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y Important Person 줄여서 VIP. 이 단어 모르시는 분은 없죠. 귀빈이나 중요 인사 등 흔히 높은 분을 칭하는 말로 주로 쓰입니다. 하지만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매우 중요한 사람’이 되니 그 범위가 꽤나 넓어지죠. 그렇다면 여러분의 VIP는 누구인가요?
오늘은 무엇보다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브랜드에서 만든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보다는 가족을 우선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차, 고리타분한 할아버지 차에서 세련된 아빠 차로 거듭난 볼보 S90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S90│1997~1998]
지금도 볼보가 프리미엄 브랜드인가에 대해서는 밤새워 논쟁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분명한 건 볼보는 예나 지금이나 고급 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것이죠. 특히 1990년 출시된 ‘900 시리즈’는 볼보에서 마지막으로 뒷바퀴를 굴렸던 모델로, 각이 살아 있는 단정한 디자인과 독보적인 안전성, 안락한 승차감으로 기업 오너는 물론 의사와 외교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선호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90년대부터 정식으로 출시되어 강남 부유층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어요. 전편에서 언급한 곽철용의 애마도 볼보 940이었죠.
S90이라는 차명은 이 왕년을 이끌던 ‘각볼보’ 940/960 페이스리프트 버전에서 처음 쓰였습니다. 포드와 한 식구가 되면서 브랜드를 재정비하게 된 볼보는 유럽 차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던 알파뉴메릭 방식을 적용해 세단은 S, 왜건은 V로 나누고 뒤에 10의 자리 숫자를 붙이는 것으로 차명을 정리했는데요. 이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포드 산하에서 투입될 신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900 시리즈 차명을 유지했기 때문에 사실 S90으로 바뀐 줄도 몰랐어요. 이후 940/960의 후속 모델인 ‘신형 전륜구동 준대형 세단‘의 이름을 S80으로 결정하면서 S90이라는 이름은 1년 정도 짧게 쓰인 뒤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됐죠.
보시다시피 이 차를 S90의 역사로 소개하기에는 오늘 중심적으로 다룰 2세대 모델과의 거리감이 꽤 있기 때문에 나중에 볼보 900 시리즈와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리는 북유럽 감성을 싣고]
그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죠. 어김없이 등장하는 2008년 ‘그 위기’로 인해 공룡 같은 미국의 BIG 3마저 휘청이자 포드는 아끼던 볼보를 결국 매물로 내놨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2010년, 인수 금액의 반의반도 안 되는 수준인 15억 달러, 한화로 약 2조 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지리 자동차에 매각됩니다.
볼보라는 매력적인 먹잇감을 헐값에 차지한 지리는 지속적인 투자를 하되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정말 파격적인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진짜 지켰습니다. 이미 안 좋은 경험을 했던 우리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지만 지리와 볼보자동차는 자동차 업계에서 손꼽히는 성공적인 M&A 사례로 평가받고 있죠.
이후 금융 위기 여파가 서서히 잦아들고 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세계 자동차 시장은 이전보다 판이 더욱 커졌습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세가 어마어마했고 그중에서도 ‘E세그먼트‘ 시장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습니다. 각 브랜드의 허리를 담당할 모델인 만큼 브랜드를 떠받치기 위해 상당한 상품성으로 무장했어요.
볼보 역시 이 전쟁터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지만 전륜 구동 준대형 세단 S80으로는 이 젊고 쌩쌩한 경쟁차들을 상대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였죠.
지리 인수 이후 어수선했던 회사 분위기가 정리되고 큰 거 한 방을 준비하던 볼보는 필살기였던 2세대 XC90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면서 자신감을 얻자 새로운 세단과 왜건 라인업 준비에도 박차를 가합니다. 더욱 커진 경쟁차에 대응해 몸집을 키웠고 내친김에 S90 차명까지 부활시키기로 결정, 2016년 S8의 후속 모델로 ‘이 차’가 화려하게 데뷔했죠.
[S90│2016~2020]
S90은 먼저 공개된 2세대 XC90을 세단으로 깎아 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른바 토르의 망치, T자 주간주행등으로 대표되는 볼보의 새로운 얼굴은 S80의 순둥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직선을 앞세워 보다 차분하고 진중해진 분위기였죠.
이전 세대 볼보가 아버지의 기성복 정장을 빌려 입은 벙벙한 느낌이었다면 S90은 깔끔하게 맞춘 테일러 수트를 입은 느낌으로 거듭났어요.
아이언 마크는 더욱 크기를 키워 그동안 달라진 볼보의 이미지와 그들의 자신감을 드러냈고, 그 속에 레이더와 카메라를 넣어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안쪽으로 움푹 패인 그릴은 얇은 세로 살을 더해 로고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직선이 강조되어 자칫하면 무겁고 둔한 이미지가 될 수 있는 전면부에 입체감을 더해 이를 보완한 느낌이었죠.
측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원표에는 분명 전륜 구동 기반이라고 쓰여 있는데 생긴 건 누가 봐도 전형적인 후륜 구동 세단이었어요.
XC90에서 사용한 모듈형 SPA 플랫폼을 사용해 전륜 구동이지만 쭉 뻗은 보닛, 앞바퀴와 A필러 사이의 거리, 일명 ‘프레스티지 디스턴스‘를 늘리면서 후륜 구동 프리미엄 세단에 뒤지지 않는 우아한 옆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차의 외관을 더욱 늘씬하고 좋아 보이게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테일이죠.
휠 하우스를 가득 메우는 대구경 알루미늄 휠도 차를 한층 더 견고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앞모습과 옆모습에 온 신경을 다 쏟아서일까요? 독특한 후면부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습니다.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넓은 전폭과 무게감을 강조했고, 대구경 듀얼 머플러를 더해 고급차다운 이미지는 충분히 챙겼지만 마치 트렁크를 움켜쥔 듯한 저 리어 램프가 문제였습니다. 왜건과 SUV 라인업의 세로형 테일 램프를 그저 ㄷ자로 구겨 넣은 것만 같아 첫인상이 영 별로였어요.
전면과 측면의 디자인이 흠잡을 곳 없이 잘 생겼기 때문에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적어도 뒷모습만큼은 다른 차와 헷갈릴 일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S90의 외관은 볼보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700/900 시리즈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화려한 기교나 장식 없이 정제된 선만으로도 충분히 꽉 찬 느낌을 만들어 냈고, 볼보라는 브랜드에 기대하는 만큼 차의 어느 곳을 보더라도 정말 단단해 보였어요.
[스칸디나비안 럭셔리 2.0]
외관의 단정함은 실내에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간결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 ‘스칸디나비안 럭셔리‘는 이전 세대부터 추구하던 것이었지만 차세대 볼보의 인테리어는 첨단화를 통해 특유의 간결함을 극대화하면서 좀 더 완성형에 가까워졌어요.
‘기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독일 프리미엄 세단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였죠.
여기에 9.2인치 디스플레이가 남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센터페시아는 용도 별로 자리했던 버튼과 다이얼을 모두 통합하면서 깔끔함이 돋보였습니다. 볼륨 다이얼과 자주 사용하는 공조 버튼같이 불만이 나올 법한 기능들은 하단에 일렬로 빼놓는 치밀함도 있었죠.
금속으로 장식한 송풍구는 에어컨 틀 때는 괜찮은데 겨울에 히터 틀면 저 부분이 유난히 뜨거워지더라고요.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 다양한 테마를 제공하는 풀 디지털 계기판 / 고해상도 어라운드 뷰 같은 고급 편의 사양을 갖춰 트렌드를 충실히 따랐습니다.
무엇보다 대시보드 정중앙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도합 19개 스피커의 ‘바워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경쟁차의 그 어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보다 뛰어난 해상력을 제공해 가장 매력적인 세일즈 포인트로 자리 잡았죠. 이 오디오에 반해서 볼보를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인간의 척추를 본떠 만들었다는 시트는 얇아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여느 플래그십 세단의 두툼한 시트 못지않게 편안했고 열선 및 통풍, 마사지까지 품어 기능적으로도 훌륭했습니다.
뒷좌석도 B필러 에어벤트까지 갖춘 좌우 독립식 공조 장치 / 열선 시트 / 측면 커튼과 전동 블라인드를 마련해 부족함 없는 편의성을 제공했죠.
단, 전륜 구동임에도 사륜구동을 염두에 둔 설계 덕에 툭 튀어나온 센터 터널로 실질적으로 4인승에 가까웠지만요. 다만 XC90과 마찬가지로 차량 설정을 비롯해 공조 장치 조작, 열선 및 통풍 시트 등 거의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해야 됐기 때문에 오히려 조작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습니다.
직접 써보면 이렇게 생긴 차들 가운데 가장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주행 중 작동 여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단점은 명확하기 때문에 지금도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죠.
다행히 떨어진 직관성은 전 모델의 높은 수준의 주행 보조 기능을 탑재하는 것으로 보완했습니다. 이전에 소개한 XC60에서 처음 탑재됐던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도 전방에 장애물을 인식해 브레이크를 밟아 주는 정부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핸들을 꺾어 사고를 막는 수준에 이르렀고 주행 보조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가 추가돼 고속도로는 물론 정체 구간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물론 아예 손을 놓을 수는 없고 부주의한 상황에서 대처를 위한 정도지만 이거 경험해 보신 분들은 이 기능 없는 차 안 사시죠.
[파워트레인 돌려막기]
파워트레인은 많은 분이 볼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플랫폼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 역시 완전 모듈화를 이뤄낸 볼보는 전차종을 동일한 ‘4기통 2.0L 엔진‘으로 단일화하고 여기에 유종, 출력을 각각 다르게 설정해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동일한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면 설계가 훨씬 용이해지고 상품성을 개선하기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품 공유가 간단해 생산과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도 있죠.
S90 역시 효율을 강조한 디젤 모델 ‘D4’ / AWD를 더한 고성능 ‘D5’ / 가솔린 ‘T5’ / 강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고, 변속기는 모두 ‘아이신 8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렸어요. 기본 설계와 주요 부품을 공유하는 만큼 신기하게도 유종에 관계없이 엔진의 느낌과 소음이 비슷합니다.
디젤치고는 부드럽고 조용하고, 가솔린치고는 거칠고 시끄럽죠. 하지만 막상 주행이 시작되면 둘의 차이를 인지하기 힘들 만큼 모두 고급 차에 기대하는 부드럽고 매끈한 주행 감각을 제공했습니다. 육중한 몸무게에서 오는 묵직한 승차감과 정숙성은 덤이었어요.
독특한 부분은 후륜 서스펜션이었습니다. 양쪽 바퀴가 독립된 멀티 링크 구조를 기반으로, 흔히 사용되는 코일 스프링 대신 좌우로 이어진 가로바 형태의 판 스프링이 적용된 방식을 썼어요.
코일 스프링 대비 승차감이 단단해지면서 S80 시절의 부드러운 승차감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서스펜션 타워가 차지하는 부피가 줄어들면서 공간 구성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세단인 S90에서는 그 장점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볼보의 주력제품인 왜건과 SUV는 확실히 이득을 봤죠. 무엇보다 T8 하이브리드의 후륜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하는 데 이 설계가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또 약간의 스태빌라이저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하네요.
[독, 일 車의 대안]
2016년, 국내에 선보인 S90은 독일 차와 일본 차 중심으로 이어져 온 수입차 시장에 피로감을 느꼈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 나름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Simple is the Best’를 외치며 북유럽 디자인이 선호받는 사회 분위기와 공격적인 신차 투입, 적절한 마케팅이 시너지를 일으켜 독일 차에 가려 있던 볼보를 단숨에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했고 각종 드라마나 예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중의 인지도도 높아졌습니다.
독일 브랜드 경쟁차와 비슷한 가격은 걸림돌이었지만, 개중에는 저렴한 쪽에 속했고 안전만큼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컨셉을 유지해 상위 트림이나 옵션으로 빼놓은 경쟁차에 비해 최하위 트림에도 안전 및 주행 보조 장비만큼은 꽉꽉 채워 넣은 것은 분명한 세일즈 포인트였죠.
덕분에 XC90, V90 크로스컨트리로 완성된 볼보의 플래그십 라인업, ‘90 클러스터‘와 함께 묵묵히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고리타분한 브랜드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또 2018년부터는 전량 중국 다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거쳐 가성비가 두드러졌습니다. 물론 아무리 메리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만큼 생산국의 이미지 역시 중요했기에,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 가격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죠.
이밖에 2019년에 거세게 불었던 반일 감정의 반사 이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렉서스의 편안함을 원했던 일부 소비자들이 비슷한 성향과 가격 구성의 볼보 쪽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죠.
한편 S90의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는 휠 베이스를 늘려 보다 쾌적한 뒷좌석 공간과 고급스러운 편의 장비를 제공하는 S90L 모델이 함께 판매되고 있었는데요. 이 롱 휠 베이스 버전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여러 호화 사양을 더한 T8 AWD 엑셀런스 트림으로 국내에도 소량 수입되어 1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전동 리클라이닝 / 열선 및 통풍 / 마사지 기능까지 제공하는 2열 독립 시트와 전동식 커튼 / 우드 테이블 / 수제 크리스탈 샴페인 잔 두 개와 전용 냉장고 등 일반 모델보다 훨씬 사치스럽게 꾸며져 SUV XC90에 밀려있던 플래그십의 위엄을 조금이나마 되찾아온 모델이었죠.
이 롱 바디에만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는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었고요. 또 주한 스웨덴 대사의 전용 차량으로 이 엑설런스가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길쭉길쭉한 북유럽 신사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네요.
[더 뉴 S90│2020]
앞서 친환경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며 주력이었던 디젤 라인업의 단종을 선언한 이후 한 큐에 디젤 라인업을 정리했던 볼보는 남아 있는 가솔린 라인업마저 몽땅 하이브리드로 변경했어요. 모든 차량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같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추진력이죠.
변화한 파워 트레인에 발맞춰 2020년에는 외관 디자인과 편의 장비를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롱 휠 베이스’를 아예 기본 사양으로 제공한다는 점인데요. 이왕 중국에서 생산하는 거 스탠다드 모델을 빼 버리고 몽땅 리무진으로 대체해 버렸습니다. 덕분에 동급 경쟁차를 압도하는 전장과 상위 모델에 버금가는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편의 장비와 공간은 많을수록 이득이라는 ‘다다익선’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환영할 만한 구성이었죠. 차분하고 단정한 디자인은 자세히 안 봐도 깔끔하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디자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을 만큼 기존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겠죠.
누가 말 안 해 주면 모를 정도로 소소한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지만 확실히 길어진 차체로 존재감만큼은 훨씬 든든해졌습니다. XC90과 공유하는 새로운 19인치 휠도 차와 잘 어울리죠.
ㄷ자 리어 램프의 형상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면발광 라인을 더해 전보다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작은 트렁크까지 연장된 이 부분이 억지로 이어 붙인 듯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신형은 확실히 깔끔해졌어요.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방향 지시등‘으로 나름 유행을 걸치기도 했고요.
다만 이번에도 머플러 팁을 없앤 것만큼은 확실하게 눈에 띄었습니다. 크롬 라인을 길게 늘여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왠지 머플러 팁이 있으면 더 멋졌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심지어 듀얼 머플러는 그대로 유지해 수도꼭지 형태로 있는데요.
친환경,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대세인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는 엔진을 품은 것마저 부끄럽게 여기는 것만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디자인 트렌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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