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시장을 개척한 티코의 독주가 이어지자 시큰둥하던 경쟁사들도 슬슬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함께 출시된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 역시 쏠쏠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기아는 경차는 아니었지만, 91년 ‘프라이드’의 염가형 3도어 모델 ‘프라이드 팝’을 추가해 일찌감치 대응했고,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를 통해 같은 일본 다이하쯔 사의 모델을 들여온 경상용차 ‘타우너’를 출시, 대우차의 독점을 견제했습니다. 현대차 역시 일본 모델을 참고한 새로운 톨보이 스타일의 경차 ‘아토스’로 참전하는 등 시장이 점점 치열해지기 시작했어요.
그사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는 2차 석유파동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겼던 IMF 외환위기가 들이닥쳤는데, 지금까지 소개된 많은 모델에 흑역사를 안겨줬던 이 위기가 오히려 경차들에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불경기에 호황을 누리는 1톤 트럭, 승합차와 함께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경제성이 돋보이면서 경차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이때 티코 역시 판매량이 역으로 상승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죠. 패밀리카로 경차를 사용하는 집도 흔했어요.
하지만 꾸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티코는 서서히 수명을 다해 가고 있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연비는 여전히 메리트 있었지만, 큰 차체와 좋은 성능, 실용성으로 무장한 신형 아토스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래도 대우가 이 시장을 그냥 내줄 리는 없었죠. 미리 준비하고 있던 후속 모델 ‘마티즈’를 출시해 원조집의 위엄을 뽐내며 아토스의 아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렸고, 2008년, 현재의 경차 규격을 등에 업은 ‘기아 뉴 모닝’이 등장하기 전까지 경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습니다.
티코는 염가형 모델로 몸을 낮춰 병행 판매가 이루어지다가 마티즈에 뒤를 맡기고 출시 10년 만인 2001년에 단종됐죠.
지금은 도로 위에서 보기 힘들어졌지만, 부담 없는 유지비 덕분에 올드카 마니아들이 탐을 냈고, 애정과 관심을 받아 양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개체들이 꽤 있습니다. 아예 티코로만 구성된 동호회가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을 정도예요.
영타이머로 대우받는 동시대 차들에 비해 부품을 구하기가 비교적 용이했지만, 아쉽게도 최근에는 그마저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한편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92년, ‘알제리’에서 시작, 총 69개국으로 수출됐고, 97년에는 내수 판매량의 2배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하면서 수출 효자 상품으로 활약했어요. 가성비와 경제성을 마다하는 사람들은 없죠. 우즈벡과 페루에서 오랫동안 택시로 쓰이는가 하면 루마니아 등 대우차가 강세였던 동유럽 국가에서도 인기를 끌어 꽤나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내수용 티코들마저 몽땅 해외로 입양 가는 바람에 중고차가 귀해졌어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드문드문 보이던 티코들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 것도 이 때문이었죠.
지금까지 한국 경차 전쟁의 서막을 열었던 대우국민차 ‘티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티코의 판매 호조는 경쟁사에 자극이 됐고, 결과적으로 경차 시장의 확대와 다양한 상품 개발을 촉진해 국내외 소비자들이 더욱 뛰어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덕분에 경차는 지금도 많은 직장인의 동반자로 부담 없는 세컨드카로 활약하고 있죠. 아마 티코의 실패로 이 시장 자체가 주목받지 못했다면 지금의 모닝이나 스파크, 레이 같은 경차는 태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이래서 경쟁이 참 중요하죠.
다시금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경차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는 요즘, 티코에 뿌리를 둔 쉐보레 스파크가 곧 단종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 현대차가 ‘캐스퍼’를 통해 경차 시장에 재진출 한 덕분에 경차 삼국지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결국 준대형, 준중형 세단 시장에 이어 경차 시장까지 현대기아차의 독무대가 됐는데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참 씁쓸하네요.
다음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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