 안 지 얼마 안 됐다면 당연히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건데, 이 사람과 내가 여러 가지 일을 같이 겪었지만 이미 몇 년째 별일 없이 비슷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이 정도는 내가 이 사람과 안전하다고 느끼고, 시간이 말해주는 그런 이 관계의 안전함 같은 것들이 있죠. 자주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자주 만났을 수도 있고, 이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별일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 긴 시간 동안 어떤 일정 시간 동안 비슷한 마음으로 관계가 유지됐다는 것은 이 사람도 나와 같이 서로를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안전한 관계라고 생각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관계를 맺어오면서, 나는 이 사람을 안전한 관계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어떠한 내 감정적인 걸 보여주니까 이 사람은 완전 확 돌아서 버릴 때, 그럴 때 굉장히 큰 배신감을 느낄 것 같거든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황인환) 아마도 정말로 그런 상황이 생겼다면, 서로 거리를 다르게 생각을 하고 있거나, 그러니까 내가 너무 앞서서 생각을 했거나, 혹은 상대의 특성일 수도 있는 거죠. 이 상대는 조금 불편한 상황에 대해서 처음에 말씀드린 ‘뭔가 공격 받는다, 비난 받는다, 내가 실망을 했다, 상대가 실망을 했다.’ 같은 불편한 부분을 잘 견디기 어려운 상대였을 수도 있고, 또 하나 생각해 봐야 될 부분은 ‘내가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적당했는가?’ 같은 부분이죠. 예를 들면, 화라고 하면, 화는 사실 감정이지만, 우리가 최대한 이것을 감정적이지 않게 담겨 있는 내용에 대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되는데, 가끔은 내가 내용에 대해서는 많이 생략이 되고, 그냥 화를 표현하게 되는 경우에는 누구나 다 아마 이것을 공격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몸장) 그렇다면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화를 내는 방법이겠네요?
황인환) 네, 맞습니다.
몸장) 화를 잘 내는 방법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황인환) 일단 화는 감정이죠. 아마 이런 화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여러 생각들과 상황과 배경들이 있을 겁니다. 우선은 좀 알아차려야겠죠? ‘내가 화가 났구나.’ 라는 걸 알아차리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런 생각과 배경들을 한번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황인환) 그래서 표현을 한다면, 앞서 같이 얘기를 나눴던 ‘내가 느끼는 이 화의 내용들이 느낄 만한 거냐?’, ‘내가 보편적인 부분에 대해서 화를 느끼고 있냐?’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나만 갖고 있는 화를 느꼈다면, 사실 이것은 표현하기보다는 참고 내가 해결하는 게 더 어쩌면 안전한 형태에요. 이것은 내가 다시 생각해봐도 느낄 수 있는 화고, ‘우리 관계가 더 잘 지내기 위해서는 내가 이 감정을 참기보다는 조금 표현을 해야겠다.’ 라고 느낀다면, 이를 이제 표현을 해야겠죠? ‘어떻게 잘 표현할까?’ 라고 하면 역시 화라는 감정보다는 내용 위주로 최대한 해야 합니다.
황인환) 좀 더 구체적이라면, 말을 시작하기 전에 화나 불편한 감정 불편한 내용을 하는 목적을 상대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나는 너랑 잘 지내고 싶고, 별일 없이 지내고 싶은데, 나에게 지금 이런 마음이 들었다.” 라고 하고, “이 얘기가 너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고, 그냥 단지 나의 서운함을 들어 달라는 게 아니라,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가 앞으로 계속 잘 지내기 위한 목적이다.” 라고 처음에 얘기를 해 주면 그래도 일단 상대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내 얘기를 이제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에 이제 정말 내용에 대해서 표현할 때는 다 자르고 “너한테 화가 났다.” 라고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 끝부분보다는 내가 생각해 봤던 과정에 대해서 잘 설명을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황인환) “우리는 이런 관계였고, 나는 너에게 이런 마음이거나, 우리가 이렇게 지내왔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네가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혹은 네가 이런 반응을 보였더니 내가 이런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에 들고 얘기를 안 하고 가자면 우리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내가 이런 마음에 들었다고 이야기를 하게 됐다.” 라고 과정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게,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끝만 짧게 얘기하다 보면, 화나는 감정이 많이 실리게 되는데, 사실 장황하게 얘기하다 보면, 장황한 과정에서 계속 화를 내면서 얘기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보통 그렇게 하기가 어려우니까 풀어서 얘기하다 보면 좀 누그러들게 됩니다.
황인환) 그리고 또 하나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냥 내 마음을 우리 둘 사이에 꺼내 놓고, “지금 내가 이런 마음이 들었다. 너는 혹시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냐?” 둘이 같이 이것을 바라보듯이 얘기를 하면, 갈등 상황처럼 느끼는 것을 조금 줄일 수 있기도 합니다.
황인환)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해야 되는 건 상대는 사실 나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이 감정에 대해서, 이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속도나 마음도, 거리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표현을 했으니, 너는 이제 받아들여야 된다. 우리 관계는 다 풀렸다. 다시 괜찮아져야 한다.’ 라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얘기를 했으면 상대는 또 이 얘기를 잘 생각해 보고 받아들이고 처리할 수 있는 시간들을 좀 기다려줄 필요도 있습니다.
몸장) 아까 처음에 보편성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이 보편성이라는 것을 내가 판단하는 데 좀 어려움이 있을 것 같거든요.
황인환) 이게 보편적인 기대인가를 확인하려면, 이 관계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다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리가 경험하고, 보고 듣고 한 내용들이 이 관계에 대한 보편적인 기대를 할 수 있게 해줄 텐데, 우리 관계에 대한 정의가 없다면, 내가 하고 있는 기대가 보편적 기대인지 알 수 없을 겁니다.
황인환) 예를 들면, 우리 관계가 연예인 관계인지, 어제 만난 관계인지, 오랫동안 알고 있지만 이성적인 감정은 없는 관계인지, 아니면 지금 썸을 타고 있는 관계인지, 나만 좋아하고 있는 관계인지, 상대만 나를 좋아하고 있는 관계인지에 따라서 다 할 수 있는 기대가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몸장) 어떤 관계인지에 따라서 대처 방법도 다 다른 거니까요.
황인환) 맞습니다. 이 관계를 내가 잘 이름 붙일 수 있다면, 이 관계에서 내가 어떤 기대를 하는 게 자연스러움인지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썸을 타고 있는 관계라면, 이 사람한테 연락이 자주 안 오는 것에 대해서 서운함을 느낄 수 있죠. 하지만 나만 이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고 하면 상대에게 여기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는 건 어쩌면 좀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죠.
몸장) 화를 잘 내는 방법과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거든요.
황인환) 네, 맞습니다. 그래서 나와 이 앞에 있는 사람이 지금 어떤 관계인지, 내가 지금 드는 감정이 충분히 들 수 있는 감정인지,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인지, 내 감정을 드러내도 안전한 사람인지,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 화를 낸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황인환) 이 상황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부적절해지면, 사실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낼 때, 적당한 사람에게, 적당한 정도로 적당한 때에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 게, 한참 지난 일을 얘기하는 것도 역시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게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몸장) 그렇게 화를 내는 게 어려운 거라면 네 차라리 화를 안 내면 문제가 되나요?
황인환) 끝없이 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저는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싶긴 합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이 돼야 되는데, 참고 참고 참고 하다가 상대가 받아들이기 부적절한 방법으로 화가 터져 나오기 전에, 미리 이 화가 화라는 감정이 실리지 않고, 최대한 마음에 담긴 내용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몸장)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현명하게 화를 낼 것인가?’ 그리고 ‘상대방이 내가 화내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무엇인가?’ 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황인환)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항상 마음에 갖고 있어야 되는 것은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는 부분입니다. 화가 나는 것은 주어도 화인 것처럼 그냥 화가 막 올라오는 것이지만, 화를 낸다는 것에 생략된 주어는 내가 화를 낸다는 것이어서 원하는 표정과 원하는 말투와 원하는 단어와 또 원하는 방식으로 분명히 내가 선택해서 화를 표현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몸장) 오늘 황인환 선생님을 모시고 우리가 어떻게 화를 내야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인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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