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혹시 무엇인가요? ]
어렸을 때부터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예민하다고 하는 게 다른 사람 대할 때도 동글동글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 것 같고, 뭔가 하나에 꼬투리 잡아 가지고 파고들고 하는 사람은 뭔가 예민하고 성격이 안 좋을 것 같다고 하잖아요. 저는 사실 그런 생각은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도 예민하다는 말을 진짜 싫어했거든요. ‘너 왜 이렇게 예민해’ 라고 얘기를 들으면 뭔가 유난인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걸 혼자 불편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단어를 굉장히 싫어했었는데 사전에 ‘예민하다’라고 검색을 하면 두 번째 항목은 ‘살짝 지나치게 생각이 많고, 뭔가 반응이 오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지나치게’라는 말이 붙지만, 첫 번째는 ‘무엇인가에 의해서 분석이 빠르고 캐치하는 능력이 더 섬세하다’ 그걸 ‘예민하다’고 표현을 해요.
그래서 저는 사실 예민함은 누구나 분야는 다르지만 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사실 모든 사람이 예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나는 예민한 사람이구나’라고 인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제가 오늘 처음 뵀을 때는 되게 쾌활하시고, 소탈하시고 그런 느낌을 크게 받아서 예민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부분에서 예민하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
예민한 부분이 다른 사람이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반응감정이 커요. 물론 저는 사회성이 확 포장된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 가나 불편함 없이 행동하고, 조화롭게 잘 지낼 수 있지만 누군가가 던진 작은 돌멩이의 파장이 너무 커서 울렁울렁하는 거예요.
겉으로는 티가 안 나지만 속으로는 ‘왜 저렇게 얘기했지? 왜 저런 말을 했지? 내가 지금 실수했나?’ 이런 걸로 계속 혼자 고민을 하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약간 예민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예민하지만 제 감정이잖아요?
제 예민함을 굳이 찌를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혼자만 예민한 거지, 나한테만 찔러대는 거고, 누군가한테 찌르는 무기로 예민함을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쾌활하다고 느껴지신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 저 같은 경우는 신체적인 예민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민감성을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혹시 작가님은 어떤 신체적인 민감성이라는 게 있으신가요? ]
저는 사실 감정의 예민함을 예민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는 해요. 그런데 신체적인 예민함이랑 연관을 짓는 생각은 지금 처음 해보긴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청각이 정말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엄청나게 작은 소리도 귀에 한 번 닿으면 이게 너무 딱 한 소리만 증폭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그걸 제가 감정의 예민함으로 치환을 해서 생각했던 이유는 소리가 아무리 나를 콕콕콕 예민하게 찔러도 내가 마음이 편안하면 이게 예민함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소리 감정의 반응에 있어서 내가 마음이 울렁거리고 지금 상황이 너무 불편하면 이게 신체적인 예민함 플러스 감정적인 예민함까지 오잖아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2개의 예민함이 완전히 따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소율님 같은 경우는 그런 신체적인 예민함을 어떻게 컨트롤하는 방법이 있나요? ]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예민함을 좀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게 어떤 거냐면, ‘약속 장소에 늦을 것 같다’ 라는 생각 때문에 몸이 예민해 지는 거예요. 뭔가 약속 장소에 늦으면 내가 사과를 해야 하고, 이 사람들 앞에서 조금 불편한 분위기가 조장이 되니까 심장이 반응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일들이 불안해 지는 거예요. ‘내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라는 것 때문에 내가 심장이 빠르게 뜨면 말도 빨라지고, 행동도 빨라지고 그러면 어디 가다 부딪힐 수도 있고, 혹은 말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죠.
스스로 예민한 감정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이 감정 느껴지는 게 너무 불안하면 조금 부지런할 수 있어요.
[ 부지런할 수 있다고요? ]
내가 늦는 것에 너무 예민하면 사실 한 10분 먼저 일어나서 일찍 준비하면 돼요. 그래서 저는 제가 예민해서 실수가 좀 적다고 생각해요. 나의 예민함을 알면 내가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 어떤 대비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제가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어서 말 때문에 신체적인 예민함이 온다고 생각을 하면, 기분 나쁜 말을 딱 들었을 때, 몸에 반응이 와요. 식은땀이 나고, 멍해지는 기분이 들면 이 감정이 너무 싫잖아요. 내가 예민하니까.
근데 그러면 내가 그 사람한테 말실수를 하지 않게 돼요. ‘내가 이만큼 힘드니까, 저 사람도 힘들겠지’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이용이 되는 것 같아요.
예민한 사람들이 사실 힘들어요. 보통 그 예민함을 밖으로 표출을 못하면 혼자 집에서 많이들 아파하시잖아요. 신체화 반응이라고 표현을 하니까.
금쪽상담소에서 제가 굉장히 공감을 받았던 건, 제가 어떤 불편한 상황에서 그 감정을 내비치지 못했기 때문에 집에 가서 구토 현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요. 이명이 들리기도 하고, 말을 못하니까 그런데 속으로 계속 쌓이니까 이런 것들이 굉장히 불편함으로 작용을 했었는데요.
저는 이 불편함들 때문에 적어도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주지는 않겠다는 위안을 오히려 받았어요.
[ 지금 배우로서 성공을 하셨잖아요. 이렇게 예민함, 섬세함을 활용하셨던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활용을 하셨을까요? ]
배우 활동을 하면서 예민함이 도움이 됐던 것은 보통 신체반응이든, 감정반응이든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도 되게 민감하게 확 와닿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텍스트만 읽더라도 공감이 좀 쉽게 되는 편이에요.
‘그치, 이럴 땐 때는 힘들 수 있지’, ‘이럴 때는 슬플 수 있지’ 이런 공감이 바로바로 오다 보니까 감정적으로 민감함을 표출하기가 좀 용이한 상황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 예민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 예민함으로 누군가를 찌르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를 계속 마인트 컨트롤 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바깥으로 표출이 안 되게끔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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