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왕실에서는 어떻게 천연두를 대처했을까’를 이야기 해볼게요. 일단 보고를 파발로 올리도록 했습니다. 마마가 발생하면 바로 말을 타고 와서 알려야 해요. 보고를 받으면 마을을 봉쇄합니다.
그런데 이게 되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조선은 원래도 고을과 고을 간의 왕래가 활발한 나라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상업이 발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봉쇄를 했을 때, 피해가 좀 덜 했어요.
어차피 자급자족을 마을 안에서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왕이 제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관혼상제를 다 금지하죠.
이게 어느 정도로 엄격했냐면, 왕실에서도 엄청나게 거리두기를 하는데요. 연산군 5년 때의 기록입니다. 원손(원자), 그러니까 세자의 아들이죠. 원자가 천연두에 걸렸어요. 그런데 그때 하필이면, 예종의 계비 인순왕후 황씨가 돌아가셨어요. 상중이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례를 금지합니다. 왕족들도 따랐어요. 그리고 나중에 숙종 때는 중국에서 사신이 왔어요. 사실 중국에서 온 사신은 조선 입장에서는 군신관계였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올 때, 중국의 황제를 대신해서 오는 거니까 엄청나게 대접을 해야 돼요. 그런데 천연두가 생기면, 그러면 얄짤 없습니다. 사신도 만나지 않아요. 그 정도로 엄격한 거리 두기를 했습니다.
병자호란 때, 청 태종 ‘홍타이지’ 이 사람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올 때, 제일 무서웠던 게 천연두예요.
왜냐하면 만주족은 만주벌판에서 왔다갔다 하는 유목 민족이어서 사실 천연두를 앓아 본 적이 없어요. 대부분이 면역이 없는 거예요. 내려왔더니 자꾸 부하들 중에 천연두 걸려서 죽는 애들이 생기고 하니까 너무 무서운 거죠.
원래 내려올 때는 홍타이즈가 명이 ‘조선을 군신관계로만 유약하게 하고,완전히 정복을 안 했다’, 하지만 이참에 아예 정복을 해서 ‘우리나라로 삼아야겠다’ 하고 내려왔는데, 천연두를 접하게 된 거예요. 너무 무섭잖아요.
그래서 ‘적당히 하고 돌아왔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군신관계만 정립하고 급하게 회군해요. 이렇게 무서웠던 천연두가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이제는 정복이 됐죠.
인류가 정복한 첫 번째 전염병이에요. 천연두를 어떻게 정복했냐면, 바로 ‘에드워드 제너의 종두법’이 1796년에 시행이 돼요. 이게 바로 백신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게 훨씬 오래전부터 동양에서는 비슷한 걸 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천 년 전 쯤에 인두법이라는 걸 했었어요. 그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두법 자체가 불안정해요. 근데 조선은 더 잘했습니다.
조선의 밤섬, 한강 가면 밤섬 있죠? 거기가 원래 어떤 곳이었냐면, 조선 왕실의 가축을 기르는 곳이에요. 거기에 있는 목동들은 소가 우두에 걸렸을 때, 그 고름을 먹거나 처리를 하면 얘는 평생 마마에 안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게 우두법이거든요. 그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거를 이 사람들이 윗사람한테 말을 했는데, 관리가 무시해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말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가지고 그냥 무시 된 채로 끝나버려요. 신분제 사회의 단점이죠.
그런데 이게 비단 우리만 그런 건 아니고, 사실 서양에서도 농부들은 다 알고 있었어요. 젖소가 우두에 걸렸는데, 내가 그 우유 짜다가 상처가 나서 묻어, 그랬더니 천연두에 안 걸린 걸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농부들은 알음알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어디로 번지지 못하고 그냥 그들만의 지식으로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것 때문에 사실 ‘최초의 종두법을 시행한 게 에드워드 제너가 아니다’ 그런 얘기도 있지만요. 에드워드 제너가 기록에 남은 이유가 있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에요. 무슨 짓을 하냐, ‘우두법 하면 될 거 같은데?’ 라는 생각에 우두에 전염된 여자의 농포에서 빼 가지고 아이한테 찰과상을 내고, 그걸 주사합니다.
그러고 나서 두 달 뒤에 천연두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애한테 가서 농포를 빼요. 그러고 주사를 해 봐요. 그랬더니 안 걸렸어요.
근데 실험이 한 번으로 될까요? 솔직히 한 번은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천연두 걸린 애를 불러서 몇 달에 걸쳐서 계속 주사합니다. 근데 애가 안 걸렸어.
근데 이게 진짜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생체실험이잖아요. 이게 사실 논리적으로 뭐가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구전 되는 거 가지고 해 본 거예요. 동의 받고 한 것도 아니였어요. 심지어 8살 짜리 아이에요. 그런데 우연히 돼서 백신의 기원이 된 거죠. 사실 제너가 다른 것도 했을지도 몰라요. 뭔가 많이 했을 거예요. 이것저것 실험을 많이 했는데 이게 성공하면서 얻어 걸린 거예요. 경험적인 추론으로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이걸 해낸 겁니다.
근데 결과적으로 이걸로 백신을 만들었고, 1980년 5월 8일에 공식적으로 ‘천연두 근절’이 선언이 됩니다. 이거 엄청난 겁니다. 업적이죠.
물론 아직 몇몇 실험실에는 천연두 바이러스가 있고, 그걸 WHO나 UN에서 계속 폐기하라고 하는데, 말을 안 듣죠. 그리고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은 나라가 가지고 있을 거라는 추정도 있기는 한데요.
무기로 쓰는 일이 없길 바래야겠죠. 이게 진짜 생화학 무기로 쓰기가 좋다는 말이 있어요. 왜냐하면 치료를 아직 못해요. 아직도 치료제는 없어요. 백신으로 밖에 치료가 안 됩니다.
또 현재는 천연두 백신을 안 해요. 천연두 백신 대량 생산도 안 할 뿐더러, 우리 아버님 세대만 맞고, 우리 세대는 안 맞았거든요.
위대한 승리의 역사가 어떤 정신 나간 사람으로 인해서 끔찍한 역사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다음 이 시간에도 더 좋은,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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