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장) 안녕하세요.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대표 원장_이하 호칭생략) 네, 안녕하세요.
몸장) 오늘 제가 궁금한 것은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들하고 다 잘 지내는데 가까워지면 불편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서 좀 궁금합니다.
황인환) 일단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조금 더 관계에서 쉬운 영역에 속합니다. 감추고 싶은 것도 감추기 쉬워지고, 사실 거리가 있으면 우리가 훨씬 더 안전하다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상황일 수 있지만 예를 들면, 험악해 보이는 사람이 우리가 그 사람을 TV에서 볼 때 사실 그렇게 불안을 느끼지 않고, 저기 길 건너서 있어도 그렇게 불안하지 않은데, 이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다고 느끼면 사실 우리는 불안을 느낍니다.
몸장) 저보고 험상궂은 사람이라는 줄…하하(웃음)
황인환) 그렇지만 뭔가 그런 상황에서도 이 사람이 내 옆에 있는 의도와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같이 버스를 타고 있는데 버스 옆자리다라고 하면 좀 무서운 사람이 옆에 있긴 하지만 저 목적으로 있는 것이니까 ‘나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 하는데 카페 같은 데 있는데 그 옆에 와서 앉는다면, 누구나 다 불안을 느낄 겁니다.
황인환) 이렇게 우리가 조금 거리가 멀리 있다면 ‘안전하다’라고 느끼는데,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조금 더 불안하다’라고 느끼며 경계를 발동하게 되고, 이런 관계에 대해서 특히나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무섭게 생긴 사람들에게 느낀 예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편안한 사람들도 가까워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런 불안과 무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몸장)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죠?
황인환) 결국 관계에 대해서는 애착에 대해서 생각을 항상 해보게 됩니다. 안정된 형태의 애착이 있고, 그 외에 여러 불안정한 형태의 애착이 있는데, 안정되지 않은 애착을 경험한 사람이나 그런 관계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불안을 훨씬 많이 느끼게 됩니다.
황인환) 예를 들면, 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보이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또 가까워질수록 우리가 어떤 불안함 때문에 경계심이 발동하게 되고, 경계심이 발동한다고 하면 넘길 수 있는 부분도 우리가 넘기지 못하고 우리의 머리에 포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웃고 지나가면 우리는 무시할 수 있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이 지금도 옆에서 웃고 있다면, 왜 웃을까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하게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황인환) 이럴 때 내가 과거에 겪었던 경험에 기반해서 이 모호한 자극에 대해서 우리가 추측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에 대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 왜 그럴까?’ 라고 하면서 자꾸 혼자서 생각을 하고 혼자 화가 났다가 혼자 실망했다가 서운했다가 여러 가지 감정 과정을 겪으면서 혼자 밀어내기도 하고 붙잡아두기도 하고 좀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내가 안정 애착인지 불안정 애착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황인환) 안정된 애착에 필요한 부분은 대상 항상성과 대상 영속성으로 우리가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은 조금 더 어린 시기에 형성되긴 하지만, 사실 느끼지 못할 뿐 성인 시기에도 반복해서 우리가 이 느낌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대상 영속성은 쉽게 볼펜이 지금 눈앞에 있는데, 가려놔도 이 볼펜은 없어진 게 아니라 잠깐 가려진 것이고 걷어내면 다시 있을 겁니다. 당연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꼭 옆에 있어야만 이 사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이 사람이 지금 눈에 없으면 계속해서 연락을 해서 확인을 하려고 하거나 이 사람이 나에게 마음을 표현해 줘야만 이 마음이 지금 내 옆에 잘 있다고 확인하는 것처럼 눈에 보여야만, 혹은 나에게 계속 느껴져야만 내 옆에 있다고 느끼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황인환) 대상 항상성이라는 것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긍정적인 경험을 다시 회상해 내서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런 게 잘 안정되게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은 옆에 상대가 없으면 늘 불안해하고 계속 확인하기를 원하게 됩니다.
몸장) 이게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이 나한테 연락하는 횟수에 따라서 내 마음이 요동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불안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황인환)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늘 10번씩 연락하던 사람이 하루에 2번 연락하는 날이 살다 보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럴 때 안정된 사람은 이 불편함을 과거의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서, ‘이 사람은 나에게 충분히 지금까지 안정된 모습을 잘 보여줬고 나를 가까이 생각해준 사람이니 이 사람의 연락이 줄어든 것은 바빠서일 것이다.’ 라고 우리가 이렇게 잘 견딜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불안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말 이 단순한 횟수의 차이에서도 이 사람의 마음이 변했다고 느끼거나 과거에 있었던 긍정적인 경험이 전혀 소용 없어지고 그런 경험은 우연이거나 속였거나 같이 생각을 하고 지금은 다 변해서 당장 확인을 해야만 다시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몸장)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좀 이따 얘기하는 걸로 하고 가까워지면 불편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황인환) 반면에, 내가 숨기고 싶은 게 많아서 오히려 자꾸 경계심이 생기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당연히 숨기고 싶은 부분은 멀리 있으면 안 보이지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도 모르게 드러나거나 내가 숨기고 싶은 부분을 알아챌까 봐 가까워지는 것을 불안해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몸장) 그런 마음의 족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황인환) 조금 전에 얘기했던 숨기고 싶은 부분이 드러날까 봐 내가 사람을 멀리하거나, 혹은 드러날까 봐 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느라 이 관계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스스로 너무 실망되게 느껴지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내가 뭘 숨기고 있는지, 이것을 꼭 숨겨야 되는지, 혹은 숨기고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건지, 표현하면 좋을지 이런 것들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꼭 숨겨야 되는 것도 물론 있기는 합니다.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법적으로 내가 혹시 어긋난 게 있다면, 이것은 누구도 허용해주기 어렵거나, 혹은 누가 들어도 불편한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이런 부분을 숨기는 것은 어쩌면 사실 잘 숨겨야 되기도 하죠. 하지만 또 어떤 부분들은 가치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황인환) 어떤 사람들은 전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말 꼭 숨기고 싶어 하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왜 나에게 이런 비밀 같은 게 만들어졌는지, 과정이 뭐였는지, 내가 이것을 왜 이렇게 숨기고 싶어 하는지 이런 부분들을 좀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비밀이 될 만한 부분도 아닌데 내가 비밀이라고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비밀을 생각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보통 생각을 해봅니다. 하나는 ‘비밀을 어떻게 내가 잘 드러낼 것이냐?’ 같은 부분입니다. 사실 비밀을 품으면 품을수록 우리는 계속 뭔가 거짓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은 불안이 있을 수 있어서 비밀을 얘기할 수 있는 것도 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그리고 상대에게도 ‘이 사람이 나를 믿고 이런 얘기를 해주는구나.’ 같은 어떤 관계에 좀 더 발전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비밀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이 사람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의 사람인가.’ 이런 얘기를 들을 전혀 준비가 안 돼 있거나 하는 사람에게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고, 안전한 사람에게 안전한 상황에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몸장) 내가 비밀이 있는 경우에서는 말을 할지 아니면 안 할지 선택지가 있는데, 비밀이 없는데 비밀이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황인환) ‘내가 지금 정말로 숨기고 싶은 부분은 무엇일까?’,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길래 이 부분을 숨기려 하는 걸까?’ 같은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정신과 진료를 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정신과 진료를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같은 부분입니다. 일종의 비밀, 내가 숨기게 되는 부분인데요. 그러면 우리가 물론 안전한 상황에서 ‘내가 이룰 수 있는 목적이 있다면은 이야기를 해보자.’ 도 되지만 또 하나는 ‘이게 왜 이렇게 내가 숨기고 싶을까?’ 같은 부분입니다. 내가 분명히 이 사람에게 어떤 안정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반영되어 있어서 정신과 진료를 본다면 ‘부족함이 있거나, 지금 내가 안정된 상태가 아니거나.’ 같은 게 드러날까 봐 우리가 숨기게 되는데, 비밀을 지키느냐 아니냐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내가 충분히 이 사람에게 안정된 사람으로 보이고 있다면 이런 불안들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죠.
몸장) 결국에 중요한 건 원인이네요?
황인환) 맞습니다. ‘왜 내가 이것을 숨기고 싶어 하는가?’, ‘내가 이걸 숨겨서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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