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버_이하 놀심)
김학진 교수_이하 호칭 생략)
놀심) 안녕하세요. 교수님은 인간관계의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학진) 당연히 많은 분이 아시는 것처럼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감하는 능력, 언어 소통뿐만 아니라 감정으로 소통하는 능력. 바로 이 공감 능력이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놀심) 그렇다면 공감 능력은 타고난 건가요? 아니면 만들어지는 건가요?
김학진)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데, 몇 해 전에 한 환자가 병원에 들어왔는데 이 환자는 공사장 인부였어요.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는데 15cm 되는 못을 밟았던 거죠. 못이 구두를 관통하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환자가 너무 고통을 호소해서 진정제를 투여하고 조심스럽게 못을 뽑은 뒤에 구두를 벗겨 보니 이 못이 발가락 사이를 관통했어요. 전혀 외상이 없었던 거예요. 근데 환자는 너무 생생하게 고통을 호소했거든요. 사실 이게 너무 특이한 사례라서 이게 의학 저널에도 실렸어요. 의사들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거죠.
김학진) 최근의 뇌 과학에서는 이 상황을 시뮬레이션이라는 현상으로 설명해요. 우리 뇌에는 실제 외부의 어떤 현상들을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인식한다는 그런 연구들이 이미 많이 알려져 있죠. 예를 들어서 내 손에 자극이 가해지는 장면을 보고 바로 신체로부터 통증을 경험하게 되면 시각 장면이 들어오는 뇌 부위하고 통증이 뇌로 신호를 보내서 흔적이 남는 부위 간에 연결이 생기게 됩니다.
이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둘 사이에 연결이 생기게 됩니다. 그다음부터는 내가 상처를 입게 되는 시각적인 경험만 하더라도 나중에는 직접 통증이 없더라도 통증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김학진) 결국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통증을 경험하게 되는 그런 상황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놀심) 그럼 우리가 느끼는 고통이나 이런 것들이 그 고통 때문에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게 아니라 고통을 느낀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김학진) 그렇죠. 그런데 그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고 지금 보신 것처럼 못이 내 구두를 관통하는, 굉장히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그 상황을 내가 인식해야 그 통증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김학진)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는 건 사실 우리가 생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예요. 우리가 짬뽕을 먹을지 짜장면을 먹을지 결정하는 순간에도 우리 머릿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시뮬레이션이 작동하는 거죠. 그리고 이 시뮬레이션 결과로 나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요. 우리 뇌에서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할 때 거의 동일한 뇌 부위를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기억의 기능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거라는 것이죠.
김학진) 우리는 미래를 예측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의 과거를 재조합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놀심) 그러니까 과거에 의해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게 단순히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기 때문에 미래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떠한 필연적인 연결성이 만들어지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김학진) 그렇죠. 어떻게 보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나의 과거에서 벗어나기가 참 어려운 거죠. 그 말은 내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예측하는 것도 나의 과거 경험이 재조합되어 만들어진 시뮬레이션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놀심) 그러면 굉장히 중요한 게, 어쨌든 지금 과거는 과거니까 내가 미래에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지금 행복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과거를 만들어야 하니까.
김학진) 그렇죠. 지금 내 경험을 근거로 해서 나는 미래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니까. 지금 현시점에 내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재료들이 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놀심) 그렇다면 결국 공감이라는 것은 과거에 의해서 느껴지는 어떤 현재의 감정과 연결이 되는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학진) 사실 최근 많은 연구에 따르면 공감은 사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감정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놀심) 일반적으로 우리가 공감이라고 했을 때 ‘타인에게 공감해 준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 개념이 다르다는 거네요.
김학진) 네. 사실 내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감정을 내가 시뮬레이션하고 재구성해야 하는데, 이 시뮬레이션을 위해서 사용하는 재료는 나의 과거 경험 아니면 나의 현재 신체 상태라는 거죠. 나랑 과거 경험이 달랐거나 현재 신체 상태가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정말 공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사용한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이걸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겠죠.
그 감정이 타인의 감정과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무작정 그 사람에게 투사하는 건 어떻게 보면 공감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무례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오히려 폭력이 될 수도 있죠.
놀심)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게, 우리가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분류하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사람이잖아요. 이런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
김학진)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우리가 종종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는, 공감과 다른 ‘관점 이동’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점 이동이란 믿음이나 신념, 지식이 전혀 다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 거죠.
그건 관점 이동이라고 얘기해요. 나에게 익숙한, 나에게 편한 관점은 버리고 타인의 관점으로 들어가는 거죠. 우리가 종종 이걸 공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우리 뇌에서는 완전히 다른 뇌 부위를 사용합니다. 공감과는 굉장히 다른 메커니즘이죠.
놀심)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걸 공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공감이 아니고 공감이라는 건 나의 경험이나 삶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게 공감인 거고 지금 말씀해 주신 건 관점 이동이다… 그럼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어쨌든 우리는 사람들과 다 다른 경험을 하면서 살아왔잖아요. 상대방과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그럴 때 관점 이동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네요.
김학진) 그렇죠. 나의 관점을 버리고 타인의 관점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거니까 당연히 관점 이동이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을 훨씬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이해할 방법이 되는 거죠.
김학진) 그렇지만 관점 이동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큰 단점은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거죠.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관점을 자연스럽게 취해요. 그게 훨씬 더 쉽죠. 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 익숙한 관점을 버리고 타인의 관점으로 가려면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요. 심리학에서 인지적 자원이라고 얘기를 하죠.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직관적인 공감을 사용하고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관점 이동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놀심) 특별한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김학진) 특별한 경우는 주로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 그때 많이 사용하게 되죠.
김학진)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누군가로부터 호감을 얻고 싶을 때. 그 사람이 원하는 것,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이걸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놀심) 다시 말하면 관점 이동을 잘하는 사람은 호감을 얻기 쉽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김학진) 그렇죠. 사람들은 내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 그 사람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관점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죠. 바로 이런 이유로 공감 능력이 거의 없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도 다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상인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있습니다.
놀심) 진짜 정말 신기한 게요. 사이코패스 중 다수가 주위로부터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김학진) 그런 경우도 있죠.
놀심) 그러니까, 그 사람의 공감 능력은 떨어지지만, 관점을 이동하는 능력은 탁월했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죠?
김학진)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놀심) 그렇다면 관점 이동을 잘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노력과 훈련을 할 수 있을까요?
김학진) 관점 이동은 말 그대로 내적 경험 없이 내부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외부에 있는 정보의 인과 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이라고 보면 돼요. 그 부분은 어떻게 보면 지적 능력하고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죠. 흔히 얘기하는 지능. 외부에 있는 어떤 정보를 세밀히 관찰하고 어떤 사람의 행동 습관, 말투 이런 것들을 주의 깊게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관점 이동 능력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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