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러고 나서 시대가 많이 지나요. 근데 치질은 왕들도 걸리는 건데, 생각보다 발전을 많이 못 해요. 부위가 항문이다 보니까 손 대기도 싫고, 환자도 어지간하면 참아요. 그래서 이게 치료가 잘 안 돼요.
그러다 보니까 외과 자체가 좀 경시가 돼 그러니까 막 항문 보고 고름 터뜨리는 게 약간 좋아 보이지 않는단 말이죠. 요즘도 약간 항문질환에 대해 터부시되는 게 있잖아요. 약간 유머의 대상이 되잖아요. 그때는 더했겠죠.
그래서 그 당시에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12세기 파리의 의과대학에서 이제부터 외과는 의사라고 안 하고, 내과만 운영하려고 하기도 했어요. 당시에 외과는 이발소 가서 처치받으라고 해서 이발사들이 수술하기도 했거든요. 이게 정규 기관이 있어야 지식이 쌓이고 가르치고 하는데… 물론 이때 당시에 내과도 최악이었지만, 외과는 아예 그럴 기회가 박탈이 된 거예요.
그래서 여전히 히포크라테스 때 했던, 심지어 더 이상한 게 붙어서 치질은 발기하는 거랑 동일한 기전이라는 의견이 나와요. 치질이 생겼다는 건 오히려 정력이 좋다는 거니까 좋은 거라는 이상한 이론도 막 나오고 그래요.
엉망진창인 치질 치료가 막 나오다가 17세기의 위대한 왕, 태양왕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등장하는데요. 이 사람이 사실 온갖 병을 다 앓습니다. 이 사람이 의학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뭐가 많은데, 일단 뭘 너무 많이 드시니까 많이 싸셨겠죠. 그리고 변비도 생겼고… 그러다 보니까 항문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해졌겠죠.
심지어 이 사람이 약간 이런 습관도 있었대요. 접견 등의 업무를 보다가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가 없으니까 왕좌에 구멍을 뚫고 밑에다가 바구니를 갖다 놓고 변의가 오면 바로 변을 봤다고 해요.
결국 루이 14세가 치질 때문에 너무 아프니까 고쳐야겠다고 마음먹고 고칠 사람을 찾아요. 루이 14세가 절대왕이었기 때문에 왕권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래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를 뒤져서 펠릭스라는 이발사를 데려와요.
그런데 펠릭스가 그런 압박 속에서 도저히 수술할 수 없으니까 연습을 좀 하고 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요. 그래서 루이 14세가 그 사람한테 전권을 주고 일반인 대상으로 연습하라고 해요. 치료 대상은 누구여도 상관없고, 문제가 생기면 덮어주겠다는 조건으로요.
그래서 왕권을 등에 업고 펠릭스라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 위주로 여러 치질 치료를 시도해 봐요. 그렇게 치료에 실패하고 죽은 사람들은 왕의 경비병들이 처리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수술밖에 답이 없는 걸 깨닫는데요.
처음에는 왕한테 수술할 생각도 못 했어요. 마취도 없고, 소독 개념도 없고, 손으로 처치해야 해요. 그래서 진짜 너무 하기 싫었는데, 수술밖에 없을 것 같아서 이제 수술을 해요.
그래서 당시에 독일에서 나온 목판화를 보면 16세기 그림인데, 옆에서 풀무로 이렇게 바람을 불어줘요. 온도를 최대한 올려서 진짜 뜨거운 걸로 확 지져 버리면 다 타버린단 말이죠. 그래서 항문이 없어졌단 기록도 있어요.
그래서 갈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이걸 묶고 처음에는 지져봐요. 근데 지졌더니 환부가 깨끗하지 않으니까 자꾸 죽어요. 그래서 묶고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가 툭 잘라 봤어요. 그랬더니 이게 제일 깔끔하고 나은 거 같은 거죠. 이것도 숙달되도록 연습한 다음에 국왕한테 가요. 그렇게 하기까지 몇 명이 죽었을까요? 75명이 죽었습니다.
75명의 가난하고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죽어서 파리 교외에 묻히게 됩니다. 정말 의학은 생명을 먹고 자라게 되는데… 어쨌든, 이때 루이 14세가 수술을 받고 살았어요. 루이 14세가 당뇨도 있고 병이란 병은 다 있었는데, 수술을 받고 살았어요.
이게 얼마나 위대한 업적이었냐면 루이 14세가 너무 기뻐서 펠릭스에게 파리의 대저택을 내립니다. 펠릭스는 족보도 없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펠릭스에게 저택과 작위까지 내려서 귀족을 만들어줘요. 너무 만족스러웠던 거죠.
그리고 펠릭스가 거물이 돼요. 그때 외과학의 위상이 확 올라갑니다. 그래서 18세기 초에 파리 왕립 외과의학회가 생기거든요. 거기 딱 들어가면 정문에 펠릭스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요. 그래서 이후로 치질은 묶고 지지는 게 아니라 자르는 게 원칙이 된 거죠.
근데 완치는 안 됐던 게, 나폴레옹이 치질 때문에 망했다는 얘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전투 중에 워털루 전투라고 있어요. 전투를 앞두고 나폴레옹이 그 전날 사전지휘를 하면서 말 타고 종일 명령을 내렸단 말이죠. 근데 치질이 있는데, 말을 타면 덜컹거리니까 너무 아팠던 거죠. 그렇게 종일 시달리다가 와서 술 먹고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나폴레옹은 원래 쇼트 슬리퍼인데, 그날 아침까지 잠이 들어서 늦게 일어나요. 뭔가 이미 상황이 벌어져서 뒤늦게라도 말을 탔는데, 말을 타니까 항문이 너무 아파서 판단력이 흐려져 잘못된 명령을 내리고 망했다는 설이 있어요.
어찌 됐든 그 이후로 마취가 나오죠. 마취 없을 때는 묶는 것만으로도 아픈데 잘라야 하잖아요. 근데 마취가 생기고 나서는 의사도 좀 여유 있게 치료하죠.
마취가 19세기 초에 나왔는데, 그럼에도 현대의 우리가 쓰는 개념의 수술을 하게 된 건 20세기입니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이제부터 이걸 계승해서 발전시키면 되겠다는 치료법이 나왔고, 지금의 치질 치료법은 괜찮죠.
하지만 치질은 무서운 병이고 지금도 너무 많이 걸리고요. 이 무서운 병 걸리지 않도록 규칙적인 배변 습관 꼭 들이세요.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술 줄이시고 물 많이 드시고 섬유질 섭취하시고… 이런 원칙을 잘 지키시면 무서운 병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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