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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가 등장하는 치질 치료의 역사 (1부) 괴기한 치료법으로 죽어간 사람들

닥터프렌즈 doctor friends 닥프 헬프 헬프미 대중의학

안녕하세요? 닥터프렌즈입니다. 이번에도 찾아온 의학의 역사입니다. 사실 이게 준비하는데, 점점 책으로 안 돼서 논문을 엄청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논문으로 보다 보면 콘텐츠로까지 만들 정도는 아니겠다거나 아니면 내가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싶어서 지금 대기 중인 것들이 쭉 있어요. 여튼 이번엔 치질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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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고통스럽고 흔하기도 하고 피할 수가 없어요. 근데 치질은 개도 안 걸린다는 말 혹시 들어보셨어요?

왜냐하면 실제로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들은 치질이 안 생겨요. 사족보행을 하면 엉덩이가 심장보다 위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엉덩이 쪽으로 압력이 가해질 일이 없지만, 우리 인간은 어떻죠? 두 발로 딛고 섰잖아요. 그러니까 취약할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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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이 얼마나 흔한 질환이냐면 단일 수술 건수로 이게 대한민국 2등입니다. 1등이 백내장, 2등이 치질이에요. 근데 아시겠지만, 치질이라고 무조건 수술하진 않아요. 수술까지 이행하는 데 꽤 오래 걸려요. 그러니까 치질로 고생하는 환자는 진짜 많은 거예요. 사실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은 치질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옛날에도 당연히 많았겠죠? 옛날에는 더 많아요. 변비나 이런 게 되게 현대인의 질환 같잖아요. 근데 옛날 사람들은 일단 먹는 거 차제가 변변치가 않고 원푸드 식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까 변비가 오히려 더 많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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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치질의 고통이 엄청나게 심한데, 얼마나 심했냐면요. 성경에 나옵니다. 구약에 성궤라는 게 나오거든요.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상자, 언약이 담긴 상자예요.

성궤를 블레셋 사람들이 뺏어갑니다. 그랬더니 사무엘 상에서 저주가 나와요. “블레셋 사람들이 독종으로 치심을 받아서 성읍의 부르짖음이 하늘에 사무쳤다.” 독종이 히브리어로 ‘오펠’, 이게 치질이에요. “치질 걸려서 아파해라. 하늘에 닿을 때까지 비명을 질러라!” 이런 식으로 저주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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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서양에서만 이런 게 아니에요. 중국에 이제 제자백가 시절, 나라들이 엄청 우후죽순 생길 때 이제 진나라의 왕이 이런 말을 했대요. “종기를 터뜨려서 고름을 제거해 주는 사람한테는 수레 1대 그리고 치질을 핥아주는 사람한테는 수레 5대”

부드럽고 따뜻한 걸로 뭔가 하면 통증이 좋아지는데, 그걸 모르니까 이게 좀 좋아질 때까지 그런 처치를 해주면 수레를 5대나 내렸대요. 그래서 여기서 유래한 한자 성어도 있어요. ‘지치득거’, 뭘 얻기 위해선 못 할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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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이런 기록들이 있어요. 근데 이게 진짜 아프다는 거잖아요. 치료를 해줘야 하니까 의사들이 필사적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오래전부터 치료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기록이라면 이거 진짜 유명한 건데, 함무라비 법전 아시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기원전 2000년 전에 함무라비 법전에 치질에 대한 게 나옵니다. 아프고, 피가 나고, 뭐가 튀어나오는 것들… 근데 당연히 이럴 때 빠지지 않는 게 이집트죠. 기원전 1700년 전 파피루스에도 있습니다. 여긴 치료법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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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치료법이 되게 그럴싸해요. 연고를 바르라고 돼 있습니다. 아카시아의 잎을 갈고 끓인 다음에 아마포 조각이랑 함께 항문에 넣으라고 되어 있어요.

근데 그 당시엔 단계 구별하는 게 없어서 1단계에서는 제 생각에는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뭔가 부드러운 걸로 루브리컨트(윤활제) 해주면 도움이 됐겠죠? 근데 3단계부터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으니까 연고 같은 걸로는 부족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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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시간이 흘러서 그리스의 위대한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나타납니다. 그놈의 사체액설이 문제인데요. 피가 나면 안 될 곳에서 피가 나는 것 같으니까 ‘이건 혈액이 몰려서 생긴 거다…’

위에 있는 담즙이나 점액 같은 것들이 아래로 몰려서 그게 혈액이 몰린 거니까 점액이나 담즙을 빼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니까 구토를 일으키거나 설사를 일으켜서 뭔가 몸 안에 있는 체액을 줄여주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생각해 보면 구토할 때 복압이 올라가면서 치질이 심해져요. 그리고 설사, 가뜩이나 거기 아파 죽겠는데 계속 싸면 너무 아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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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렇게 했더니 안 되는 것 같으니까 직접적으로 피를 내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처음에는 항문을 째봅니다. 그랬더니 피가 너무 많이 난단 말이죠. 왜냐하면 안 그래도 정맥이 몰려 있는데, 거기를 쨌으면 피가 너무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환자가 죽어요.

그때부터 중세 시대까지 대세로 자리 잡은 치료 중의 하나가 발목에서 피를 빼는 겁니다. 그걸로 치료를 한번 해 봐요. 근데 결국에는 이것 때문에도 환자가 많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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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사람이 진짜 대단한 건 하나 있어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초로 발명한 게 있습니다. 직장경을 만들어내요. 항문에 넣고 벌리면 안이 보이는 도구죠. 근데 이게 현대사회에서는 전등 같은 효과적인 광원이 있잖아요. 근데 이 시대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횃불을 갖다 대지만 잘 안 보여요.

그래서 이 직장경의 역할이 뭘 본다기보다는 안에다 빛을 넣었더니 뭔가 이상한 게(치핵) 도드라져 있단 말이죠. 그래서 항문을 벌린 상태에서 손가락을 넣어서 치핵을 밖으로 빼 본 거예요. 밖으로 빼고 보니까 뭔가 제거하고 싶은 거죠. 근데 그냥 제거하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생긴 게 이게 상서롭지 않으니까 불로 지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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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래 지혈을 위해서 불로 지지잖아요. 근데 지혈할 때는 굉장히 고열이 필요합니다. 고열이기 때문에 지혈이 되는 거예요. 근데 치핵은 혈관 덩어리인데, 거기에 어지간한 열을 대면 오히려 피가 나겠죠. 그래서 팍 하고 터지면서 출혈이 생겨서 절반 이상이 죽어요.

이 치료는 좀 극단적인 것 같아서 지지는 건 포기하고, 직장경을 통해서 치핵을 빼는 건 탐구의 영역으로 둡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사혈이나 설사나 구토를 일으키는 치료법을 지속합니다. 근데 소용은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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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로마 시대에 위대한 의사가 하나 더 있죠. 비교 해부학의 대가, 해부학의 아버지인 갈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괜히 아버지라는 소리를 들은 게 아니에요. 굉장히 새로운 걸 제안하는데, 이 사람이 제안한 거는 현대에서도 쓰일 수 있어요. 근데 다른 분야에 쓰이죠. 거머리를 사용합니다. 치질에는 사용하면 안 되는데, 다른 분야에서는 거머리를 가끔 사용하잖아요.

갈렌이 생각했을 때 항문에 치핵이 있고, 여기서 피가 나는 것 같으니까 상처에 붙이면 피를 쫙쫙 빨아가는 거머리를 치핵에다 붙이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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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경으로 항문을 열고 손가락으로 치핵을 밖으로 뺍니다. 그리고 거머리를 항문 환부에 붙이는데요. 거머리를 대니까 피가 팍 터집니다. 그런데 거머리는 해파린 같은 성분을 내서 피가 안 굳어요. 지혈이 안 되죠.

종아리 같은 곳은 살이니까 눌러서 지혈하면 되는데, 항문은 혈관이잖아요. 지혈이 안 돼서 계속 피가 나고 그냥 죽는 거죠. 갈렌은 자기가 제안한 건데, 환자가 자꾸 죽으니까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 인두로 지져봤더니 역시 피가 더 나고 안 멈춰서 환자가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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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갈렌이 그때부터 고민합니다. 아까 보니까 지질 때 어디는 터지는데 어디는 피가 멈췄단 말이에요. 그리고 잘 봤더니 피가 멈췄던 곳에는 피떡이 져 있었어요. 피떡은 피가 나오고 오래됐을 때 지잖아요.

그래서 치핵을 뺀 다음에 실로 묶고 기다립니다. 어떤 사람은 10분 뒤에 했더니 죽고, 어떤 사람은 20분 뒤에 해도 죽어요. 그렇게 40분 뒤에 해 봤더니 괜찮은 거 같아, 죽진 않았어요. 근데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창백해졌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1~2시간 정도 기다렸다 하니까 피가 덜 나는 걸 발견해요. 그래서 그때부터 지지고 나서 최소한 출혈로 죽는 경우가 많이 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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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염으로는 죽긴 했어요. 왜냐하면 당시엔 항생제도 없을뿐더러 손도 안 씻고 항문도 안 씻고… 맨손으로 처치하고 지집니다.

근데 많이 죽었을 뿐 다 죽진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강해요. 하긴 그 당시 사람들 어렸을 때 상처가 나곤 했지만, 어찌 됐든 그 상처와 어느 정도의 감염은 다 견딘 사람들만 성인이 됐을 거예요.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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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진보한 게 수슈루타 상히타예요. 인도의 위대한 명의죠. 그분은 항문을 닦고 지졌어요.

왜냐하면 인도 사람들 지금도 물로 닦죠? 그때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뇌피셜인데 그런 문화가 있어서 항문은 물로 닦아주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치핵을 빼고 물로 좀 닦아준 다음에 지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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