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고, 주로 인지행동 치료를 진료하고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해야 할 일을 자꾸만 미루고 시작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관한 건데요. 이런 분들도 스스로 명확하게 다 알고는 있습니다. 내가 지금 미루면 안 되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것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된다는 거죠.
그 이유가 불안이나 잘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실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분들이 애매하게 시작해서 잘 안되는 것보다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지각할 바에야 아예 결석한다는 생각도 많이 하는 거죠.
사실 이 완벽주의라는 걸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완벽주의가 있는 사람들이 이 습관을 버리지 못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완벽주의로 인한 장점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체계적이고, 계획적이고, 꼼꼼해서 결과가 나쁘지 않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 일단 시작만 하면 결과가 나쁘지 않아요. 이 사람들이 미루고 미루다 보니까 제대로 못 하는 것뿐인 거죠.
그래서 완벽주의는 건강하지 못한 부분은 줄이고, 그다음에 건강한 부분은 조금 키워나가는 쪽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분들한테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건 바다 위에서 구명조끼에 의지하고 떠 있는 사람한테 구명조끼 빼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제가 말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타고나는 부분과 만들어지는 부분 두 가지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일단 타고난 기질도 무시 못 하는 거예요.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늘 뭔가 잘하고 싶고, 뭔가 남들과 비교하면서 성장 욕구를 얻는 기질적인 부분도 타고나는데, 후천적으로 사회에서 부모님의 양육 태도나 과열된 경쟁, 주변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감 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화 반응들도 기질과 결합하게 되면 역기능적 완벽주의로 날아가는 거죠.
그래서 보통 한 7세 정도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건강한 완벽주의로 가느냐, 아니면 역기능적 완벽주의로 발전해 정신건강학적으로,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느냐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완벽주의의 역기능적인 기질이 사실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어요. 완벽주의자는 타인의 평가에 매우 민감합니다. 좋게 말하면 눈치가 빠르고, 나쁘게 얘기하면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줘야 한다거나 아니면 내가 더 잘하면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인정 욕구나 사랑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이들은 매우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덜 신경쓰느냐가 중요하고요.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건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해요.
“결과 중심 사회에서 무슨 소리냐, 그러면 좋은 성적과 결과물을 포기해야 하냐?”라고 물을 수 있는데, 그런 말이 아니라 우리가 결과라는 것은 사실 통제하기 어려운 변인들이 되게 많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저희가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구독자들이 좋아하고, 어떤 부분에서 무관심할지를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명히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콘텐츠 또는 우리가 핵심으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 몰입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에 이것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피드백까지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핵심에서 벗어나게 되고, 집중을 못 하게 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떨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이 어떤 결과를 내거나 성과를 더 잘 내기 위해서는 바꿀 수 없는 결과들에 계속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여러분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내가 성향적으로 완벽주의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 세우고 있는 기준이나 목표들이 비현실적인 경우들이 많아요. 과도하게 높은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런데 이걸 잘 해석하셔야 하는 게, 기준이 높다거나 비현실적이라는 게 ‘꿈이 크다’라거나 ‘야망이 높다’라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앞서 말한 부분은 제가 열심히 해서 어디에 도달하고 싶다는 부분인 건데, 비현실적인 부분들은 ‘저한테 진료받으시는 분들을 모두 만족시켜주겠다’라거나 ‘이 채널을 보는 모든 사람이 다 좋아요를 누르게 하겠다’라는 건 어렵잖아요.
그래서 결과나 성과에 집중하게 되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을 때 매우 흔들리고 좌절합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해요. 취약하다는 게 본인이 생각하는 그 결과물이 한 번 안 나오면 와르르 무너지는 거죠.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가 세운 비현실적인 기준들 때문이고요. 완벽주의자들은 못 하지 않습니다. 잘해요. 열 번 중에 아홉 번은 잘합니다. 그런데 한 번, 내가 원하는 데에 도달하지 못하면 좌절감이 큰 거죠. 그래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거고요.
주변에서는 이해를 못 하는 거죠. 보통 백 번 중에 한 번은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완벽주의자들은 스스로에게 가혹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관대할 수 있지만, 막상 내가 그 상황에 놓이면 쉽게 좌절하는 거죠.
그래서 워킹맘 같은 경우에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면 ‘회사에서도 아이를 출산하지 않았을 때처럼 일해야 하고, 육아도 다른 육아에 올인하시는 주변 친구들만큼 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으로 똑같고, 퇴근 후에 양육해야 하고, 양육하고 출근해야 하는 이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명히 제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그게 안 됐을 때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거나 실패감을 느끼는 거죠.
두 번째 특징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커요. 그래서 실수나 실패에 대해 매우 크게 생각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아예 시작을 안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 실수라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서 본인이 진짜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분들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성공 아니면 실패’ 딱 두 가지 기준만을 놓고 봅니다. 사실은 그 두 개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직선상에 성공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있을 거고, 실패적인 부분들이 어느 정도 있을 텐데, 완벽주의자들은 실수하는 게 곧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을 두려워하는 거죠.
그래서 한 가지 선택을 할 때 굉장히 고민하고 망설이기도 해요. 완벽주의자들이 선택을 매우 못합니다. 이게 자료가 없거나 조사를 안 해서가 아니에요. 이미 데이터는 남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사실 모든 것을 다 취하고 싶은 완벽주의 때문에 그런 경우들이 꽤 있는 거죠.
세 번째는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좀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성공 아니면 실패 같은 흑백 논리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하는 어떤 일이 무조건적으로 안 될 거라는 ‘재앙화의 사고’를 갖고 있고요.
그다음에 과거에 실수를 한 번 했으니까 이번에 또 할 거라는 ‘일반화의 사고’, 아니면 눈치를 많이 보다 보니까 내 행동에 대해서 누군가 나를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근심에서 비롯한 ‘독심술의 오류’ 같은 여러 가지 왜곡된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본인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완벽주의자들이 자존감이 낮다면서 찾아오시는 경우들이 많은데, 실제로 그 자존감이 낮은 이유가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안 좋게 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본인의 단점을 크게 봐서 그런 거예요. 장점은 굉장히 많이 있고, 단점은 그리 많지 않은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분들 눈에는 단점밖에 안 보이는 거죠. 그래서 완벽한 순간도 분명히 있을 텐데, 이분들은 완벽하면 본전이라고 생각해요. 조마조마한 거죠. 내가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내면 모두가 내게 되게 실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성공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왜냐하면 성공하면 본인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압박감을 주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 느끼는 거죠.
다른 사람들은 이미 충분하다고 느끼는데, 스스로 이전에 이뤄냈던 결과물보다 다음번에는 뭔가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부담감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실제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 일부러 회피하는 경우들이 꽤 있어요. 어떻게 보면 두 가지의 상황인데, 한 가지는 ‘발표 불안’에 대한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직장에서 승진하신 분들이거든요.
이분들의 특성이 ‘발표 빼고는 다 자신 있다는 것’이에요. 주목받고 뭔가 실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발표 빼고는 다 자신 있는 거예요. 일을 잘하니까 주변에서 엄청 인정받아요. 그런데 자기는 인정받기 싫은 거예요. 인정받기 싫다기보다는 마음 한편으로는 인정받아서 좋은 면도 있지만, 너무 주목받는 건 싫은 거예요.
그리고 이런 분들 특성이 자기는 원치 않는데 되게 빠르게 승진합니다. 왜냐하면 일을 잘하니까… 그래서 괜찮다고 거절하다가 승진하게 되면 회의를 주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표해야 하는 거죠.
내가 발표를 잘 못해서, 발표 빼고 다 잘해서 승진했는데, 이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두려움이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이 상황에서 뭔가 다른 이유를 대면서 회피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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