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장)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대표 원장_이하 호칭생략) 네, 맞습니다.
몸장) 내가 지금 불안정 애착 상태라면, 그래서 인간관계를 맺는 게 어렵다면, 이 문제는 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황인환) 사실 안정된 애착 경험을 새롭게 하는 겁니다. ‘과거의 경험이 다가 아니구나.’, ‘내가 이런 안정된 마음도 가질 수 있고 나에게 이렇게 안정된 마음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와 같은 새로운 어떤 교정된 감정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안정된 형태로 관계로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몸장) ‘세상은 다 내 뒤통수 칠 사람들만 있어.’ 라고 생각했는데 안정된 사람을 만나면서 ‘아, 세상은 이렇지 않았구나’ 라고 좀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황인환) 네, 맞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이게 불안정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관계가 오래가지 못하잖아요? 그럼 오래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황인환) 그런 사람을 찾아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텐데요. 성인이 된 이후에 이런 일관된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인 경우가 가장 대다수일 것이고, 이런 경우도 너무 힘들다면 치료자, 상담가 같은 사람들과 다시 안정된 경험을 하게 되게 됩니다.
몸장) 결국에는 내가 요동쳐도 나무처럼 계속 일관된 모습으로, 반응으로 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그 일관된 모습이라는 게 어떤 모습인가요?
황인환) 이건 불안정한 애착이 만들어지는 것과 어떤 반대되는 모습인데요. 불안정한 애착이 만들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일관되지 않은 반응입니다. 사실 이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에 달려있기 때문에, 나의 어떤 노력 같은 부분들이 다 소용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반대로 안정된 애착이라는 것은 ‘내가 이렇게 하면 이 사람이 받아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이 사람이 싫어할 수 있다.’ 상대의 감정에 달린 게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 달려 있어서 이 사람을, 혹은 이 관계를 예측 가능하다고 내가 느낀다면 이런 게 어떤 안정된 형태의 관계일 수 있습니다.
몸장) 무조건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네요?
황인환) 네, 맞습니다. 물론 이제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지만 정말 이 사람도 사람인데 무조건 나에게 허용을 해준다는 게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건강한 관계이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하는 데도 이 사람이 내 옆에 있는다는 것은 이 사람도 이제 지쳐가고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몸장) ‘괜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참 와 닿는 말이었습니다.
황인환) 물론, 우리가 처음에는 내 마음을 좋게 혹은 내 마음을 인정해 주기 위해서 해줄 수 있지만, 이것을 1년, 2년, 3년, 10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저는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본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표현을 해주고, 같은 방식으로 같은 정도로 늘 표현을 해주는 사람이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나도 어쩌면 이런 게 이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몸장)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겠네요. 그렇다면 인간관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요?
황인환) 저는 가치는 모두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황인환)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관계를 내가 어떤 모습의 관계로 가져가고 싶은가?’, ‘이 관계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같은 방향이 설정되고, 이 방향의 설정이 지금의 내 모습과 다르다 하더라도 내가 계속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라고 하지만, 저는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런 게 성숙의 과정이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일생 동안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계속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나를 끌고 가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의 모습으로 내가 선택을 하고 그렇게 보이고 있을 때, 우리는 ‘내가 나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황인환) 지금까지의 과거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사실 이 경험도 분명히 같이 있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내가 나를 가장 잘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금 내가 마음을 갖고 행동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가끔은 여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를 고민해서 계속 이렇게 변해나가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몸장) ‘과거에 의해서 지금 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서 사람을 찾거나 노력해야 된다.’ 라고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아요.
황인환) 과거는 물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지금 뭔가 나에게 계속 영향을 주고 있는 과거에 대해서 우리가 끝없이 생각하는 것은, 혹은 이게 잘 해결돼야만 내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 우리의 삶은 사실 수시로 멈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해결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경우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나를 불편하게 하는 과거를 해결한다는 생각보다는 좀 곁에 두고, 지금 내가 나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생각과 선택들을 하면서 가다 보면, 그리고 지금의 만족감이 잘 쌓이다 보면 이 만족감을 기반으로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다시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잘 하고 있구나.’, ‘이 경험이 지금은 나에게 더 이상 영향을 주고 있지 않고 있구나. 내가 잘했다.’ 같은 느낌을 우리가 같은 일에도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기보다는 한 켠에 두고 불편한 마음을 우리가 조금은 감내하면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선택하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몸장) 어떻게 보면 삶이 어렵잖아요? 그런데 그 포기하고 싶은 삶에서 용기를 주시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라는 말씀이 굉장히 와 닿네요.
황인환)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해서 제가 좋아하는 이성복 시인의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떼처럼>이라는 시가있는데, 마지막 구절을 보면 물고기들이 상류로 올라가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사실 굉장히 감동적이거든요. 이 시의 표현으로는, ‘그 몸부림이 빛나는 정지를 이루기 위한 것.’ 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 일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가끔은 내가 거슬러 올라가고 싶거나 다른 모습이 되기 위해서 어떨 때는 정말 이렇게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몸부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말 어떤 한 순간, 내가 그 몸부림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데 그 순간을 느낀다면, 나의 노력과 몸부림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장) 정지, 지금 내가 느끼고 있고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그 정지가 사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다. 좋은 얘기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황인환선생님을 모시고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되고, 또 어떻게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인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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